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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n 13. 2023

사교육은 가성비 싸움

과연 모든 의사가 행복할까?




우리 집은 도서관 책육아를 한다.

도서관에 한번 가면 20권의 책을 빌린다.

그리고 주위 도서관 3,4군데를 들려서 최대 80권의 책을 한꺼번에 빌리는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책을 무리해서 빌려 보냐고? 아이들이 어떤 책을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한 권의 책이 마음에 들면 그 책만 주야장천 오랜 기간동안 보고 싶어 한다.  그런 책을 일차적으로 우선 찾고 싶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찾으면 메모를 해 놨다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한 권 한 권씩 사다 줬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서 책을 들고 방방 뛰어다닌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나도 따라 행복을 느꼈다.

 

우리 집에는 애들 키우는 집 치고는 책이 많이 없는 편이다. 첫째 아이가 4살 때 자연관찰이 좋다고 해서 딱 한번 전집을 사줬을 뿐이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집에 책이 많으면 좋다고 하지만 우리 집은 거의 대부분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본다. 집에 책과 전집이 많으면 아이들이 필요할 때 바로 볼 수 있어서 편하겠지만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몇 권의 책만 한정적으로 보는 것을 알기에 무리해서 구입하지 않는다.  또 집에 있는 책들을 당연하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모든 집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집에 책이 많으면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조차 '이 책은 늘 여기 있기에 다음에 읽으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방치가 되는 것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게 되면 다 읽을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집중해서 보게 되고 책을 읽기 싫어도 억지로 보게 되는 장점이 있다. 전집을 사더라도 신중하게 골라서 초등학교 때까지 한 두 질만 사도 충분 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내가 책을 읽고 책 육아를 하고 난 뒤로 결심한 것이 있다. 교육비에 절대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이다.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도 내 남편도 학생 때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직업에 만족하면서 '잘' 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사교육을 많이 시키고 공부를 어느 정도 한다는 아이들의 부모와 대화하다가 보면 속마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공통적으로 의사를 시키고 싶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나는 15년 가까이 병원에근무하면서 과연 의사들은 전부 행복할까? 에 대한 의문을 오랜 기간 동안 가졌고 그들을 관찰했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나는 병원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수많은 의사들을 만나왔다.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친한 과장님들이 계시고 매일 만나는 분이 오너 원장님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많은 돈을 벌기에 늘 행복할 것 같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산다.

 좀 더 돈을 많이 벌고 좀 더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이 다를 뿐.(물론 적게 일하고 적게 버는 의사도 있다. )


봉직의는 봉직의 나름대로 오너의 눈치를 보고 실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원한 원장도 마찬가지다. 환자가 없으면 없는 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환자가 너무 많아도 체력의 한계를 느낀다.  오너원장은 아무리 아파도 마음 편히 문 닫고 병원을 쉴 수도 없다. 하루만 쉬어도 손해가 막대한데 병원을 오픈할 때 인테리어 비용, 어마어마한 의료 장비값을 모두 갚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봉직의를 하나 더 들이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내가 본 의사 80% 이상은 늘 일에 치여있고 찌들어 있었다.  내가 겪은 대부분 의사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들을 근무할 때만 보았고 내가 의사가 아니기에 완벽히 속 사정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제삼자, 관찰자 입장이기 때문에 그들을 더 객관적으로 잘 판단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






내가 이전에 일했던 병원 오너는 부인과 별거 중이었고 병실에 24시간 생활하면서, 마약류를 하며 진료를 보던 의사가 있었다. 간호사조무사 선생님들의 말에 의하면 그 의사가 지내던 병실 바닥에 늘 나비침 바늘이 수십 개가 버려져 나뒹굴고 있다고 했다.실제로 차 안에서 마약을 하는 의사를 직접보고 사진을 찍은 직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완전 약에 중독되어 살았다. 다음날 진료를 보면서 자주 실수를 했고 수술을 하고 나서나 진료를 보면서도 중간중간 본인이 생활하는 병실에 올라가 주사를 맞고 오기도 했다. 병원 안에 마약류가 늘 없어지고 수가 맞지 않자 불륜관계였던 간호사가 자주 뒤처리를 해주었다.  원장은 한 번씩 초음파 실에 내려왔는데 그는 팔다리에 딱지가 앉아 있었고 늘 온몸을 벅벅 긁으면서 이야기했다.  마약을 하면 피부에 괴사딱지로 불리는 부스럼 조직이 생긴다는 사실을 그 원장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의사가 있는 병원임에도 꾸준히 오는 단골들이 있었다.


이 경우는 극히 일부의 의사 이야기이지만 사실 불륜이나,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진료를 보는 의사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린다.


