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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종영 Feb 10. 2021

악플러의 소중한 권리(?)

그들의 어불성설(語不成說)

그들은 주장합니다. 우리는 그저 부여받은 자유를 행사하는 거라고. 그 자유는 죄가 될 수 없다고 말이죠. 쉽게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표현의 자유, 그리고 모두가 지켜야 할 책임


인간에게는 하늘이 부여해준 권리가 있습니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것들이죠. 다양한 기본권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표현의 자유입니다.


악플러들은 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 권리는 책임을 다했을 때 부여되는 것이라는 점을요.

우리 모두가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활동은 최소한의 의무를 다하고 있기 때문에 영위 가능한 것들입니다. 납세의 의무를 지키기에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한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행동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약속을 서로 지킴으로써 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죠.


아마 악플러들과의 전쟁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될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부분일 겁니다. 악플을 실질적으로 제지한다면 자유 자체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그들은 주장하겠죠. 그렇지만 그들의 자유는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있기에 누려서는 안 되는 겁니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기본권 혹은 자연권 중 높은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생존권'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생존에 필요한 걸 보장받아야 하죠. 일상생활을 통제하고 있는 법 이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헌법 제30조에는 '타인의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명ㆍ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악플이라는 행위는 이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악플을 일삼는 악플러들을 범죄자라 칭하는 겁니다. 그들은 단지 생존권만을 위협하는 게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 경제권 등 다양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습니다. 


행위 어디에도 떳떳한 부분이 있을 수 없기에 그들의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겁니다. 불안요소라면 오염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각종 욕설과 비속어가 일상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이들일 겁니다. 그들은 하소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단한 욕설조차 쓰지 않고는 대화하기가 불편하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 부분은 스스로 정화해야 할 부분입니다. 욕설을 거침없이 쓰며 방송하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혹은 악플러의 댓글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욕을 드러내고 본다면 내용이 전달되지 않을 만큼 과도하게 사용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온라인뿐 아니라 일상 언어의 기틀조차 흔들리고 있는 시기인 만큼 그들의 자유는 일정 부분 제한해야 마땅합니다. 아무리 가해자의 인권까지 존중하는 나라라고 하지만 지속적으로 피해를 야기하고 있는 만큼 그들의 범죄행위에는 제재가 필요합니다.


비판 vs. 비난


그들은 또 다른 근거를 내세울 겁니다. 작성한 글은 순수한 비판과 설득의 과정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빈약한 주장일 뿐입니다.


대부분의 악플러가 비판과 비난을 혼동하고 있습니다. 그저 누군가를 공격해 본인이 속한 커뮤니티 내에서 주목을 받으려는 영웅 심리에 도취돼있습니다. 감정적인 전개로 일관된 그들의 글은 어느 한 구석도 건설적인 비판이라 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비판과 비난 모두 공격적인 색채를 띄는 대화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그 결은 사뭇 다릅니다.


비판(批判)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어떤 사안이나 대상에 대한 시비를 판단하고, 결론을 조율하기 위한 논리적인 대화 형태입니다. 비판은 '상대의 존중'에서 시작하며 당사자들은 건설적인 결론을 내려고 합니다. 상당히 이성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에 반해 비난(非難)을 한자어 그대로 해석하면 나쁘다고 하거나 싫어한다고 하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어감에서 느껴지듯이 감정적인 색깔이 강하죠. 비판은 쌍방 소통을 기본 전제로 합니다. 들어야만 토론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비난은 존중보다 '공격'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또 다른 두 대화의 차이는 '근거'에 있습니다. 비판은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항상 존재합니다만, 비난에는 별다른 근거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저 느끼는 감정 그대로를 쏟아내는 데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대부분 악플러의 행위가 비난에 속하지만 이를 비판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글과 청와대 민원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는 글들만 비교해봐도 그들의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습니다.


국가에, 청와대에 호소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감정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대부분이 어떤 부조리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니까요. 격앙된 상태일 확률도 높습니다. 


그렇지만 민원인들은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고, 육하원칙 등 논리적 전개에 기초해 의견을 게재합니다. 이 때문에 여러 사람의 공감을 이끌고 수십, 수백만 명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있습니다.


악플은 어떤가요? 그들에게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은 동일한 성향의 사람이거나 악플러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감정에만 호소하는 글, 더 나아가 논리조차 없는 내용을 흔쾌히 공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는 상호 간의 이해, 배려, 존중을 바탕으로 지속됩니다. 이 체제에서 아집(我執)은 균열을 만들어내기만 할 뿐입니다. 악플러 모두가 스스로의 틀에서 깨어나야만 합니다.


악플의 정의와 그들이 반박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까지 살펴봤습니다. 그렇다면 악플러는 어떤 사람들일까요? 다음 화에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범죄자의 실체를 가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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