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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Nov 25. 2021

17. 시리즈 특허의 등록전략

발명은 문제점에서 나옵니다. 고객불만사항 (pain point)을 제품에 반영하다보면 자연히 제품이 업그레이드되고 그것이 기술적으로 의미있는 부분이라면 특허가 됩니다. 


그런데 문제 해결 과정에서 하나의 문제를 해결할 다수의 아이디어가 나온 경우, 시간차를 두고 시리즈로 특허를 신청하는 것이 좋은 기업의 IP포트폴리오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H사는 유모차, 아기띠, 젖병소독기 등 육아용품 중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만 개발하여 제조, 판매하는 업체입니다. 


국내 유모차 시장은 상당히 큰 데,10만원 아래의 저가형부터 300만원에 이르는 초고가까지 다양한 유모차가 갖가지 기능을 갖추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인 H사에서 치열한 유모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디자인, 가격 모두 중요하지만 특히 독창적인 기술력을 가지는 것이 필수였습니다. 


유모차를 사용하면서 소비자들이 겪는 가장 큰 불만사항이 무엇일까요?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도로가 울퉁불퉁해서 특히 신생아에 가까운 아기일 수록 흔들리는 정도가 심하고 떨어질 우려도 있다는 것이죠. 승차감이 안 좋으면 곱게 자던 아기도 금방 깰 수 있으니까요.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장치를 갖춘 유모차가 시중에 판매 되고 있는데, H사에서 고안한 것은 바퀴 자체에 서스펜션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모차용 서스펜션의 구조, 유모차 바퀴와 서스펜션의 결합 구조 등에 다양한 기술적 차별점들이 고안되었고, 이 과정에서 경쟁사 제품과 특허 분석, 동종 제품 특허 선행기술조사 및 분석이 동원되었습니다. 유모차용 바퀴는 물론이고 자전거, 자동차 등 바퀴달린 모든 것들의 서스펜션 구조를 분석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4개 정도의 아이디어가 특허등록가능하면서도 현실적으로도 사용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H사는 4개 아이디어를 모두 동시에 특허신청하지 않았습니다. H사는 반 년의 텀을 두고 2년에 걸쳐 4개 기술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는데, 이는 경영전략상 판단이었습니다. 


한번에 4개 특허를 가지는 것보다 하나씩 천천히 4번의 특허신청을 하는 것이 정부지원용으로도 투자자들이나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에도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주사기용 필터를 전문 제조하는 J사의 경우도 시간차를 두고 시리즈로 특허를 신청한 회사입니다. 


많은 주사약제가 밀봉을 위해서 일체형 유리병에 들어 있고, 주사 직전에 유리병의 머리 부분을 깨뜨리고 주사기에 주사액을 주입하는 방법을 씁니다. 이 과정에서 미세한 유리가루가 주사액에 들어가게 되는데, 어쩌다 한번 주사를 맞는 일반인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나 매일 주사를 맞는 장기 환자에게는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J사의 주사기용 필터는 이 미세유리가루를 걸러 최대한 약제만 주사할 수 있게 해주는 필터입니다. 


J사는 3년에 걸쳐 첫 해에는 2개, 그 이후에는 매년 3개씩의 특허를 신청하였습니다. 물론 한번에 모두 기술이 개발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기술개발이 완료되어도 한꺼번에 특허를 신청하지 않고 몇 개월씩 시간차를 두고 신청하였는데요. 


역시 경영전략상 판단으로, J사의 경우는 정부지원이나 마케팅 관점에서보다는 특허 공개 시점을 조절하여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목적이 컸습니다. 주사기용 필터에 대한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아 독보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기술이 완성되었다해서 바로 특허로 신청하지 말고 시간차를 두고 경영전략에 맞춰 순차적으로 특허를 신청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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