예전만 하더라도 권위적이고, '내가 낸데' 하는 이상한 의사가 정말 많았다.  요즘 젊은 의사들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아직도 평범하지 않은 히스테릭한 의사가 있다. 어릴 때부터 책만 보고 공부만 해서 그런지 사람을 대하는 스킬이 부족한 의사가 종종 있다. 환자를 쳐다보지 못하고 땅만 보고 진료를 보면서 왜 환자가 없는지 직원만 보면 들들 볶는 짠돌이 오너도 있었고 자신이 살이 빠진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 병원에서 직접 요리를 해 매일 점심을 대접하라고 한 노처녀 의사도 있었다. 후자의 경우는 최근 지인이 다녔던 곳인데 아직도 직원들에게 하인 부리듯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페이를 아무리 많이 줘도 직원들이 늘 바뀐다고 한다.


 수많은 의사를 만났지만 진심으로 존경할만한 분은 내 15년 병원 생활 중 두세 분 정도 있었다. 인성도 좋고 진심으로 환자를 걱정해 주는 이 세상에 몇 없는 의사. 그 분 중 한분은 70대 중반이신 노년의 의사였다. 700병상 정도의 종합병원에서 평생 근무를 하고 은퇴하셨지만 그 병원에 분원이 생기자 다시 일하게 된 그는 당시에 유명한 정형외과 과장님이었다.


평생 일을 하다가 집에 있으니 너무 지겹고 힘들더라면서 자식과 손주를 위해서 다시 출근하게 됐다고 말씀하셨다. 어떻게 보면 의사는 정말 일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과장님은 일을 하는 게 행복일 수도 있었겠지만 직업이 노년의 여유조차 뺏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나는 그 과장님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시니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고 환자 한분 한분 대하는 게 버거워 보이셨다. 의사는 정년이 없다는 말을 한다. 나이가 들면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요양병원에 면허만 걸고 일주일에 한 두번만 출근해도 돈을 벌 수 있다. 일에 대해 욕심이 많은 의사는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정년이 없다는 말은 정말 좋은 말일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 일을 하며 살았으니 이제는 책도 읽고 운동을 하면서 노년을 좀 더 여유 있게 보낼 수 있을 텐데  

근무 시간 대비 페이가 워낙 세니 쉽게 포기가 되지 않는 것 이다. 평생 일하며 살아왔던 습관도 무시 못할터이다.


 의사는 높은 수입과 연봉, 그리고 투자한 비용, 시간, 공부들이 아쉬워서 다른 인생을 쉽게 도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지만 평생직장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제2의 직업으로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100세 시대에 더 이상 도전 없이 평생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하나뿐인 인생을 사는 것은 현재 우리에게 지혜로운 방법은 아니다.


이 글은 의사의 불행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느 집단이나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의사가 다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본 의사 중에는 의사가 돼서 오히려 불행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행복한 의사도 많지만 굳이 의사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너무 의사의사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사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  돈을 잘 번다고 해서 전부 행복하다는 말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의사라는 사명으로 아픈 환자를 치료해 주고 봉사를 하기 위해 의사가 되겠다라고 하는 아이라면 , 그래서 본인의 목적의식이 확고한 아이라면 밀어줄 수 있다. 하지만  내 주위에는 진심을 다해 환자만을 생각하는 김태석 신부님 같은 의사는 없었다.  그런 사명으로 의사가 된 분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목적의식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의사가 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아니라면 진짜 의사가 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건 주위 환경이 큰데 10년 가까이 벌이 없이 공부하고 투자했기에 그 이상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면 아이를 의사를 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공부에 얽매이게 하지는 않겠다.


나는 사교육은 가성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책육아를 택했고 아이들이 읽는 책조차 사지 않고 빌려서 본다. 교육은 너무 신기하게도, 내가 투자한다고 해서 그 결과가 정직하게 나오지가 않는다. 학원을 보내면 아이들 성적이 오를 수도 있고,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은 밑독에 물 붓기일 가능성이 큰 불확실성 덩어리다. 그런 아이들 교육에 모든 것을 베팅을 할 만큼 돈과 시간에 구애가 없는 부모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평범한 가정이라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미경 강사는 아이들 교육비는 보통은 생활비의 30% 이상 교육비를 지출 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이라면 30만 원 , 200만 원이 한 달 생활비라면 60만 원 이상은 쓰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 신기한 것은 교육비를 쏟아부으며 애지중지 키운 자식보다 돈 안 들이고 자기 힘으로 큰 자식이 나중에 부모를 더 챙기고 효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자기 힘으로 큰 아이일수록 자존감이 높아 부모의 힘이 부치면 자신의 힘을 나눠 쓸 줄 안다”

<김미경의 마흔수업>




사교육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엄마의 확고한 의지와 소신이 필요하다. 나도 내가  많은 책을 읽고 깨달은 사실이다. 책을 읽으면 엄마의 확고한 소신이 생길  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을  다니까 불안해서 우리 아이들도 보내야 한다는   줏대 없는 행동이다. 줏대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줏대 없이  가능성이 크다.


나는 책을 읽으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했다. 그것은 돈과 명예가 아닌, 내가 내 삶 스스로 만족을 하고 아무리 작더라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꼭 필요하다는 것. 의사가 된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돈돈거리다가 죽는 것이 아니라,  돈은 부족하더라도 끊임없이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공부하고,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나는 인생을 잘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고 싶다' 라는 꿈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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