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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eet little kitty Apr 24. 2024

비만을 그린 그림들

소아비만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오늘 다룰 주제는 소아청소년의 비만입니다.


비만은 열량의 섭취가 소비보다 많아서 나타나는 체지방의 축적입니다. 인간은 진화 과정에서 에너지를 지방 조직에 효율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유전자(thrifty genotype)가 생존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힘든 육체활동 없이도 음식을 얻을 수 있고, 신체활동은 예전보다 적어 비만에 노출되기 쉽습니다.


중세에서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비만한 체형을 그린 그림은 꽤 있지만 소아청소년의 비만을 다룬 그림은 많지 않습니다. 그중 스페인의 카를로스 2세 때 후앙 카레노 데 미란다(Juan Carreño de Miranda, 1614 -1685)라는 화가가 Eugenia Martinez Vallejo라는 비만 아동의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1674년, 스페인 어느 작은 마을의 가난한 가정에서 한 소녀가 태어났습니다. 출생 시 체중은 알 수 없으나 생후 1년 경 25kg, 만 6세경 70kg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국왕 카를로스 2세는 소문을 듣고 궁정으로 소녀를 불러서 초상화를 그리게 했습니다. 현대에 와서 볼 때 Eugenia는 유전자 관련 질환인 Prader willi 증후군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Prader Willi 증후군은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염색체의 부분결실로 인해 출생 시 심한 근력저하, 비만, 저신장, 생식샘 저하증, 지능저하 등이 나타나는 복합 질환입니다. Eugenia는 왜소증이나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들처럼 호기심의 대상으로 특별한 날에 볼 거리를 제공하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25세까지 살았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1)


 

The Monster-dressed, Juan Carreno De Miranda 1680  Prado Museum

왕은 소녀의 벗은 몸도 한 편 더 그리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아동학대이자 심각한 인권 침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The Monster- nude

그러나 중세시대에는 비만이 미덕이기도 했습니다. 루벤스 (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그림을 보면 술의 신 바쿠스를 그린 그림도, 삼미신을 그린 그림도 대체로 비만체형에 가깝게 그렸습니다. 음식이 귀하 시절 통통하고 큰 체형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습니다.


루벤스, ‘바쿠스’, 1638~1640,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박물관

루벤스의 바쿠스를 잘 살펴보면 목의 접히는 부위에는 비만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흑색 색소침착(Acanthosis Nigricans)과 복부의 자색선조(striae)가 보입니다.


루벤스, 삼미신(The Three Graces), 1635, 프라도 미술관

    

소아 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입니다. 최근 40여 년간 세계적으로 20세 미만 소아청소년 비만은 약 8배 정도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1997년과 2005년에 실시된 신체계측 사업의 자료에 따르면, 2-18세에서 비만은 1.7배 증가하였습니다. 여자보다는 남자에서 비만이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7-12세에서 비만의 증가폭이 가장 컸습니다. 2) 현재 소아청소년 과체중은 5명 중 1명, 비만은 10명 중 1명 정도로 나타납니다. 3)


소아청소년 비만의 진단 방법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체질량지수(BMI)입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데, BMI 지수는 체지방률을 잘 반영하고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와 관련되므로 비만을 평가하는 도구로 가장 널리 쓰입니다.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성별, 연령별 기준의 85백분위수 이상 95백분위수 미만일 경우 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일 경우에 비만으로 정의합니다.  또 95백분위수의 120% 이상 또는 99백분위수 이상고도 비만라고도 합니다.


현대 사회의 환경 변화를 보면 대개의 가공식품은 고열량, 지방과 단순당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포도당은 섭취하면 식욕을 조절하고 음식 섭취를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으나 과당은 이러한 기능이 없어 비만의 위험도를 증가시킵니다. 통곡물보다 백미를 많이 먹는 경우에도 비만의 위험도가 증가합니다. 3)


또 현대인은 대체로 좌식 생활을 하며,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량이 늘고 체육 활동은 줄어듭니다. 방과 후에는 학원에서 시간을 주로 보내고, 쉴 때에는 주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므로 신체 활동에 할애할 시간은 더욱 줄어듭니다.


