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내와 함께 이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직장 문제로 도시 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해보자고 했더니, 아내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시골에선 못 살아."
이유를 묻자, 아내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로켓배송이 안 되는 지역에서는 못 살아. 마켓컬리 샛별배송도 안 되잖아."
순간, 웃음 반 충격 반이었다. 편리한 배송 서비스 하나가 거주지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니,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유통의 변화는 곧 삶의 변화다. 우리 할머니 세대는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봤다. 우리 엄마 세대는 대형 마트를 이용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아내 세대는 집에서 클릭 한 번으로 장을 본다. 시장이 화면으로 들어왔고, 장바구니는 앱으로 옮겨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편의성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철학이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대형 마트의 매출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온라인 쇼핑과 TV 홈쇼핑의 성장률은 대형마트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세상은 빠르게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고, 그 변화는 유통 산업에 가장 먼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소비자의 습관 변화에 그치지 않고, 주식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의 대표 주자였던 월마트(Walmart)는 지난 20년 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탄탄한 유통망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미국 소매 산업의 거인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변화의 속도에 있어서는 다소 더뎠다. 반면, 아마존(Amazon)은 디지털 전환의 물결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고, 온라인 중심의 플랫폼 구축에 집중했다. 그 결과, 같은 기간 동안 주가가 무려 100배 이상 상승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다.
투자는 결국 '흐름'을 읽는 사람의 것이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부채비율을 따져보는 일은 분명 투자에서 중요한 기본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큰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진짜 중요한 것은, 세상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감지하고 그 흐름 위에 올라탄 기업을 포착하는 통찰력이다. 만약 회계 분석 능력이 전부였다면, 세계 최고의 투자자 순위는 모두 회계사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래를 상상하고, 변화의 방향을 먼저 읽어낸 사람들이 시장을 선도해왔다. 투자에서 진짜 승자는 숫자 뒤에 숨은 ‘이야기’를 읽는 사람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과거를 말하지만, 투자자는 미래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숫자만 바라보는 투자자는 어제를 보고 투자하지만, 흐름을 읽는 투자자는 내일을 미리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