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는 감자바라기입니다. 감자의 행동을 따라 하고, 감자를 따라다닙니다. 감자는 그런 블루가 귀찮습니다.
하빌 핸드릭스 박사가 고안한 이마고 부부관계치료에 따르면, 어린 시절의 경험이 배우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무의식적인 영향을 끼치고, 성인이 되면 치유와 자기완성을 위해 어린 시절의 결핍을 채우려는 욕구를 가진다고 합니다. 1)
어린 시절 우리는 생후 18개월 무렵까지 양육자와 애착을 형성하고, 18-24개월까지 우리만의 세계를 탐험하며, 이후 만 4세까지 우리가 누구인지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4-6세 사이에는 얼마나 힘과 능력이 있는지 시험하고자 하는 발달단계를 거칩니다. 각 단계에서 상처가 되는 결핍을 경험하면 상황에 맞는 방어를 하게 되고, 같은 발달 단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서로를 배우자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1)
탐험 단계의 경우, 부모는 아이가 부모를 벗어나서 탐험을 할 때 마음껏 나아갈 수 있도록 놓아주되, 불안하지 않도록 뒤에서 버텨주어야 합니다. 이때 과잉보호를 하게 되면 아이는 숨이 막히고, 생존을 위해 도망가게 됩니다. 아이는 성장하여 자신을 숨 막히게 하는 것이 있으면 도망가는 자(distancer)가 됩니다.
또 부모가 탐험 단계에서 아이를 지켜봐 주지 않고 떠나면, 아이는 보호받지 못하는 소홀함(neglect)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버림받는 것까지는 아니나 아이에게 상처가 됩니다. 아이는 성장하여 자기를 위해 있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끼면 돌봐줄 사람을 찾아다니게 됩니다. 이를 쫓아가는 자(pursuer)의 기질적 특징이라고 봅니다.
도망가는 자와 쫓아가는 자는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고 결혼하고자 합니다. 한 사람은 공간과 자유에 대한 욕구를, 다른 사람은 관심을 얻으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서 서로의 욕구가 충돌하는 순간 두 사람은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하게 됩니다. 도망가는 자는 그저 숨이 막히기 때문에, 쫓아가는 자는 그저 소홀함을 느끼기 때문에 끊임없이 싸웁니다. 설령 부부가 이혼한다고 해도 각자는 다음 배우자로부터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게 됩니다.
저희 부부는 평소에는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지만, 다투고 난 뒤에는 남편은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고, 저는 계속 싸우더라도 함께 있고 싶어 했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남편은 싸운 뒤에 저와 함께 있는 것을 매우 숨 막혀했고, 저는 남편 없이 홀로 있는 것을 고통스러워했습니다.
한 번은 다툰 후에 남편이 무언가를 사러 혼자 다른 길로 갔다가 30분 후에 다시 만났는데, 방금 싸운 사람답지 않게 기분이 나아져 있었습니다. 보통은 4-6시간 정도 걸리는데 말이지요. 저는 다소 힘들었지만 공원을 걸어야 했기에 힘든 마음을 그럭저럭 잊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걷기' 자체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30분 뒤 만난 남편은 제게 "내가 잠깐 자기랑 떨어져 있으니까 금방 기분이 나아지고 화해할 수 있는 것 같아."라고 했습니다. 적어도 다툼 뒤에는 남편은 distancer, 저는 pursuer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제는 서로가 타협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먼저 '1시간 정도 후에 얘기하자. 그보다 길어지면 내가 힘들어.' 뭐 이런 식으로요.
감자는 distancer, 블루는 pursuer인 걸까요? 둘은 본능적으로 움직이니 그저 웃을 뿐입니다. 싫으면 발로 차고 좋으면 쓰다듬고요. 고양이 두 마리의 추격전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참고한 책
1. 릭 브라운 저/오제은 역, 이마고 부부관계치료 이론과 실제, 2009,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