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을 결정하는 음식
의식의 흐름대로 먹고, 음식은 입으로만 넣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시기.
40, 세상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된다는 불혹.
난 아직도 케이크 앞에서 침이 고이는 철없는 어른인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때론 나 자신이 초라하면서도 웃기다.
가만히 앉아서 먹기만 하는 간식들은 달달함으로 기분이 좋아졌다가 다시 우울해지는 걸 반복한다. 그래서 내가 얼마큼 입 안으로 넣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달달한 크림을 가득 베어 물고 있다 보면 밥 맛이 없어지고, 식사를 거른다.
아침은 바쁘다는 핑계로 빵으로 먹고, 아침에 먹은 빵 덕분에 입 맛이 떨어져 점심을 대충 먹고, 또 간식..
저녁은 식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배달을 시켜 먹거나 외식을 한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들고 다니기 시작한 도시락.
아침의 시작은 베이글, 크로와상 대신 > 그릭요구르트, 삶은 달걀, 고구마
정말 사소하다고 생각할 만큼 작은 부분이다. 빵을 선택하는 대신 전 날 삶은 달걀과 구운 고구마를 들고 가는 선택으로 몸 안에 영양분이 흡수되면서 포만감이 느껴지고, 소화가 잘 되니 기분이 좋아졌다.
- 더 맛있게 그릭 요구르트를 즐길 수 있을까?
- 삶은 달걀을 퍽퍽하지 않고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 고구마는 생으로 먹을까? 쪄먹을까? 삶아 먹을까? 구워 먹을까?
베이커리샵에 방문해 어떤 빵을 먹을지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는 나의 사소한 일상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