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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천에서

그해 겨울 춘천을 떠나기 전날 아침, 나는 네 따뜻한 네 손가락의 끼워졌던 반지를 가지고 공지천에 섰다.


어느 날 짧아진 머리를 하고, 공중전화기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만날 수 없다는 말을 전하며, 열 여덟 달 시간이 지날 때쯤 너를 잊을 수 있으려 나 했는데


다시 돌아온 춘천에, 네가 다니던 대학교 운동장 앞에 우두커니 앉아, 지나가는 학생들 속에 너의 모습을 찾다가, 차마 너를 알아보지 못하고


세월이 흘렀구나, 춘천을 떠난 지 이십 하고도 수년의 삶이 그러하듯

어쩌다 춘천 가는 기차를 그리며, 기차역 플렛폼 앞에 서있을 때

아직도 공지천 아래에 네가 주었던 작은 반지의 추억은 희미하게 지워져 가는데


지금도 공지천가에 많은 추억이 잠겨 있어라, 흐르는 물처럼 저 멀리 희미해져 가더라, 발도없이 저 멀리 흘러가며 그저 그리워하고 있더라



“시 창작 프로그램 <시 쓰는 부천 시(詩)>” 중 개인 작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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