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전, 자녀와 함께 장난감 가게에 들렀다. 네 살배기 남자아이라 자동차 코너나 공룡 장난감에 빠질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인형 코너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아이의 시선이 멈춘 곳엔 알록달록한 캐릭터 인형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고, 그 이름도 독특한 ‘하츄핑’, ‘조아핑’, ‘믿어핑’, ‘말랑핑’ 같은 것들이었다. 무려 133가지나 되는 ‘티니핑’ 캐릭터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남자아이가 웬 인형인가 싶었지만, 간절한 눈빛으로 인형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고 결국 하나 사주기로 했다. 그리고 가격을 확인한 순간, 나는 화들짝 놀랐다. 4만 원이 넘는 가격. 그제야 알았다. 이게 소문으로만 듣던 ‘파산핑’이구나.
자녀가 없는 사람이라면 잘 모를 수 있지만,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는 ‘티니핑’ 열풍이 거세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이 캐릭터 시리즈를 ‘파산핑’ 혹은 ‘등골핑’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들이 100개가 넘는 피규어를 다 모으겠다고 졸라대는 바람에, 부모들 지갑에서 돈이 술술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장난감 가게에 다녀온 날 이후로 티니핑이라는 이름을 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사이 이 캐릭터의 제작사인 SAMG엔터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표작인 ‘캐치! 티니핑’의 흥행 덕분에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 4분기엔 영업이익 90억 원, 올해 1분기에도 6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특히 작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사랑의 하츄핑’이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라이선스 계약과 캐릭터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쉽게 말해, 아이들이 티니핑을 좋아한 만큼, 회사도 함께 성장한 것이다.
실적이 오르면 주가도 따라오게 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SAMG엔터의 주가는 무려 652% 상승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주가를 이끌었다. 상반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0억원, 2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최근에는 K팝 걸그룹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K-콘텐츠 전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그 수혜가 SAMG엔터 같은 콘텐츠 기업 주가에 또 반영되었다. 실로 대단한 상승세가 아닐 수 없다.
결국 투자의 기회는 생활 속에 있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긴다. 6개월 전, 아이와 장난감 가게에 들어섰을 때, 아이가 인형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 짧은 순간이 사실은 기회의 문 앞이었다. 인형 가격을 보고 놀라며 ‘이 캐릭터 만든 회사가 어디지?’라는 작은 호기심만 품었더라면, 지금쯤 나는 10배 수익을 거둔 투자자로 강연 무대에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세요. 투자의 기회는 그 속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말이다. 그러나 그때 나는 궁금증 대신 인형을 집어들었고, 지금도 우리 아이는 그때 사준 반짝핑 인형을 소중히 안고 잠든다. 그 귀여운 모습을 볼 때마다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지만, 또다른 세상을 가질 수도 있을 뻔(?)했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은 어쩐지 쓰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