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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hmack Oct 30. 2022

다섯 번째 생일 선물

Oct 28, 2022

그것은 감기.


기관에 다니지 않아도 피할  없는 운명이다. 놀이터일 수도 있고 슈퍼마켓일 수도 있고 버스든 기차든 어디에서나 얻을  있는 소중한 면역력 지킴이.​


예전에 그러니까 에단이가  살도   되었을  돌치레 한다고 무진장 아픈 적이 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붙잡고 얼마나 온도계로 귀를 후벼 댔는지 이건  아이를 위한 건지 온도계 디스플레이로 보이는 숫자를 향한 집착인지. 온도가 낮다고  아픈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재고 재고  재다 뭔가 뒤틀렸는지 온도계를  그대로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온도계 위에 달려있던 연두색 개구리목이 댕강 떨어져 나갔는데 어찌나 시원하던지.  뒤로 아이를  안았더니 체온이 그대로 느껴지면서 숫자를  필요도  필요도 없었다. 몸과 몸이 닿으니 온도계가  것이다.​


한동안은, 기관에 보내면 감기를   내내 달고 사는데 우리 애는 안 가니까 얼마나 다행이냐 생각했던  무색해질 만큼 에단이도 종종 감기에 걸리는  보며 마음이 매우 불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필요한 아픔은 몸과 마음을 성장하게 한다는 .  아이 건강하다고 자랑할 일도, 아프다고 낙심할 일도 아니며 그저 지금을 충실히 헤쳐나가는  견뎌나가는  최선이라는 걸. ​


보통 에단이는 아프더라도 징징대며 돌아다니는 아이였는데 어제는  달랐었다. 정말 추욱 쳐져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없고 걸을 힘도 없다고 했다. 헬륨 풍선 다섯  받을 이번 생일을 고대하고 고대했건만. 할머니한테 보내드릴 사진   건지고 그대로 뻗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양말 신으라고 했잖아 모자 쓰라고 했잖아 지금 상황에 아무 쓸모없는 말들이 계속 튀어나오려고 하는  간신히    만에 멈췄다. 약을 줘서 열을 내리고 밥을 먹여서 힘을 나게 해 줘야지 등의 생각은 그저 나의 생각, 내가 그걸 해야지만 내가 편해지는 일말의 구린 이기심임을 알아차리고 뜨끔했다. 그래 아이한테 물어보자. 너에게 지금 필요한  뭘까. 엄마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


안아줘. 그리고 머리카락 빗어줘.


 안아서 온도를 측정해 본다. 뜨겁긴 하지만 병원  정도는 아니다. 안은 아이를 그대로 들고 매트리스에 옮긴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겨주니 아이 눈이 감길락 말락.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로 계속 빗어넘기며 지금 너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열은 감기 바이러스와 에단이 면역력이 만나 싸우고 있는 중이라 말해줬다. 설명을 하고 나니  내리게 하는 쿨링 패치를 이마에 붙이자고 제안했던 5  상황이 미안해졌다. 너는 이미 알고 있었구나. 붙일 필요 없다는 . 싸워서 이겨내야 한다는 . ​


그렇게 정말 하루 종일 에단이는 싸웠고 이겨냈다. 완전히 회복된  아니지만 열이 내리니   같나 보다. 어제 아파서  가지고 놀았던 선물들을  억울함을 보상받으려는  신나게 가지고 논다. 고모가 생일 선물로 맡겨둔 강아지 수키와 산책도 하고 먹이도 넉넉히 줬다. 그리고 어제  먹은 만큼 그만큼 그대로 오늘 먹었다. ​


어제 하루 내가 아픈 아이를 위해 한 건 별게 없다. 안아줬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줬고, 아이가 누운 그 옆에 나도 가만히 누워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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