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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Oct 24. 2021

교사에게 감정이입해보기

유치원 교사가 속으로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주세요.

유아들은 어떤 마음으로 유치원으로 들어올까?

교실로 들어와 가방 정리만 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할 수 있는 이 천국 속으로 나도 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도 놀고 싶다 놀고 싶다'를 속으로 반복하면서 놀고 있는 유아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놓은 색연필을 주워주며  "부러워 나도 어린이 하고 싶다"라고 말하면 "선생님도 놀아요"라고 약 오르게 웃으면서 말하는 유아들을 보고는 어떻게 내가 노니하며 혀를 찬다.


유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나는 선생님에게 어떤 유아였을까? 엄마 보고 싶다고 울고 있는 아이처럼 울지는 않았을까? 저기 친구가 자기 쓰고 있는 블록 좀 가지고 갔다고 고래고래 화를 내지는 않았을까? 화장실 가도 되냐고 자꾸 물어보지는 않았을까? 등 유아들의 행동을 보고 나니 나를 바라보았던 나의 유치원 선생님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지금의 성격이 그대로였다면 꽤나 선생님 귀찮게 했을 것 같아 엄마에게 "예전에 유치원 선생님이 나 어떻다고 했어?"라고 물어보면 "나도 몰라 그냥 잘 다녔지." 뭐 하고 깊게 생각은 해주지 않으신다. 그저 평범했나 보다.


유치원 교사가 되어 교사의 삶이 어떻다는  느끼고 나니 모든 선생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 24명이라는 공존하는 유치원에서 교사가 아무리 잘해도 유아가 다치기라도 하면 모든 잘못이 교사 탓이 되기에 교육보다는 안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심하려고 선생님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고, 유치원이라는 교육기관에서 부모에게 보여줘야 하는 암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유아들이 한꺼번에 만들어 내야 하는 활동지유아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하라고 강요했을 것이고,  재미있는 놀이하고 싶어도  교육적이고 수동적인 교육활동이 들어가야 교육청에서 오는 평가를 받을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노는  허용해   없었을 것이고, 자기 말만 말만 하는 이기적인 유아들이 종일 옆에서 떠들면 인내심이 바닥 치는 경우가 많았기에 가끔 선생님이  말을 들어주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역지사지라던가 겪어보니 교사라는 사람들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란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언제라도 자신의 부족함의 자괴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인 것도 맞는 것 같다. 어느 날 열심히 준비한 활동에서 하품을 하거나, 언제 놀아요, 재미없어요라는 말을 듣고 난 뒤에는 활동 준비를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한다. 다음에 더 잘 준비하면 될 일이지만 기분이 상하고 열심히 준비한 마음을 몰라봐 주는 것 같아 분하기까지도 한다. 그렇게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는 무수한 생각들이 들어 있다. 내가 준비한 활동을 유아들이 좋아해 줄까? 무슨 활동을 준비해야 교육적이 될 수 있을까? 왜 이렇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걸까? 왜 유아들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 걸까 내가 뭐가 부족한 걸까? 등등 그때그때 발생하는 위기가 많기에 더 그렇게 느낄 때가 많았다. 무언가 핵심이 있는 지식을 가르치고 전달하는 사람의 의무감으로 수업을 준비하는데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서 또 언제나 친절을 강요하는 이 노동의 현장에서 웃으면서 우리 아이만 봐주세요라고 말하는 부모, 유아 말만 듣고 무작정 화만 내는 부모, 형제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고 싶다며 정해진 하원 시간을 상습적으로 훌쩍 넘는 부모, 교사에게 자꾸 전화해달라고 요구하는 부모와 같이 너무 많은 어른들도 상대하려고 보니 교사 한 명이 쓰는 에너지가 부족하고 부족하다.


취업을 준비할 때는 나도 제발 노트북 들고 카페에서 작업하는 멋진 성인이 되고 싶다고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은데 막상 일을 하면서 실제 못다 한 업무를 퇴근 이후에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를 느껴버렸다. 카페에서 노트북 켜서 타자를 열심히 치던 그 아름다운 직장인이 속으로는 피멍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되었다.

 

사주의 오성 중 나무 목이 3개가 있는 나에게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해야 한다며  유치원 교사는 운명이라고 말하는 사주풀이를 보면서 그럴 일 없어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는 당장 내일 만날 우리 반 유아 얼굴들을 떠올리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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