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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윤 Jul 04. 2022

아이가 마음이 아프데요.

엄마가 필요하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분리불안증 증상


자신이나 애착 대상에게 불행한 일이 생겨서 다시는 보지 못하거나큰 부상을 당할 것 같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로 인해 애착 대상이항상 옆에 잇어야 안심하고, 잠시라도 없으면 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합니다.집을 떠나 혼자서 자야 하는 수학여행이나 여름 캠프 같은 것을 싫어하며,

마지못해 가더라도 자주 전화해서 부모의 존재를 확인하고 위로받으려고 합니다.의외로 또래 관계는 원만합니다. [서울 아산병원]




아이라는 존재는 사랑이 고프면 바로 얼어붙는다. 겉모습은 살아 있어도 가슴이 꽁꽁 언다.


-버츄 프로젝트-




5년 전 초등학교 2학년 새 학기.


전화가 온다. 따르르릉


" 어머니 민건이 담임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민건이가 너무 울어서 전화를 드렸어요."


" 민건이가 울어요?"


"네, 오늘 가족과의 소중한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갑자기 민건이가 우네요.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있나요?"


나는 우는 아이를 생각하며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데 선생님이 모르시나? 우리 집에는 문제가 없는데 왜 전화를 하시는 거지? 하며 의아해했다. 그날 아이가 집에 돌아왔다.


" 민건아 오늘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어?"


"아니, 그냥 눈물이 났어. 이제 괜찮아."


괜찮다는 말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여린아이기에 눈물이 많은가 보다 생각했다.




다음날... 그다음 날.... 여러 번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나는 도대체 아이가 우는 이유를 몰랐다.


" 어머니 민건이 담임입니다.. 제가 오늘은 민건이와 이야기를 나누어봤는데...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혹,, 이혼가정이실까요? "


" 아니요. 이혼가정 아니에요"


" 그럼 어머니가 따로 사시나요?"


" 어머` 아니요 선생님. "


" 아니 민건이가 엄마가 집에서 사라질까 봐 겁이난 다고 해요...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심리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나는 멍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가 왜 집에서 사라질 것 같은지도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아이가 여리니까.... 약한 아이니까... 라며 생각하고 심리상담소를 찾아갔다.




민건이와 나는 함께 상담을 진행했다. 심리 선생님의 한마디가 내 기억과 가슴을 아프게 하기 시작했다.


" 어머니 아버님이랑 싸움이 많았나 봐요.? 아이가 아빠와 싸우고 힘든 엄마가 언제 가는 떠날 거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아.... 그랬다. 나와 남편은 많은 다툼을 했고.. 이혼이라는 준비를 했다. 그때는 어른들의 감정이 충실했고 아이들의 감정은 헤아리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가족은 부부상담과 가족상담을 진행한 터라... 문제가 있으리라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그건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아직 어린 민건이는 가족과의 소중한 수업 중...갑작스레 욱하며 그때의 불안. 공포. 슬픔의 감정이 올라온 것이다. 몰랐다. 한번씩 그날의 감정이 아이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 어머니 민건이가 약간의 틱이 있는 거 아시나요? "


" 네... 눈을 조금 깜빡이기에 기다려주면 좋아진다고 해서요..."


" 맞아요 조급하지 않게 기다려주시고 마음에 안정을 느끼게 해 주면 점차 좋아지기는 해요."


그러곤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은 건넨다.


어머니 혹 일을 지금 꼭 하셔야 하나요? 저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의 마음을 안아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잠시 쉬어 갈 수 있다면...민건이를 위해 휴직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솔직히 복잡했다. 이제 육아도 어느 정도 했겠다.... 다시 시작했는데... 다시 쉬어가라니..저는 꼭 그래야 하는지 물었다. 저는 제 일도 놓고 싶지 않아요. 지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쉬어가면 저는 또 다시 시작해야 하거든요..라고 이야기했다.


선생님도 심호흡을 하시고는 오늘 집에 가셔서 한번 잘 생각해보라고 하신다. 아이는 엄마가 눈에 보여야 안정을 찾고 있어요... 엄마와의 시간이 아이에게는 최고의 약이거든요... 그 약 말고는 아이에게 지금 해줄 수 있는 처방이 없어요.




나는 아이와 함께 집에 왔다. 속으로는 내가 왜!! 이제 와서.. 왜!! 다시 또...? 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때 아이가 엄마 하면서 나를 안아준다. 본인이 더 힘들 것인데... 일을 포기해야 하는 나를 위로해주는 것이다. 참... 나도 이기적이다. 아픈 아이를 두고 다시 일을 하고 싶다니... 그러고는 아이에게 위로받고 있다니... 그날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신랑이 내게 말한다..


" 우리가 아이를 아프게 했자나.. 너가 곁에 있어주면 아프지 않다자나 우리가 선택하고 말게 뭐있어. 조금 아껴쓰자. 그리고 아이곁에 너가 있어줘."


고마웠다. 우리의 생활이 넉넉하지 않아 고민하는 나의 마음을 알았나보다. 난 일을 쉬어 가기로 했다. 까짓것 나중에 또 열심히 살면되지 뭐... 대신 집에서 부족한 공부 시작했다. 쉬어가는 게 아닌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교 후 집에 엄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행복해했다. 학교에서도 우는 일이 없다고 한다. 하교 후 나를 찾던 아이는 친구들과 놀다 집에 들어올 여유도 생겼다.




5년이 지난 지금...


아이가 내게 말한다.


" 엄마 나는 엄마를 많이 사랑했나 봐. 그때 왜 그렇게 울었을까? 엄마 그때 나 때문에 힘들었지? 미안해. "


나는 다시 대답한다.


" 아니, 힘들지 않았어. 그때 민건이는 아픔을 느낀 거자나. 미안한 감정이 아니야. 그 감정은 엄마에게 위로받고 싶다고 말하는 감정이 자나. 엄마는 집에서 공부도 더 많이 했고 그래서 지식도 많이 쌓았어~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마. 그리고 앞으로도 감정의 변화를 엄마한테 말해줘. 엄마도 힘이 들 때 민건이한테 기댈 수 있게... 항상 이야기할게. "



우리는 때로는 소중한 것을 잊고 살다. 아이의 영혼과 존재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의 행동과 말은 아이에게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아이가 슬플때, 두려울때, 불안할때, 더 아이를 벼랑으로 내몬다. 아이가 힘들 때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게 엄마일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지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의 감정부터 안아주어야 한다.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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