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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09. 2021

악플이 범죄인 줄 몰랐어요

무지(無知)를 핑계로 회피하려는 그들 

더 이상 참고 버티기만 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미지 훼손을 우려했던 그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이제 연예인들은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악플러들은 '몰랐어요'라고 변명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모르는 악플(?)


앞서 살펴본 IT 산물의 오용과 악용, 이 중심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있습니다. 상대를 속이거나 억누르려는 대화 양상이 도처로 퍼져나가고 있으며, 범죄자들은 24시간 이를 활용해 끊임없이 피해를 양산하고 있죠. 


이로 인해 누군가는 경제적 피해를 입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을 다치기도 합니다. 이들이 너무 옥죄여오면 결국엔 이 세상을 떠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합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지만, 가한 피해만큼의 처벌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세는 날로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악플은 기이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켰던 악플러들은 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현실에까지 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재산이나 생명을 위협하거나 성추행을 감행하기까지 합니다. 심지어는 테러 위협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범죄는 적발 시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범죄 현장이 포착되거나 증거가 충분하다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만 악플만큼은 예외입니다. 그 어떤 범죄보다 발생 빈도가 높고,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중범죄'임에도 매우 가벼운 조치만을 받고 풀려납니다. 재발 가능성이 충분히 높은 형태의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당황스럽게도 검거 시 그들이 하는 변명은 하나같이 '몰랐다'입니다. 다른 사람을 욕하고, 협박하고, 능욕하는 행위를 스스로가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죠. 일반적인 상식에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그들의 변명이 완벽히 틀리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우리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죠. 악플을 범죄라 인식하는 사람도 많지 않고, 심지어 악플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으니까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 법을 집행하는 이들이나 교육기관,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고민해야 할 부분입니다. 사람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범죄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사회적으로 그 범주를 정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최대한 널리 알려 모두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이미 늦을 만큼 늦었습니다. 잃은 소는 돌아오지 않더라도 그 안에서 커나갈 송아지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합니다. 남아있는 송아지들만이라도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시작은 '악플의 사회적 정의와 합의'일 겁니다.



집필을 준비하면서 꾸린 내용, 이 공간에서 쓸 내용 모두 지극히 한 개인이 생각한 의견에 불과합니다.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그 내용들은 모두 필요성과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구색을 갖출 뿐입니다. 피해자들만 고통받고 그치는 게 아니라 온라인과 맞닿은 모두가 이 시한폭탄을 하루빨리 제거했으면 하는 바람만 공감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악플을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악플은 도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멈추지 않고 댓글창에 악의적인 위협을 가하는 그들은 누구인지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다각도로 '설득'해보겠습니다. 악플이 얼마나 우리 현재와 미래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인지를.


피해자만이 알고 있는 악플의 본질


적어도 지금의 30대는 학창 시절에 온라인 문화 관련한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의 학창시절에는 IT 환경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으니까요. 그 이전 세대는 당연할 테고 말이죠. 지금은 교과 과정 내에도 일부 포함돼있고, 연간 의무교육 형식으로 추가적인 보완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과 과정을 살펴보고,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든 생각은 '현실에 끼치는 영향에 비해 다소 비중이 크지 않다'였습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한정된 시간과 내용 속에서 이론적인 부분이나 실용적인 것을 모두 가르쳐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아쉽습니다. 이미 어긋난 대화체계가 만들어버린 그릇된 가치관, 이를 현실에서 고스란히 표출하는 아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아이들뿐만이 아닙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워낙 악플이 일상에 노출돼있다 보니 악플러의 범주도 넓어졌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면 전파 속도는 더욱 빨라지겠죠. 문제는 여전히 그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범죄의 한 유형인지, 그리고 피해자가 어떤 기분이 들지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마 악플의 정확한 정의는 피해자만이 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악플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고 발생빈도를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합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악플을 공격하기 위한 글이니만큼 이 안에서만이라도 악플이 뭔지 규정해보려 합니다.


아시다시피 어원은 악하다는 의미의 한자 악(惡)과 대답을 의미하는 영어 Reply의 합성어입니다. 실시간 채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지금에서는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되는 악의적인 글 일체'과 같이 말이죠.


