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 워런 버핏은 이 질문에 대해 단호하게 말한다.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투자하라.”
그렇다면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란 무엇일까? 이는 중세시대 성을 둘러싸던 ‘해자(垓字, moat)’ 즉,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방어 수로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늘날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해자는 경쟁자로부터 자사의 시장 지위를 방어해주는 강력한 진입 장벽을 의미한다. 브랜드 가치,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높은 전환비용, 특허와 규제 장벽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이러한 해자는 단기적 유행이 아닌, 장기적인 경쟁 우위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폰은 분명히 기능적으로 뛰어난 스마트폰이지만,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이다. ‘애플 생태계’ 안에서 아이폰, 맥북, 에어팟을 끊김 없이 연결하며 느끼는 만족감은 그 어떤 스펙보다 강력하다.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려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 습관, 앱 환경을 모두 버려야 한다. 이처럼 높은 전환비용 또한 경제적 해자의 중요한 형태다. 결국 사람들은 “좋을 뿐만 아니라,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버렸기 때문에” 애플을 계속 선택하게 된다.
최근 한국경제 기사에 소개된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 역시 경제적 해자의 전형적인 사례다. 닌텐도는 콘솔과 게임 콘텐츠 양쪽 시장에서 모두 강한 존재감을 보인다. 특히 콘솔 시장에서 소니와 함께 세계 시장의 85%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점유율이 1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러한 독점적 위치는 단단한 해자와도 같다. 덕분에 닌텐도의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우상향했다.
이처럼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은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강력한 브랜드와 기술력, 그리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기반으로 꾸준한 수익을 낸다. 그래서 우리는 닌텐도처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 즉 경제적 해자를 가진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심하지만, 해자를 가진 기업은 그 변동성 속에서도 오래도록 살아남고, 돈을 벌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이것이 버핏이 강조한 진짜 투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