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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Jul 19. 2022

소극적인 아이 놀이터 적응기.

기다려주기. 인정해주기. 함께해주기.


두려움은 미미할 때조차 강력하다. 자극이 엄청나게 위험한 것 일 때만 편도체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두려움의 전류를 뇌에 보내는 걸까? 실제로는 아주 희미한 자극, 심지어 자면서 들리는 공포영화 소리에도 편도체는 우리 의식보다 먼저 반응한다. 자잘해도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 일상적으로 반응하던 편도체는 지쳐간다.  


- 버츄프로젝트-








삼 남매 중 막내. 막둥이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막둥이는 복이 있나 봐요.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고... 그 언니 오빠의 사랑을 다 받고 자랐어요. 눈을 뜨면 언니가 와서 뽀뽀해 주고 옆을 보면 오빠가 와서 뽀뽀해 주고 그래서인가.. 밖에서 친구와 노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막둥이가 4살. 어린이집으로 보내는데 아이가 매일 저와 떨어지는 연습을 하지 못하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도 너무 억지로 떨어트리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연습을 해야 된다 했지만.... 결국 아이가 힘들어해서 한 달에 10번.... 5번.... 3번으로 등원 횟수가 줄어들었네요.



'그래. 아직 어린가 봐. 나랑 같이 있으면 되니 그냥 유치원 때 잘 보내자'  싶었어요. 


5살 유치원 입학. 다행히 조금 컸다고 친구들과 노는 거에 재미를 느끼나 봐요. 휴.. 저도 걱정했던 마음이 다행으로 변해갔어요. 6살이 된 어느 날 아이가 악몽을 꾸기 시작했어요. 아침에는 등원도 거부하고요. 며칠을 그러기에 자기 전에 한번 물어봤어요.



" 막둥아 요즘 무슨 일이 있어? 엄마한테 이야기해봐. 같이 고민하자~ "


" 아니 엄마 지수라는 친구가 있는데 자기 말을 안 들으면 친구들과 못 놀게 해.... 그리고 내가 거부하면 선생님이 듣지 못하게 귀에다 대고 무섭게 겁을 줘...."


" 아 지수라는 친구가 막둥이를 속상하게 하는구나? 귀에다 뭐라고 겁을 주는지 말해줄 수 있어? "


" 응... 내 말대로 하지 않으면 너 혼자 놀게 할 거니까 알아서 해라고 말해... "


" 아.... 그렇구나 그런데 말처럼 정말 그렇게 해?? "


" 나는 아직 안 그래 봤는데..... 소민이가 지수 말을 안 들어서 하루 종일 혼자 놀았어... "




아... 아이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아직 6살인데 뭘 알겠나 싶었어요.. 그래도 아이 말만 듣고 판단할 수가 없어 담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아이가..... 이런 말을 했거든요.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서 연락드려요. "


" 아 어머니... 맞아요 지수라는 아이가 지금 계속 문제가 되고 있어요... 막둥이가 많이 힘들어했구나ㅠㅠ 죄송해요.  그 집 부모님께 전화도 드려봤는데 나아지는 게 없어요... 큰 언니를 따라 하는 거라는 말뿐이라.. 저희가 지수를 잘 지켜볼게요.. "


솔직히 너무 화가 났어요. 문제가 되는 걸 그 집 부모가... 그냥 넘어간다는 게 화가 났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더라고요. 그런 일이 반복이 되었고 나는 계속 항의 전화만 남겼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말해줬어요.


" 지수가 또 친구들이랑 못 놀게 한다면 네가 큰소리로 말해봐.  앞으로 네가 우리랑 못 놀 거야!!! 하고 "


휴... 제가 말했지만 참... 내성적인 아이에게 뭘 바란 건지.... 싸우고 항의하고 친해지고를 반복 끝에... 학교에 입학했어요.


유치원의 기억이 나빴나 봐요.... 힘들어하더라고요...



입학 당일.. 저는 속으로 기도했어요.


'우리 막둥이 좋은 친구 많이 생기게 해 주세요...'


입학하고 하원을 위해 데리러 갔어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막둥이는 뭐........ 예상대로 혼자 쭈뼛쭈뼛 걸어 나와 우르르 놀이터를 향해 뛰어가는 친구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더라고요. 


저는 말했어요. 


" 우리도 놀이터 가서 놀까???"


"아니.. 집으로 가고 싶어.."


집에 와서는 아이가 축여서 있어요.  놀고 싶은데 못 논 것이 내심 속상한가 봐요. 


저는 그런 막둥이에게 


" 야~~ 용기 내서 다가가야지 그래야 친구도 사귀고 그러는 거야~~"


" 아니 엄마 내가 용기가 안 난다는데 용기를 어떡해 내?? 난 뭐 안 놀고 싶은 주 알아??? 진짜 너무해!! "


" 아니 엄마는 네가 안 노는 건데 맨날 뚱해 있잖아! 진짜 이상하다!!! "


" 그래 나 이상하다!! 말도 못 걸고, 인사도 못하고, 부끄러워서 다가가지 못하는 내가 이상하다 그래!!"


