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2, 2019
생리 전 증후군 기간도 아닌데 눈물샘이 폭발한다.
단지 낮잠을 거른 에단이에게 짜증과 화를 분출하고 난 후의 자책감만은 아닌 것 같고.
이른 저녁잠을 재우고 옆에 누워 가만히 숨소리를 듣는데 뭔가 힘든 하루를 보낸 것 같은 작기만 한 아이가 너무 짠해서 마음이 아려온다.
고작 이년남짓 산 세상인데, 매일매일 새로운 걸 배워야 하고 말 좀 하기 시작했다고 다 이해할 거라 생각하는 어른들 때문에 부담이 가기 시작하겠지.
겨우 기본적인 것만 해결해 주는 보육 수준의 육아인 것만 같아 뜨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고, 그래도 엄마이니까 엄마의 본능을 따라 하는 것들에 가끔은 어영부영 흐지부지 넘어가려다 결국에는 본능이 맞았음을 항상 확인하고, 미안한 마음에 용서를 구하고, 그렇게 또 용서를 해주고, 내 손을 잡아주는 너.
내 손가락 조물조물 거리며 자는 것이 내가 내 손을 내어준다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말 안 듣고 까불면 잠잘 때 엄마손 안 줄 거야 라며 협박 아닌 협박을 했었는데 오늘 불현듯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엄마임을 잊지 말라며 나에게 손을 내어준다. 그리고는 손가락 마디마디 손톱 하나하나 확인하며 엄마가 자신의 곁에 밤새 머물러줄 거라 확신한다.
25개월 인생 에단이에게 이 세상은 어떤 느낌일까, 어떤 온도에 어떤 색깔일까, 어떤 향기에 무슨 맛이 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