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알기
인간은 먹는 것에 대한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나는 숨을 쉬는 것처럼 쉬지 않고, 입 안으로 넣었던 것 같다. 외관상 보기에 체중이 나가 보이지 않지만,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었고,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내내 간식과 커피를 습관처럼 입 안으로 넣었다. 무엇이 입 안으로 들어오는지 무의식적으로 넣는 탓에 배고플 틈도 없이 먹었다.
술자리는 싫어하지만, 혼술을 좋아해 맥주, 와인과 치즈를 입 안으로 넣으면서도 나는 몇 잔을 마시고 있는 건지 술이 나를 마시는 건지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작업을 할 땐 거나하게 마시진 않지만, 배고픔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제껏 배가 불러도 계속 먹고,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입 안으로 넣었다.
식습관을 바꾸기 전의 나는 식재료나 간식을 구매할 때 영양성분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루에 섭취해야 되는 칼로리와 상관없이 아침을 베이글 또는 빵, 회사에서 나오는 점심, 퇴근 후 늦은 저녁, 그리고 디저트, 사랑스러운 케이크 한 조각도 먹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더 배불리 먹고, 늦은 시간에 술까지 마셨으니 그동안 내 장기들은 고장이 날만했다. 사실 코로나가 시작되고 그동안 무서워서 건강검진을 미루다가 작년에 받고는 지금 변하지 않으면 그냥 늙어버리겠구나 싶었다. 노화가 시작되는 걸 스스로 느끼면서 샤워할 때마다 벗은 몸도 보기가 싫어졌다. 무서웠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고, 어떻게 나이가 들어가는지는 어떤 걸 먹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순간의 감정 때문이라고 한다. 운동과 함께 식습관도 바꾸면서 일기를 쓰고, 어떤 걸 먹고 있는지 기록하기 시작했다. 식사 시간도 늘려가고, 회사에는 아침, 점심, 저녁 도시락을 싸다니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위한 하루로 단순한 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다 보니 체중과 건강에 관심이 없던 나도 변할 수 있구나 싶다. 건강하게 먹는 식사는 즐거운 마음을 주고, 공장 음식이 아닌 자연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내가 어떤 걸 먹었는지, 1년 간의 기록들이 쌓이면서 내가 이렇게 변했구나를 느낀다. 알람 없이 6시에 눈이 떠지고, 가볍게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며 매 끼니마다 식사시간이 기다려질 정도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먹는 게 귀찮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 번 대충 먹으면 게을러지고, 한 번 늦잠을 자면 하루가 엉망이 된다. 나를 위해 이때까지 정성스럽게 식사를 차린 적이 없다. 농작물을 싱싱하게 길러주신 농부님들, 부모님께 감사하고, 집 앞까지 배송해주시는 기사님께 감사함을 느끼는 것만큼 식사시간에 집중하고,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봄은 나물과 초록이 가득한 식사 / 여름은 탄수화물보다 수분이 많고,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식사 / 가을이 먹거리가 풍성해져서 단간, 무화과, 배, 사과 등 과일들과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식사 / 겨울은 구황작물과 뿌리채소를 좋아해서 우엉, 연근, 비트, 검은콩, 그리고 견과류, 수제 그래놀라로 시도해보았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내 몸을 사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