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
‘여행의 이유’를 캐다 보니 삶과 글쓰기, 타자에 대한 생각들로 이어졌다. 여행이 내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 여행의 이유, 김영하 -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의 작가의 말의 일부입니다. 위의 문장 외에도 작가가 여행을 가는 여행의 이유는 다양합니다. '나의 정체성을 잠시 잊기 위해', '주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돌아갈 곳을 알기 위해' 등이 있죠.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도망가기 위해, 추억을 쌓기 위해, 새로운 세상을 보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모든 것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여행의 이유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나의 여행의 이유는 나를 알기 위해서다.'
여행이 내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그 순간에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 준비부터 귀국까지의 모든 순간이 쌓여 하나의 여행이 되고, 그렇게 쌓인 경험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제 여행의 이유를 정리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유도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여행의 이유를 물어보기 시작했어요. 스무 개가 넘는 이유들은 크게 '휴식'과 '경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비율은 달랐지만, 그 안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 있더군요.
그중 기억에 남는 답변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시옷 : 학생 때는 여행을 싫어했는데, 이제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떠나. 물리적으로 멀어져야 진정한 휴식으로 느껴져.
기역 : 학생 때는 경험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보상에 더 가까워. 연초에는 열심히 일하다가 여름쯤 지쳐서, 연말 여행을 항상 계획하는 것 같아.
리을 :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알기 위해서.
히읗 :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더 넓은 세상을 느끼기 위해서!
이응 :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느끼는 게 좋아! 국내여행은 그 느낌이 덜해서 잘 안 가게 되더라...
니은 : 나는 일상을 균열내기 위해서 나가. 그 틈에는 새로운 것이 들어오고, 나는 여행에서 새로움을 마주하는 나를 봐.
'여행질문'을 통해 나만의 여행을 정의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저를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서나 사회생활 등 자아를 성장시키는 방법은 많지만, 여행만큼 직관적이고 즐거운 도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기로 다짐했어요. 저에게는 이러한 자기 이해의 과정이 치유의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여행 질문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질문을 수집하는 중이며, 베타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카드를 다듬고 있습니다. 내년 3월 한국에 돌아가면 이 카드를 활용해 소모임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완성된 카드는 크라우드펀딩으로 공개할 예정이고, 여행을 주제로 한 새로운 창작물 (책, 워크북, 영상 등) 도 구상 중입니다. 자세한 소식은 인스타그램에서 전할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지금까지. 초초야의 '여행질문'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만간 또 재미있는 시리즈로 찾아오겠습니다! 즐거운 연말 되세요!
초초야 : 여행은 나를 알아가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