결국 저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만 거예요.. 힘들었던걸 알았는데도 말이죠... 아이는 더욱 소심해져 갔고 하원 후 놀이터를 지날 때쯤이면  내가 한마디 라도 던질까 봐 전속력으로 달려 집으로 가버렸어요. 

과거고 나발이고 현재를 바라봐야 했어요.




앞으로를 고민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가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놀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으로!! 


내가 먼저 엄마들에게 다가갈까? 하고! 다음날은 아이가 보는 앞에서 같은 반 엄마들과 대화도 하고 은근슬쩍 놀이터 쪽으로 향해 걸어갔어요.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거 별거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이는... 제 팔을 잡아당겨요... 집으로 가자고 해요..


두 번째 방법을 생각했어요. 


아이가 하원 후 나는 말을 건넸어요. 


" 막둥아 우리 놀이터는 들어가지 말고 조금 멀리서 친구들 뭐 하는지 구경만 할까??"


"음.... 응 그건 좋은 거 같아"


우리는 놀이터와 조금 떨어져서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았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놀이터와의 거리를 좁혀가며 친구들은 바라보았어요. 


드디어 한 달 만에!!! 놀이터 입성!! 이거 팡파레 터트릴 만큼 제 마음속에서 불꽃놀이가 한창일 때!!! 친구가 다가와요.



"막둥아 같이 놀자~~"

"응 그래..."


오예~~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어~ 하는 순간 아이가 5분도 안돼서 다가와서 제게 안겨있네요. 



오늘은 3분간의 놀이터 입성이었어요. 그 후로 놀이터에서 5분 서있기.  5분 앉아있기.   10분 서있기,,   

10분 앉아있기.....  한 달  두 달  세 달...  매일은 아니었지만 아이가 기분이 좋을 때면 놀이터 벤츠 또는 조금은 멀리서.. 앉아서 바라보는 시간을 늘려 갔어요.  

서있기,  앉아 있기가.. 서서히 5분 놀고 오기.. 10분 놀고 오기가 되더라고요....



5개월이 넘어가면서 놀이터에서 저희 막둥이 웃음소리가 들려요. 그전에는 말 한마디 안 하고 친구들을 5분, 10분, 20분,  따라다니던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있죠! 그래!!! 해냈어!! 잘했어!!! 그날은 파티를 하는 날이 됐어요.


파티 제목은 : 막둥이 놀이터에서 웃은 날!!


그리고 6개월이 지났어요. 이제는 제가 교문으로 가지 않아도 친구들과 학교 앞 놀이터로 오네요.

그리고 아이가 말해요.


" 엄마 나 더 놀고 가도 돼??"


" 어어어어!! 놀고 싶은 데로 놀아 엄마 신경 쓰지 말고~~ 이모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을게~~"


아~ 놀이터에서 노는 게 이렇게도 즐거운 일인가요??

5개월간 놀이터에 입성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저의 인내심에게 상장 하나 수여해 주려고 해요. 다가가지 못하는 막둥이의 모습에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마구 올라왔지만 전 잘 참아냈어요! 잘 기다려줬어요.





우리 삶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두려움 자극으로 가득하다. 

두려움은 삶의 에너지 도둑이다. 한 사람의 삶에 수시로 불을 내고 그 사람이 극도의 긴장과 불안감 속에서 오로지 그 불을 끄기 위해서만 살게 만든다. 아무나 들어와 소중한 에너지를 도둑질해 가지 않도록 에너지 문단속이 필요하다. 


두려움이 발동하면 에너지는 급격히 소진된다. 사람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인식할 때는 일단 불을 끄는데 올인한다. 두려움 안에 있을 때는 자동적으로 에너지의 99%를  자신을 위해 쓴다.


양육자는 양육자 자신을 보호하는 데 99% 쓰고 남은 1%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당연히 아이 마음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두려움을 해결하느라 아이의 필요와 욕구에 둔감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양육자는 이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두려움에 사로잡히기 전에 두려움을 깨닫는다면 변화를 부를 수 있다.


-버츄 프로젝트-



엄마는 그냥 고마워.. 네가 어린 나이에 왕따를 겁내기에 매일 너를 맡아주는 선생님께 부탁했어...


'우리 막둥이가 내성적이에요.. ' '발표를 못해요... 겁이 많아요...' '친구들이 머라고 하면 무서워해요....'


많은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을 편지에 썼던 거 같아... 그런데 지금 네가 다 이겨냈잖아. 그냥 그게 고마워. 속으로는 걱정도 많다는 거 다 보여. 그래도 이겨내려 하고 말하려고 하고... 다 고마워 내 새끼. 지금 담임선생님이 전화가 오셨어..


" 어머니가 걱정하신 내용 저도 걱정했어요. 그래서 막둥이에게 발표나 중요한 미션을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둥이가 걱정과 다르게 잘 지내고 있어요. 어머니도 이제는 마음 놓고 아이를 믿어 주세요. "




저는 아이를 보호하는 것에 99%를 쓰고 저를 보호하는 것에 1%를 쓸래요. 아깝지 않아요... 좋아요. 아이가 저로 인해 웃는 게 좋아요.


지금은 친구들에게 부당하면 큰소리쳐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큰소리.






이전 10화 아이가 마음이 아프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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