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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n 16. 2023

책 읽는 가족의 거실공부

거실에서 책을 펼치자 기적이 펼쳐졌다




우리 집은 책 읽기와 모든 놀이는 거실에서 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이것을 '가족 거실 모임'이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온 가족이 함께 독서를 하고 4명이 모두 한자리에 앉아 있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다.  단 5분 만이라도 가족이 모여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생각했기에 남편과 나는 매일 저녁 아이들에게 ' 오늘 있었던 일 이야기만 하고 책상에 내려가도 좋다.' 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을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지나니 8시만 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 잡고 앉아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처음 시작은 방에 있던 모든 책을 거실로 가져왔고 6인용 식탁을 거실에 놓았다. 내가 앉아서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책을 읽었다.


부모가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먼저 보이면 아이들도 '나도 책을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된다. 물론 한두 번만 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기에 아이들에게 부모가 책 읽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하는 공부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가족이 한 곳에 모여 함께 몰두한 기억이 참으로 행복했기에 그 기억으로 아이들도 부모도 거실 책상에 다시 모이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차단하고 방에 들어가서 온신경을 집중하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거실에 있는 모든 놀이가 공부가 되고, 공부가 놀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의 1차 목표였다.  공부를 공부라고 생각하는 순간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앎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우치게 될 것이라 믿었다.









거실 공부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이나 다른 짓을 하게 되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엄마에게 평소 간섭을 받다 혼자 공부를 하게 되면 긴장이 풀리면서 아이들의 뇌는 이제 쉬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고 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처음 몰입에 빠지는 것이 정말 쉽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랫동안 앉아서 하는 공부를 힘들어한다. 공부는 지겹고 스마트폰 생각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공부는 혼자 해내야 하고, 혼자 싸워야 하는 힘든 행위가 아니라 부모님과 함께 정보를 교환하는 흥미 있는 것이라 받아들이게 하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공부를 하고 그것을 알아냈을  희열과 쾌감을 아이 혼자 독방에 갇혀 느끼게 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이는 방에 가둬두고 엄마아빠는 거실에서 TV보며 웃는 소리가 난다면 방에서 혼자 아이는 지독한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이 들것이 뻔하다.

누군가가 늘 옆에서 응원해 준다는 믿음이 있을 때 공부는 더욱 즐거워지고 더 잘할 수 있다.

엄마아빠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엄청난 심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느낌이 충만할 때 아이는 더욱 집중을 할 수 있고, 공부가 즐거워진다.


아이가 진정으로 공부를 잘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거실 책상에 앉아서 부모가 먼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몰입을 하고 그 몰입이 행복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 주면 된다.


우선 부모가 공부를 하면 처음 몰입이 얼마나 힘든지 또는 오랜 기간 집중을 하고 공부하는 게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부모 스스로가 먼저 느껴봐야 한다.   공부가 절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한 부모가 아이에게 무작정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것을  아는 부모가 아이와 소통이 되는 것이다.  책은 읽기 싫고 공부할 것이 없고,  앉아 있는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그냥 앉아 있어야 한다. 가계부를 써도 되고 앉아서 일기를 써도 된다.  훗날,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거실에 옹기종기 앉아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 긍정적인 느낌만 안겨줘도 대성공이다. 아이가 부모를 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가게 되는 것이다.

 

거실 공부는 세상에  하나뿐이 우리 가족이 모여서 정서적 교류와 함께 지식을 같이 쌓을  있다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안정뿐만 아니라 집안 자체가  읽는 환경, 공부를 즐기는 환경 덕분에 12조의 효과를   있다.  


우리 집은 거실에 스티커 판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면 스티커를 주기도 하고 스티커를 모으면 용돈을 주거나 여러 가지 외적동기를 준기도 한다. 하지만 최고의 동기는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오버를 더해서 하는 구체적인 칭찬.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거실 공부를 길들이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결국은 습관과 루틴이다.






대한민국 양궁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이다. 다양하고 기발한 훈련을 통해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국가대표로 선발된다. 그 훈련 중에는 인위적인 소음과 태풍과 같은 바람을 일으켜 선수를 방해하는데 한국 선수들은 그 속에서도 초집중을 해 10점을 쏜다. 공부도 엄마가 설거지하는 소리, 가족이 대화하는 소리도 어느 정도는 들으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시험을 칠 때 조용한 상황에서 시험을 친다는 보장이 없다. 옆 친구가 펜을 탁탁 칠 수도 있고 다리를 흔드는 바람에 책상이 울리는 것 같은 소음이 일어날 수 있다. 물론 너무 시끄러우면 집중이 잘 되지 않지만 어느 정도 백색소음이 있어야 공부도 잘 된다고 생각한다.  집중을 하면 그 소리 조차들리지 않는다.


우리 집엔 거실에 TV 떡하니 있다. 그럼에도 tv 켜지 않고 전부 거실 책상에 모여 앉아 책을 읽는데 tv  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거실 책상 위에는  책들이 쌓여있고 필기도구들도 널브러져 있다.  엄마아빠는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눔에도 아이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기가 하던 일을 한다.



나는 아이가 공부를 공부라고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학원을 보내고 혼자  안에서 집중을 하는 다른 아이들을 보게 되면 분명 불안하게 되는 날도 오겠지만 엄마의 행복 철학이 확고하기에  불안은 하더라도 절대 뿌리까지는 흔들리게 되진 않을것이다.






사실 우리 가족도 늘 좋을 수만은 없는데 아이들이 떼를 심하게 부릴때가 있다. 나의 단점은 그런 아이의 감정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가끔 화를 낸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떼쓰는 아이들을 견디지 못해 참다 참다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무리 잘해줘도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상처를 줄 수밖에 없지만 거실공부는 부모로 상처받아 단절된 아이들을 마음을 읽고 위로해 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모여 앉아 문제점을 꺼내고 아이가 떼를 쓴 원인을 물어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가족 거실 모임은 화를 냈던 부모가 아이에게 사과를 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거실공부가 습관이 되어 있으면 사춘기가 되어도 함께 공부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행위가 자연스러울 것이고 부모가 아이들의 감정적 변화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네 명이 옹기종기 모여서 각자의 것들에 몰입을 하는 행위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커다란 안정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모두가 힘을 모아 의견을 나누고, 문제를 같이 풀어나간다면 아이들은 이 세상에 내가 못 해 나갈 것은 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모든 인생의 고해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해결해하는 것.  


나는 그게 바로 가족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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