성인뿐 아니라 소아청소년 역시 수면이 부족합니다. 만성 수면 부족은 렙틴이라는 호르몬 수치를 감소시키고 그렐린을 증가시켜 공복감과 식욕이 증가합니다. 또 교감신경 활성도를 변화시켜 인슐린 감수성과 포도당 내성을 감소시킵니다. 3)


소아청소년 비만은 유전과도 관련이 깊습니다. Fat Mass Obesity 유전자는 소아의 체지방과 연관이 있습니다. 또 앞서 설명드린 Eugenia의 경우 Prader Willi 증후군은 유전자 단위에서 채워지지 않는 식욕과 음식을 갈망하게 만드는 행동이 일어납니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중요한 이유는 대사증후군,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 지질혈증,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동맥경화, 관절질환, 정신, 심리적 문제 반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성인 비만으로 옮겨갈 수 있으며 성인 비만 시 치명적인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2010년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소아청소년기의 비만으로 인한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은 총 1조 3,638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비만 관련 질환 중 손실 규모가 큰 3개 질환은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 뇌혈관 질환이었으며, 남자가 여자보다 손실 규모가 컸습니다. 반대로 비만을 예방했을 경우 건강보정수명이 늘어나고, 의료비가 감소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4)


특히 고도비만의 경우 정상체중 아동보다 우울증, 불안, 주의력결핍 장애, 섭식장애 등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경향이 더 높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고도비만 청소년은 우울증 발생률이 중등도 비만 청소년에 비해 3배, 불안은 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폭식은 비만보다 고도비만 아동에서 더 높게 나타납니다. 따라서 체중관리를 위해서는 우울증, 불안, 주의력결핍 장애, 섭식장애에 대한 선별검사 등을 통해 평가하고 도움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4)




소아청소년 비만의 치료로는 생활습관 개선 요법이 우선인데, 여기에는 건강한 행동에 대한 지원과 부모의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키 대비 체중을 10% 감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초기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인슐린 저항성이 좋아지고, 비만 관련 질환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습니다.


신호등 식사 요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초록색 음식군은 제한하지 않고, 노란색 음식군은 주의해서 먹으며 빨간색 음식군은 되도록 먹지 않는 방법입니다. 대개 눈에 보이는 곳에 붙여 놓고 매일의 성과를 기록해서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당분이 포함된 음료수를 제한하는 습관이 필요한데, 마트에서 묶음으로 파는 음료수를 사 오면 절제하기 힘듭니다. 저는 번거롭더라도 먹고 싶을 때 아이와 함께 걸어가서 사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운동은 최소 30분 이상, 주 3회 이상 유산소 운동을 권장합니다. 신체 산소 소비량은 처음 15분간은 당질을 연소시키고, 그 후에는 지방을 연소시키기 때문입니다. 3) 운동은 쉽게 시작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하는 운동을 해야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네요.


약물요법은 생활습관 개선요법만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 아동에서 고려합니다. 10세 이상이면서 체질량지수가 95백분위수 이상이고 체중과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 동반 질환 유무와 관계없이 체질량지수가 95백분위수의 120% 이상인 경우가 포함되며, 생활습관 개선요법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합니다. 4)




콜롬비아 출신 화가 페르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 1932-2023)는 대부분의 인물을 풍만하고 동글동글하게 그렸습니다. 비만한 체형을 그렸지만 조롱이나 적개심 없이 따뜻하게 그린 것이 특징입니다. 남미 사람들의 체형이 풍만한 경우가 많기도 하고, 화가가 어린 시절 빈곤했기에 풍요로운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해석도 존재합니다.


Fernando Botero, The Musicians, 1991


비만 아동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도 그와 같기를 바니다. 체중을 조절해야 하는 이유는 비만이 부끄럽기 때문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면 아이는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체중관리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체중관리를 위해 노력하는 소아청소년들과 그 가족들을 응원합니다.



참고문헌


1.https://en.wikipedia.org/wiki/Eugenia_Martinez_Vallejo

2.Jae Hyun Kim, Overview of pediatric obesity: diagnosis, epidemiology, and significance, J Korean Med Assoc 2021 June; 64(6):401-409.

3.안효섭,신희영.홍창의소아과학.12판.미래엔,2020.

4.Lindsey Yoojin Chung, Young-Jun Rhie, Management of severe pediatric obesity, J Korean Med Assoc 2021 June; 64(6):416-424.



커버이미지


 Fernando Botero, A family,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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