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오공사 #11
꾸준한 글감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꾸준히 쓸 수 있는 글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보았고, 지금까지 썼던 글들 중 질리지 않고 매번 새롭게 다뤄볼 수 있는 소재, 내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소재로 가사 리뷰를 선택했다. 그래서 무려 2라는 숫자가 붙은 제목이 탄생하게 되었다. 다만 이 가사 리뷰는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가다 보니 작사가님들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음을 미리 알린다.
오늘 가지고 온 첫 번째 곡은 <디오- 다시, 사랑이야>라는 곡이다. 사실 90년대생이라면 엑소라는 그룹에 제대로 미쳤던 시절을 다들 기억할 것이다. 디오에 대한 내 첫인상은 '목소리 톤이 좋다, 영어 발음이 찰지다.' 정도였고, 엑소의 곡에서 보였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컨셉추얼 하고, 강렬했다 보니 그가 솔로곡을 처음 냈을 때에 곡의 분위기, 가사가 일상적이어서 제법 놀랐던 기억이 있다. (*디오-괜찮아도 괜찮아) 그 후 그가 가지고 나온 앨범은 따스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곡으로 가득 차있었다.
지친 하루들도 오랜 외로움도
지나가는 것들이라
모퉁이를 돌아 만나고 싶은 건
또다시 사랑이야
이 곡은 '사랑에 상처받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바래져도 다시 사랑을 하고 싶다.'라는 문장으로 나에게 해석이 되었다. 그중 가장 좋았던 가사는 모퉁이를 돌아 만나고 싶은 건 또다시 사랑이야 라는 가사이다. 이 길의 끝이 아니라, 갑자기 꺾이는 모퉁이를 돌아 펼쳐질 새로운 장면에서 또다시 만나고 싶은 사랑. 이게 우리의 인생에 불쑥 찾아오는 사랑을 참 잘 표현하는 가사로 느껴졌다. 늘 그렇지 않은가. 모든 인연은 우연으로 가장되어 시작되기 마련이니까.
그대라는 더 큰 세상이야
눈을 마주 보고 손을 마주 잡고
함께 나이 들어가고
마지막도 함께하고 싶게 하는 건
그대란 사랑이야
위 가사는 이 곡의 가장 마지막 후렴구 가사인데 이곳에서는 그대라는 지칭이 나온다. 이 곡의 앞에서는 [누군가]라는 말로 사랑의 대상을 표현하여 모호함을 주고, 사랑과의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대]라는 지칭이 나오면서 사랑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을 준다.
그대라는 더 큰 세상이야 이 가사에서 사랑은 내 세상과 누군가의 세상이 연결되는 일이라는 걸 말하는 듯하다. 사랑은 누군가의 세상을 여행하고 더 큰 세상을 알게 되는 일이니까. 예상치 못한 멋진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는 것, 그걸 사랑이라고 표현하는 듯한 가사가 곡의 종반에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곡의 진짜 마지막 호흡엔 하이라이트가 나온다. 생각조차 생소한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도 사랑하는 그대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 주제를 내포하지만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말로 이 곡은 마무리된다.
두 번째 곡은 <새소년-난춘>이다. 어지러울 난에, 봄 춘. 어지러운 봄이라는 뜻이라는 이 곡은 작가의 플레이리스트 붙박이 곡 중 하나이다. 어지러운 청춘을 보내는 젊음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같은 곡. 내가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포인트는 잘 될 거라는 말이 하나도 안 나오기 때문이다. 그냥 살아내고 견뎌보자는 담담한 어투가 더욱 공감되고 위로가 되고, 실제로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오 그대여 부서지지 마
바람새는 창틀에 넌 추워지지 마
이리 와 나를 꼭 안자
오늘을 살아내고 우리 내일로 가자
단연 이곡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이 부분의 가사를 외우고 있으리라. 바람새는 창틀에 부서지지 말자는 말이 어쩜 그리 현실 같은지. 바람을 막을 나만의 창이 없는 것도, 창틀이 부서진 것도 아니지만 찬바람이 술술 새는 게 꼭 내 허술한 세상 같아서. 그 찬바람 같은 현실에 한없이 추워져서 웅크리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말 같았다. 그 후에 창틀을 막아내라는 말이 아닌, 우리 꼭 안자라는 말. 사실 그 창틀은 고쳐지는 창틀이 아니란 걸 아는 듯 우린 꼭 안고 있으면 내일이 올 거라고 말하는 가사가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흔들리는 게 청춘이라면 나는 평생 청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이 곡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위로를 줬다. ODG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새소년이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이 곡을 불러주는 장면이 있는데, 하얀 커튼이 걷히고 곡이 시작될 때에 매번 벅찬 울림을 느낀다. 원래 곡을 알고 있으면 그 곡을 다시 듣고 소름이 돋기는 쉽지 않은데 참 신기하게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이런 감정을 느낀다. 아마 그 작은 14살 아이들이 옛날이 나 같아서였던 것 같다. 순수하지만 곧 세상을 더 알아갈, 분명히 흔들리게 될 어린날의 내가 생각났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나도 아직 이렇게 어지러운 날을 산다고 어린날의 나에게 새소년 같은 마음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다. 그냥 우리 오늘을 살아내고 내일로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