이미 악플이 일반화된 현재의 상황에선 단순한 개념 정리보다는 어떤 유형의 글들이 악플에 해당하는지를 구분 지을 수 있도록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손으로 선을 그어야만 하는 악플


어떤 글들이 악플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을까요? 첫째, 근거가 없는 지적입니다. 가령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유명인이 있다고 합시다. 이 유명인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싶다면 문제가 된 사건에 한한, 혹은 사건과 연장선상에 있는 부분만을 근거로 해야 합니다. 


이와 전혀 연관이 없는 내용이나 외모 등이 근거가 될 수 없는 거죠.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입증되지 않은 내용을  무리하게 사실인양 써내려가기까지 한다면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셈입니다. 이전에 소개했듯이 거짓 정보, 가짜 뉴스는 당사자에게 매우 뼈아프게 들립니다.


대다수가 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논지를 전개해야 합당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무분별한 공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겁니다.


둘째, 특정한 내용이나 요구가 과도하게 반복된다면 이 역시 악플입니다. 어떤 말이든 반복이 지나치면 듣는 이가 지치게 됩니다. 이를 받아들이는 대상이 일정한 선을 지정해준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떤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합니다.


내용이 응원, 격려 등과 같이 선의에 바탕을 뒀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악의에 기반했다면 심각한 범죄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외모에 대한 지속적인 비하와 상품화, 과도한 만남 요구 등과 같이 말이죠. 누군가에게 직접 전화를 걸거나 우편을 보내는 것만이 스토킹이 아닙니다. 선을 넘는 집착은 엄연한 위법행위입니다.


셋째, 내용을 구성하는 단어들에 욕설이나 공격적인 신조어 또는 비속어가 섞여 있다면 이 역시 악플로 간주해야 합니다.


악플 대부분이 오로지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의지로 가득합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목숨을 끊으라고 강요하는 메시지를 받은 이들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내용을 전달할 때 욕설, 비속어만큼 표현하기 좋은 도구가 있을까요? 악플러들은 부정적인 성향의 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런 단어들을 사용한다고 무조건 범죄는 아닐 겁니다.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도 서슴없이 쓰곤 하니까요. 그렇지만 이들 대화에는 암묵적인 '동의'가 전제돼 있습니다. 상호 유대가 바탕이 돼있기 때문에 보통 큰 문제없이 대화를 이어가곤 합니다.


그렇지만 대상이 동의하지 않은 채 전달하는 그것은 명백한 언어폭력입니다. 이를 명확히 자각하고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외모와 성을 비난의 주제로 삼은 글입니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악플 피해자 상당수가 외모로 공격을 받습니다. 이는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대부분이 철없는 학창 시절에 하는 그 정도 수준의 편견이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언어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되다 보니 학교에서 이뤄지는 언어 폭력도 우려스러운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과격해졌기 때문에 당하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감당하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온라인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할 수밖에 없겠죠. 연예인들은 직업 특성상 일반인보다 공격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습니다. 그들의 외모나 이미지가 하나의 상품이고 이에 따라 수익을 벌어들이는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기본 구조니까요. 그렇지만 그들의 실력과 노력이 외모와 직결되는 건 아닙니다. 두 요소가 합쳐졌을 때 그들의 가치가 완성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많은 악플러가 외모만을 공격하거나 이를 빌미로 실력과 노력까지 비하하기에 이릅니다. 일반인들을 향한 악플 역시 마찬가지죠. 이는 결코 옳은 행동이 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악플 유형입니다.


좀 더 많은 부분을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이쯤에서 정리해보려 합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하니까요. 실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한다면 더욱 다양한 부분이 악플의 범주에 포함될 겁니다. 피해자 중 용기 있는 누군가가 혹은 적극적인 대표자 누군가가 나서서 우리 사회에 걸맞도록 합리적 정의를 내려야만 합니다. 악플러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동의를 바탕으로 말이죠.


명확한 선을 그어 범죄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게 악플 퇴치의 첫걸음이 될 겁니다. 더 이상 '몰랐어요'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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