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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현 Dec 30. 2021

0. 왜 특허로 브랜딩인가?

이 책을 읽는 방법


‘특허로 브랜딩하라’라는 책을 쓰겠다고 하자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특허러들은 ‘브랜딩이요?’라고 했고, 브랜더들은 ‘특허가 브랜딩을?’이라는 반응이었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들이었어요.


기술을 보호하는 ‘특허’와 마케팅 툴의 하나인 ‘브랜딩’은 정말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대학으로 치면 이공계와 경영대이니 공통으로 배우는 과목 하나 없을 정도로 거리가 있고, 회사 내부에서도 연구소와 마케팅 부서는 전혀 협업할 일도 없을 뿐더러 서로의 존재조차 모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렇게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는 사실은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적어도 작은 기업에서는 말이죠.


오랫동안 특허 일을 해오다보니 어느 순간 특허법은 발명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허법은 ‘산업발전’을 위해 있는 법입니다. 발명자 보호는 산업발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죠.


그래서 권리를 부여할때는 전세계 공개된 발명과 대비해서 신규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하면서 까다롭고 엄격하게 굴고, 어렵게 얻은 특허로 막상 권리를 행사하려고 하면 이런 저런 이유로 권리 행사가 어렵다고 합니다.


기술공개를 대가로 특허권을 준다고 해놓고는 20년 존속기간 보장도 없이 매년 연차료를 내지 않으면 권리를 소멸시켜버립니다. 연차료도 처음 몇 년은 얼마 안되지만 10년 이상 넘어가면 청구항 개수에 따라서는 매년 수백만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고도 청구항 구성이나 표현에 오류가 있으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애써 확보한 특허권을 다 무효시켜버리기도 하죠.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굴까요?


이는 특허법의 방점이 ‘보호’보다는 ‘공개’에 있기 때문입니다. 발명자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대신 기업의 기술을 상세히 공개하게 해서 다른 기업이 그것을 보고 더 개량하고 더 발명해서 전체적으로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특허법이 추구하는 방향입니다.


이렇게 특허권을 쉽게 허여하주지 않는 대신 강력한 독점권을 주고, 기술은 매우 상세하게 공개하는 데에서 특허 제도 자체가 자연스럽게 특허 제도 자체가 제품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기업의 가치를 올려주게 됩니다. 2가지 면입니다.


첫번째로 특허권이 강력한 보호를 보장해주니 기업은 자연히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등록까지 가능한 강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특허권이 확보되면 일정 기간 기술을 독점하므로 상당 기간 동안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고 모방제품 생산을 근절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 특허권이 확보되지 않은 기술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경쟁자들에게 내 제품을 마음껏 따라해도 좋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가능하면 최대한 특허등록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특허 제도가 거의 백 년이 되어 가면서 왠만한 아이디어는 모두 특허로 한번 이상 시도되었습니다. 출원했다가 거절된 것도, 이미 등록된 것도 아주 많습니다.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지지도 못한 아이디어도 아주 많이 공개되어 있거나 등록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특허 진보성 판단 기준은 국내만이 아니라 전 세계 공개된 기술이죠.


그러니 특허등록을 위한 신규성과 진보성을 확보하는 과정에서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레 제품과 기술이 더더 향상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것이 특허법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죠.


두번째로 이렇게 특허권 확보가 쉽지 않으므로, 특허권을 많이 보유한 기업은  '기술력 있는 기업'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기업'으로도 인식되게 되죠.


기업은 사실은 실체가 없는 허상입니다. 대표와 임직원이 모여 만들어진 어떤 것이 '회사'라는 것일텐데, 그 구성원은 계속 바뀌죠. 그렇다면 기업의 동일성은 어떻게 확보되는 것이며, 투자자들은 무엇을 보고 기업에 투자해야할까요?


결국 기업의 '자산'과 '미래가치'가 한 기업의 정체성과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고, 여기서 '미래가치'는 결국 경쟁력있는 사업모델과 기술력, 바로 특허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특허를 통해 제품력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 이것은 브랜드를 빌드업 시켜가는 브랜딩과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브랜딩은 제품과 기업의 내재적 경쟁력에서 비롯되는 '진정성'을 기반으로 할 때 가능한 것인데, 특허가 이 내재적 경쟁력의 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허는 제품과 기업의 브랜드 진정성을 확보하게 해주는 좋은 수단입니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특허용어와 제도가 낯설 여러분을 위한 스타터로 기본적인 특허상식을 간략하게 다루었습니다.

특허권을 몇 개 등록받는다고 해서 제품력이 확보되고 기업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하지도 않을 특허를 단지 특허권이 필요해 등록해서 실제 제품과 특허 내용이 다른 경우도 많고, 기업이 자사 특허의 내용을 제대로 모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특허용어를 숙지하고 명세서 읽는 법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특허업계 특유의 용어를 몇 개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모든 분야처럼 특허업계에서도 다른 분야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관행과 용어가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별 것 아닌데 용어가 낯설다보니 괜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실제 업계에서 사용하는 자주 사용하는 용어를 먼저 짚어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명세서 읽는 법을 다루었습니다. 특허명세서의 구조가 독특하긴 하지만 영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테크닉을 익히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허명세서를 읽을 줄 알아야 공개된 특허를 활용해서 기술향상도 시키고, 등록된 특허가 진짜 기업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도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특허의 가장 기본적인 상식인 특허등록요건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특허브랜딩의 의미를 되짚어보았습니다.


2장과 3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제품과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특허를 통해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풀어보았습니다. 2장은 주로 특허브랜딩의 내적인 면, 즉 제품력 자체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고, 3장은 특허브랜딩의 외적인 면, 즉 기업의 외관적 가치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2장에서는 공개된 특허를 검색하고 선별해서 구상 중인 기술이나 제품을 내적으로 풍부하게 개발해나가는 과정을 가상의 사례를 통해 풀어 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충실한 내용으로 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제품의 진정성 획득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특허를 통해 사업모델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낯설게 느낄 수도 있고 실제로 이렇게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창업하는 많은 기업들이 실제로 이렇게 사업을 구상하고 정교화한 다음 창업합니다. 이미 사용되는 방법에 단지 '특허브랜딩'이라고 이름을 붙인 것 뿐입니다.


자, 이제 남들은 이미 모두 다 하고 있다는 특허브랜딩, 과연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시작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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