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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사 Mar 10. 2022

두 살 어려진다고요?

주간 오공사 #10

나이 27살. 어리지 않지만 젊고, 무언가를 책임지기에 아직은 벅찬 나이. 나이가 들수록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던데, 예외 없이 나 또한 매년 나이가 들수록 20대 중반으로, 20대 초반으로, 멋모르던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되었다.


올해가 시작되고 이제 진짜 20대 후반에 들어섰다는 생각과, 지금부터 무언가를 바꾸기에는 조금 늦었나? 하는 스스로를 후려치는 생각이 조금씩 싹텄다. 아무것도 아닌 나 자신이 여기서 어떻게 무언가를 만들어나갈지 막막해하는 사이 겨울의 끝자락이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웬걸? 문득 인터넷 뉴스를 보는데 우리나라에 만 나이가 도입될 예정이란다. 갑자기 떡국 두 그릇을 반납하게 생겼다. 스물일곱이 스물다섯이 된다. 20대 후반이 20대 중반이 된다. 이 사실이 잠깐 기쁘다가도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내 나이가 줄어들면 나는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아직 정확하게 모르겠어서.


나는 사실 그냥 어려지고 싶은 게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많은 선택지를 잘 선택하고 싶었고, 어린 시절에 할 수 있는 리스크가 적은 도전들이 그리웠을 뿐. 돌아만 갈 수 있다면 뭐든 욕심내서, 용기 내서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적어도 20대 중반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퇴사도 한번 해보고, 장기 여행도 한번 가보고, 새로운 것들도 배워가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내가 다시 25살이 되면 그럴 수 있을까?


tvn 예능인 <꽃보다 누나>에서 윤여정, 김희애 두 여배우들은 다시 20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다. 젊은 날을 누구보다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낸 사람들은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녀들의 지나온 세월은 충분히 빛나 보였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우린 그 시간을 나에게 투자를 할 수도 있고, 낭비할 수도 있다. 명언들처럼 모든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나에게 투자하지 못한 게 아쉬웠던 게 아니라, 과감한 투자/ 과감한 낭비를 못해보고 지나온 시간이 아까웠다.


'내가 살아갈 모든 날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말을 참 좋아했는데, 만약 만 나이가 진짜 나이가 된다면, 이 글을 읽는 모두가 하늘에서 떨어진 선물처럼 젊음을 선물 받는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시간을 거슬러본다면 이런 일을 해볼걸 하고 후회하는 일들을 떠올리고 젊음의 리본을 풀어서 사용하자. 사회적인 나이가 어려진다고 해서 사실 많은 게 변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오늘보다 젊어질 미래에는 모두가 잠깐의 청춘을 느꼈으면.



이전 09화 끝까지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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