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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n 25. 2023

그녀들은 어떻게 책을 읽게 됐을까?

책 읽기의 영향력



둘째 아이와 같이 문화 센터에 다니면서 친해진 친구가 있다. 결혼 전에 그 친구는 인문대를 나와서 계약직 선생님은 했는데 아주 상냥하고 밝고 똑똑한 친구다.


 그 친구를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그간 있었던 일들을 한참을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이야기 도중에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친구는 사회에 나가고 싶지만 경력 단절이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럴 줄 알았으면 기술이나 배울 걸이라며 후회하고 있었다.  친구가 너무 안타까웠다. 사실 나도 이렇게 고학력의 지적인 친구가 집에 있는 것이 아쉬웠고 의아했던 적이 있다.  친구는 남편과 가벼운 말다툼을 하고 며칠째 이런저런 걱정과 생각들 때문에 한참 동안 잠을 잘 못 잔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깊은 사정이 있었고 친구가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내가 심각한 우울증에 걸려 봐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친구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내가 죽으려고 했던 사실은 그 당시 우리 가족 이외에는 아무도 몰랐다) 친구도 내 이야기에 공감했고 함께 카페에서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다른 사람들이 쳐다볼 정도로 서럽게 울고 난 뒤 진정된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애잔하면서도 예쁜 그녀의  미소를 보니 더 많은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친구 폰에 독서 플랫폼을 깔아줬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네가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여기서 골라서 집안일을 할 때, 아이를 돌볼 때,  잠이 안 올 때, 우선 읽지 말고 이어폰을 꽂고 들으라며 오디오 북을 추천을 했다.  


친구는 학창 시절에 워낙 공부를 잘했고, 국어 선생님이었기 때문에 나보다 훨씬 많은 책을 읽었을 터였다. 그럼에도 나는 그 친구에게 책을 권했다.  친구는 알겠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그리고 몇 달 뒤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의 긴 메시지에는 내가 추천해 준 것처럼 처음에 잠이 오질 않아 오디오북을 듣게 됐고, 그러면서 학생 때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 생각이 나서 독서 플랫폼에 있는 책들은 찾아서 읽어 보았다고 한다. 사실 그녀는 원래 책을 아주 좋아했었는데 그게 직업이 되니 책 읽는 게 한참 동안 너무 힘들다 한다.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어릴 적 책을 찾아 보고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이 되살아나서 행복했고 설레었다고 했다.


그녀는 독서 플랫폼으로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오디오 북을 듣는다. 직접 책을 읽지 않아도 누군가가 읽어주니 편하고 평소에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도 덜어주었다고 한다.  책도 다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고 나에게 고맙다고 선물까지 보내주었다. 나는 너무 기뻤다. 행복했다


 조언 덕분에 책을 다시 좋아하게  엄마가 탄생했다는 사실에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몇 달 전, 내가 매주 업로드하는 <책 읽는 가족 일상> 포스팅에 엄청 긴 비밀 댓글이 하나가 달렸다.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우리 아이들 또래의 아이들 둔 이웃님이었다. 그 댓글에는 솔직히 책 읽는 가족 블로그에 들어올 때마다 짜증이 났다고 한다.  한 달에 책 한 권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육아용품 하나 포스팅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쁘고 아등바등 사는데 , 마롱피치님 가족이 매일 책 읽는 모습 보니 죄책감이 느껴졌고 나와 아이들이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고 적혀있었다.


그래서 마롱피치님 블로그에 들어오는 게 그동안 많이 꺼려졌다고. 몇 번이나 서로 이웃 끊기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서도 본인 스스로 책을 너무나 간절하게 읽고 싶은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렇게 하진 못했다고 했다. 결론은 그 이웃님도 읽을 시간이 없고,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솔직한 고민을 남겨주셨다.


사실 나도 그분을 애정이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분께 글을 남겨도 답방문은 커녕 대댓글이 달리지 않았고,   다른 이웃님에 비해서 성의 없는 댓글에 조금 서운한 적도 있었다 (나는 블로그는 암묵적인 품앗이라고 생각하고 했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댓글을 보고 이 모든 사실이 이해되었고 그리고 먼저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지금 그 이웃님은 나의 여러 조언으로 세 달 넘도록 일주일에 한 권은 꼭 읽고 있다. 처음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소설을 하루에 딱 5장만 읽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을 조언해 줬고 그녀는 그다음 날부터 바로 후기를 매일 블로그에 업로드 했다. 나는 매일 그녀에게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지금은 이웃님을 따라 아이들도 조금씩 책을 읽고 있고 나의 애정이웃으로 정말 친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안 그래도 이웃님의 이야기를 글로 써도 되냐고 묻기 위해 이웃님의 블로그에 방문했을때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 인증 포스팅을 이미 열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의 조언 덕분에 새로운 책 읽는 가족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나는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내가 이 내용의 글을 쓸 수 있게 허락해 준 두 사람감사합니다  :)






나는 인스타 계정을 따로 하나 더 가지고 있다. 이 계정은 닮고 싶고 사람을 팔로우한다.  예전에는 그런 분들을 보면 처음에는 왜 나는 저 사람들처럼 잘 살지 못하지? 예쁘지 않지? 왜 저만큼 읽지 못하지? 하면서 스트레스를 주고 내 상황을 비교했고 비관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를 보면 우리 아이는 왜 저만큼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가에 대해 한계를 느꼈으며 상대적 박탈감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부러웠고 시샘이 났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사람들을 정면으로 대면한다. 나는 수많은 인플루언서분들을 롤모델로 삼고 나를 자극시키면서 닮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 아이가 책을 요즘 통 안 읽는다면,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둔 부모를 보면서 팔로우하고 그들을 보고 배운다.


나는 그분들을 보고 자존심 상해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 대신 대신 팔로우를 해서 오히려 닮아가려고 노력했다. 나도 저렇게 가르쳐야지 하면서 말이다.  아이가 책을 잘 읽고 영어를 잘하는 노하우를 다 오픈하고 있는데,  내게 필요한 부분을  따라 하면 되는데 왜 나는 감정에만 신경 쓰고 피하기만 했던 걸까?


물론 우리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보면 나도 불안하다. 우리 아이도 책을 많이 읽고 있지만 책을 더 많이 보는 아이들이 있으면 더 많이 읽히고 싶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생길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욕심부리지 않고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정보만을 골라 잘 활용해서 팔로우하면 되는 것이다.  절대 피하지 않고 대면해한다. 내가 보고 듣는 환경이 달라져야 우리 아이들과 내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다.

중요한 정보는 바로바로 습득하면서 비교하지 않고 묵묵히 내 길만 가면 된다.



일반적인 주부들은 책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워킹맘이라면 회사에서는 눈치 보느라 집에 와서는 정신없이 아이들 케어하느라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받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수 있다. 읽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나처럼, 책으로 위로받고 있는 친구처럼 , 아이들과 매일  읽는 것이 일상이  블로그 이웃분처럼 말이다. 오디오북으로 독서를 시작하거나 하루에   페이지를 읽어도 좋다. 책을 짬짬이 시간 내서 읽는 다면 그리고 몰입을 한다면 우리는  나은 삶을 살고 나뿐만 아이라 아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 나갈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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