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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사 Mar 09. 2022

끝까지 미룹니다.

주간 오공사 #9


작가 소개에도 써놓았지만, 모순에 생명을 주면 내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수시로 할 정도로 나는 모순된 사람이다. 둔하지만 예민하고, 대충 살고 싶지만 인정 받고 싶은 사람.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모순을 안고 살겠지만, 뭔가 유달리 모순적인 사람. 학창 시절에 은근히 많이 들었던 말은 넌 똑똑한지 바보 같은지 모르겠다는 말. 내가 지금까지 본 나는 특별하다기보다는 조금 유별나다.


사회인이 되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갈 때에, 사람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오공사 씨는 참 부지런하다.'인데, 알고 보면 나는 끝까지 미루는 게 습관이 된 사람이다. 다만 사람들이 나를 부지런하다고 착각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시간 안에 해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까지 서류를 전달드려야 한다면, 9시에 일을 시작한다. 생각하기에 최소 9시부터는 시작해야 10시에 전달을 드릴 수 있다고 대충 시간을 잡아놓고 미루고 미루다 턱끝까지 마감이 와야 일을 시작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어떻게든 해낸다는 점. 이게 참 웃긴데 시간 약속, 데드라인에는 또 예민한 편이어서 꼭 시간 안에 서류를 제출하기는 한다. 어린 시절 방학숙제도 방학이 끝나기 이틀 전 몰아치듯이 했던 것처럼 난 아직도 그렇게 모든 일을 끝까지 미뤄서 한다. 하지만 시험공부를 미루고 미루다 벼락치기를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 같은 요행이 어른이 되고는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미루어놓은 일을 단기에 일을 몰아서 하는 것은 운 좋게 적당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는 있지만 나의 베스트를 쥐어짜지는 못한다.  


나는 밥벌이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습득력이 빠른 학생, 습득력이 느린 학생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그게 실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성장 그래프는 계단형이라고 하지 않는가. 정체와 수직상승의 반복. 보통 습득력이 느린 친구들은 정체기가 긴 편이다. 다만 그 정체기가 긴 친구들이 미루지 않는 꾸준한 노력을 할 때에는 그다음에 올 수직 구간의 높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습득력이 빠른 학생들은 곧장 수직 상승을 하고 앞서 나가는 것 같다가도 다시 원상복귀가 될 때도 있다. 물론 누군가의 성장, 변화에는 이 외의 수많은 경우가 있다.


젊지만 어리지 않은 나이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보면서 느낀 점은, 꾸준함의 미학이다. 미루는 게 습관이 된 내가 제일 못하는 일. 무언가를 미리미리 꾸준히 해놓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만 알고 티는 나지 않을 지라도, 노력은 가깝고도 먼 미래에, 분명 어느 날에 티가나 게 되어있다는 것. 


 이 <주간 오공사>라는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도 분명 스스로 글을 자주 안쓸 것 같아서, 글 쓰는 일은 지금 내 생업이 아니니 셀 수도 없이 오래오래 미룰 것만 같아서였다. 다만 아직도 나는 주에 몇 회, 무슨 요일에 글을 쓸지 정하진 못했다. 이걸 정하면 언젠가 써지지도 않는, 마음에도 없는 글을 써야 할까 봐. 일단 주간이라는 타이틀을 달아놓았으니 자주 생각이 나겠지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시작했고, 일정하지는 않지만 나름 자주 생각이 나는 것 같다. 주에 1회, 2회 혹은 모순된 0회로 돌아올 수도 있는 내 글엔 미루지 않은 꾸준한 마음을 담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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