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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May 19. 2023

자기계발과 쉼의 딜레마

책 읽는 엄마가 쉬는 법.




'일만 하고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일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모터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아무 쓸모가 없다.'

-존 포드






나의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은 잘 알겠지만,

나는 체력이 워낙 약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결심하고 나서 실천하는 것이 힘들었다.  시작을 했더라도 의욕은 항상 흘러넘쳤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모든 일을 시작하면 한 달 이상 가지 못했고 중간에 포기를 했으며 '이 정도 했으면 많이 한 거야, 잘했어.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만하자 ' 라며 자기 위로를 했다.



책을 읽고 자기 계발을 시작하면서 나는 끊임없이 나에게 물었다.



너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니?

너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니?

그런데, 너의 열정은 성실해??






 어느 날, 갑자기 나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엄청난 피로감이 밀려왔고 조금만 신경 쓰면 변비와 설사를 반복했다. 예민한 내가 더 예민해지고 매일 두통에 시달렸다. 아이들의 조그마한 실수에도 용납이 되지 않아 화를 냈고 손떨림과 호흡곤란까지 오니 내 몸에 이상이 생겼구나 느끼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거울을 보는데 내 목이 심하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다음날 출근해서 바로 초음파를 해봤더니 목에 있는 장기,  갑상선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리고 정밀 검사를 받아 보니 갑상선호르몬 수치가 정상이 아니었고 결국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은 목의 앞 부분에 위치하는 내분비기관으로 뇌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을 만들어 내는 일을 한다. 내가 앓게 된 병은 그런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체력소모가 심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병이다.   그레이브스라고 불리는 이 병은 약 50% 가 안구가 돌출되는 안병증을 앓게 되는데 그때쯤 늘 눈이 너무 피곤했다. 갑상선 항진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안구가 돌출되고 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외모가 점점 변하는 것 같은 스트레스도 엄청났다.


대학병원 진료를 받으면서 꾸준히 약을 먹고 좋아졌지만, 몸을 조금만 무리하면 다시 엄청난 피곤함이 밀려왔다.  최근에 무리하게 새벽기상을 하고 책 읽기, 필사등 자기 계발을 하면서 괜찮았던 갑상선 수치가 또 요동치며 다시 약을 먹기 시작했다. 내 몸에 무리가 됐던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저 약만 먹고 수치가 떨어지길 기다리기만 했다면 , 지금은 끊임없이 긍정적인 생각과 운동을 병행하면서 식이조절도 하고 있다.  


 나는 새벽 기상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사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나에게 무리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 하루에 책 한 권을 읽겠다는 의지, 글을 쓰고 싶다는 의지 나의 그런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몸이 아프면서 열정이 사라질 때쯤 늘 나에게 물었다. 너의 열정은 성실하냐고.


여기에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원씽>에서  열정과 의지는 배터리와 같다고 했다.

열정과 의지가 처음에는 불타지만 배터리와 같아서 나중에는 엄청난 번아웃과

체력저하가 오면서 의지박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힘들게 쌓아온 나의 의지를 건강 때문에 포기하게 된다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주일이 시작되면 하루는 무조건 쉬고 다음날 책 읽기나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 하루를 온전히 쉬면 그 에너지로 다음날 다시 책 읽고 글을 쓸 힘이 생겼다. 블로그도 마찬가지였다.  블로그를 시작할때 1일 1 포스팅을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일주일에 2-3개 정도의 글을 올린다. 처음에는 계획한 일들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하는 압박감이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고 급격한 체력저하를 불러 일으켰다.  나에게 충전할 시간은 늘 필요했다. 뭐든 매일 꾸준히 하는 것도 좋지만, 나처럼 번아웃이 오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무조건 틈틈이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물론 자기 계발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매일 하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나에게 무리가 간다고 생각이 들면 조금씩 여유를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이게 짧게 2-3달 이나 1년만 보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평생 해야 하는 일이기에 매일 100m 경주하듯 뛰기는 힘들다


내 인생을 진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00세 시대에 발맞춰 남은 60년 동안 숨을 고르고

나의 몸을 상태에 귀 기울이면서 수분도 틈틈이 공급해 주는 마라톤을 해야 한다.



적당히 몸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꿈을 펼쳐 나가는  어떨까?    당신의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는 쉬는 것도 성실해야 한다.  



휴식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실에서 멍 때리기였다.  나는 몸을 깨끗하게 씻은 후 눈을 감고 소파에 가만히 그냥 앉아 있는다. 포인트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멍 때리기를 하면 우리의 뇌도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우리의 삶에 잠시의 멍 때리기로 뇌에'쉼'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크는데 잠깐이다. 지금 예쁘다고 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줘야한다' 주위에서 이렇게 조언을 많이들 해주시지만,  몸이 아프면서 나는 '이 아이들이 언제쯤 다 자라서 자기 앞가림을 할까?' 이런 유의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들이 쌓여서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어 질때면 남편에게 말했다.


나 조금만 바람 쐬고 올게.


 나가서 찬공기를 온 몸으로 느끼고  '크게 들이마시고 내시고' 호흡을 한다 그리고 조용한 카페에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읽고 싶은 책을 하나 꺼내서 읽는다.


그 후론 이 세상에 나와 이 책과 둘뿐이게 된다.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몰입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하는데 몰입하기 시작하면 내가 처한 상황이나  우울한 기분들을 모두 떨쳐 버릴  있었기 때문이다.   몰입을 주는 독서가 나에게는 휴식이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휴식이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몰입을 하고 나면  그것은 나만이 가질  있는  최고의 행복이며 내가 있는 곳이 천국이 된다.




나는 오늘 새벽도 일찍 일어나 우리집을 둘러본다.

수많은 책과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는 .





지금, 여기가

내가 그토록 꿈꾸던

달콤한 유토피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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