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읽어주기
"선생님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제가 누구랑 결혼할 거게요? 귀 줘보세요
(작게) 선생님이요."
어쩜 이렇게 순수하게 웃으면서 이미 들켜버린 비밀을 말해줄 수 있을까, 그 미소와 함께 무겁게 내려와 있는 얼굴 볼 살을 보면 미치게 귀여워 꽉 껴안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이 어리석은 6살 아이도 언제나 기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구랑 하는 엉덩이 씨름에서 열심히 대결했지만 끝내 졌을 땐, 주먹을 불끈 주며 서있는 내 다리에 얼굴을 파묻혀 목놓아 운다.
"괜찮아, 괜찮아, 질 수도 있지, 넌 최선을 다했잖아"라고 위로하지만 쉽게 울음을 멈추긴 힘들다. 그때 사용하는 마법은
"져서 속상하지, 열심히 했는데 져서 많이 속상하겠다."
단순하면서 아주 강력한 주문이다.
내가 왜 이렇게 우울하고 답답한지, 뭐가 그렇게 불만이었는지를 나도 몰라 마냥 주저앉아 두서없이 말소리만 나열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랬구나"해주면 허공에 위태롭게 떠돌던 감정이 모여 눈물로 떨어지며. 비로소 서럽게 이름을 찾지 못했던 감정의 이름들이 속속히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마음 읽어주기
다리에 안겨 내 마음을 읽어달라는 6살 아이의 울음 속에서 그저 안아주며 그랬구나를 외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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