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10, 2020
나는 이 아이를 병원의 방해 없이 낳고 싶었다. 나름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보며 준비를 했지만 결국은 양수가 일찍 터져 공사 중인 병원으로 향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한 반대의 환경 속에서 아이는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감염 위험이라는 이유 속에 나쁜 세균뿐 아니라 좋은 세균 또한 모조리 다 죽여버리는 항생제를 그 작은 몸에 담게 되었다. 나도 아이도 극도의 긴장감과 불안 속에서 생애 최대의 일을 겪게 되었던 그 순간은 나에게 그리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아쉽게도.(하지만 나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었다면 내가 어떠한 엄마가 되었을지 알기에 너무 다행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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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정말 많이 울었다. 그리고 아이 따라 나도 정말 정말 많이 울었다. 좋은 시작을 열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계속 울어대는 아이를 향한 미움으로 바뀌는 것을 보며 좌절하고 나아지고를 반복했다. 지금에야 이렇게 정신 차리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와 아이를 옆에서 보살펴 준 그에게 갑자기 고마움이 몰려오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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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혼자였을 때 막연히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계속해서 느껴가며 (답은 없는 것이고 적어도 나랑 함께 살고 있는 아이에 한해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하기로 했고 여전히 노력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때로는 타협하기도 하고 짧게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하지만 뭐 그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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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내 몸을 통해 나왔지만 내 것이 아닌 이 존재가 조만간 자신의 사랑을 위해 내 곁을 떠나 그 사랑을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멋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