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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May 26. 2023

아빠의 독서 성장일기

온가족 책 읽기 3

온가족 책 읽기 3




"

남편을 무조건 공부시켜라.

당신 혼자 제 아무리 새벽에 일어나 자기 계발과

 주식, 부동산, 경매들을 배운다 할지라도

남편이 변화하지 않고, 남편의 도움 없이 아내 혼자 돈을 만들기는 한국의 상황에서 쉬운 것이 아니다


"


- 세이노의 가르침-








 

나는 처음 우울을 느끼기 시작했던 20대 초반부터 '행복'이라는 단어에 늘 집착하고 살았다.


아주 우습게도 나는 소개팅을 할 때나, 처음 데이트를 할 때 무슨 관문을 통과하듯이

 행복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대방에게 늘 물어봤었다.


 인생을 살면서 늘 행복을 의식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나와 가치관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나는 행복에 무관심한 남자와 살고 있다.  남편은 행복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도 그냥 그런대로 무난하게 잘 살고 있었다. 내가 그런 사람에게 끌리게 되다니.


나는 늘 행복을 모든 기준으로 삼았고

 무언가를 정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할지라도, 행복하지 않으면 늘 좌절을 했다.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 진심으로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집착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편은 무디고 본인이 할 일만 묵묵히 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남편과 사는 것이 조금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런 남편이 좋았다. 언제나 단단하고 든든했다.

나는 햇빛과 물이 조금만 부족해도 휘바리 없이 고개 숙이는 화초였다면 남편은 늘 옆에 서서

 나를 바르고 곧게 자라게 해주는 식물 지지대였다.  





내가 그런 남편에게 불만인 것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는 야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보이는 것이었다. 퇴직할 때까지, 아니 퇴직하고 나서도 유튜브나 웹툰을 보면서 평생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  했다. 물론 남편은 가끔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까'라는 고민은 했지만 실천할 의지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본인의 삶이 지금처럼 평생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같았고 나는 그가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면서 도태되어 가는 것이 싫었다.  



그런 남편에게도 책을 읽게 해주고 싶었고 생각의 전환을 일으켜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

책을 읽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늘 회사에 다녀오면 녹초가 되는 남편의 유일한 휴식이 유튜브, 스포츠 뉴스시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남편의 소소한 행복이었다.  그것을 잘 알기에 남편에게 책을 권하는 내가 죄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날 남편에게 나는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 차선>, 팀 페리스의 <타이탄의 도구들>등의 책을 권해줬다. 그리고 내가 읽었던 육아서를 집안 곳곳에 여러 권 가져다 놓았다.


나와 남편은 몇 개월동안 독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결국 내가 권해준 책들 모두 완독을 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진정으로 몰입을 준 것은 내가 권해준 책이 아니었다. 바로 역사책이다. 학생 때부터 워낙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국사과목에 자신이 있었다고 한 남편은 남경태의  <종횡무진 한국사>라는 아주 두꺼운 책에 완전히 빠져 여러 번 보기 시작했고 그 책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역사를 가르쳐 주면서 주도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 이어 남편도 책이 좋아서 못 살도록 만들었다. 아이들 아빠도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추천하는 것은 남편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관련된 책을 사주는 것.

그리고 자녀들의 관련된 육아책을 부부가 함께 읽는 것이다.


남편이 아무리 육아에 관심 없다 하더라도 아이가 잘 되지 않길 바라는 부모는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자녀를 위한 육아서를 부부가 함께 읽고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의논해 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점점 책을 더 좋아하게 만든 것도 아빠의 역할이 컸는데 아이에게 필요한책이 있으면  아빠가 직접 도서관에서 빌려주거나 책을 사준다. 종이 접는 법에 관심이 있으면 아빠가 종이접기 책을 사거나 육아하면서 의문점이 생기면 육아 관련 서적을 찾아 바로바로 인터넷 주문을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이나 본인 읽고 싶은 책은 이제 내 도움 없이 남편이 스스로 골라 직접 읽는다


나는 남편이 책을 읽고 있으면 대견하다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내놓는다. 아이 대하듯 엄청난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아빠가 책을 보고 있으니, 우리 아이들도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책을 더욱 좋아하게 될 것 이라며 '아빠 멋지다.'라는 말과 함께 끊임없이 아빠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섹시해 보인다라고 하지만 나는 책 읽는 남자가 그렇게 섹시해 보이더라??'

하면서.



아빠는 매일밤 두 시간 이상씩 책을 읽는 다독가가 되었다. 남편의 책 읽는 속도는 나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책 읽는 깊이가 다름을 나는 느낀다. 읽고 생각하고 입으로 늘 되뇌는 남편의 입술이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다. 책 읽는 남편, 너무 좋지 않는가? 누구나 아빠가 책을 좋아하게 할 수 있다. 그건 아내의 역할이 크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편이 책 읽을 때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못하게 도와준다. 책 읽을 때는 절대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독서를 할 때 아이들이 아빠를 찾아도 엄마가 대신 달려간다. 서로의 독서를  도와주면서 우리의 애정은 더 끈끈해졌다.


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 오빠는 갑자기 어떻게

이리 많은 책을 읽게 된 것 같아?"



" 음.. 처음에는 네가 그렇게 책을 많이 보고 예찬하니 진짜 독서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아이들에게도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읽기 시작했지. 너의 그 열정이 대단해서 도와주고 싶기도 했고. 그런데 내가 늘 관심을 가졌던 분야의 책을 오랜만에 읽고 몰입하니 너무 재밌더라고. 한국사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학창 시절이 생각나기도 했고  나는 역시 아직도 역사를 좋아하고 역사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걸 깨달았어."



고명환 님이 쓴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행복의 비밀은 딱 두 가지, 그것은 성장과 감사라고. 남편과 나는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매일 성장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예전보다 부부관계도 훨씬 더 좋아졌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위한 고마운 마음이 두터워지면서 감사함이 진한 관계로 살아가고 있다. 남편과 내가 책을 읽게 되면서 화목해지고 존중받고 서로 존경받는 사이가 되었다. 남편이 나의 든든한 조력자이며 후원자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아빠의 성장은 아빠가 독서를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 나는 책의 힘을 믿는다.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우리 남편의 삶도 매일 1도씩 바뀌고 있다.  

 아무리 장애가 많은 환경이라 하더라도 내가 바뀌면 자녀들의 인생도 바뀐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접하고 책 읽기가 습관화가 된 사람이 많다. 책도 읽어본 사람이 읽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우리 남편은 어릴 적에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  특히 나는 단 한 권의 책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 내가 변했다.


인생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이다.  


늦지 않았다.

누구나 책을 읽고 책의 세계에 빠질 수 있다.

누구나  책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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