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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n 28. 2023

메멘토 모리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죽음을 기억하며



"  우리가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단 한 가지 자세는 유한한 삶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감사히 여기고 소멸 전까지 나와 다른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건전한 사회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본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의 마음가짐은 어떤지, 건강하게 살아있는 이가 깊이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사람이란 정말 간사한 것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정상이니까.

그럼에도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메멘토 모리, 늘 죽음을 기억하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 일은 아무도 알 수가 없으며. 당장 오늘, 당장 내일 내가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늘 죽음은 나와 가까이 있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령 선생님은 딸 이민아 목사님을 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보냈다.  <이어령의 마지막수업>을 읽고 <헌팅턴 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도 읽게 되면서 나에게도 죽음을 깊이 사고하게 되는 날이 다가왔다.


 이 책들은 이어령선생님의 딸을 향한 절절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령 선생님은 딸과 손자, 그리고 절친이었던 백남준 선생님의 먼저 보내서였을까. 선생님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정의를 내리려 노력했던 것 같다.  아니면 저절로 사유하게 됐거나.


이어령 선생님 쓴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에서 일을 하느라 어린 딸을 돌봐주기는 커녕, 혹여 선생님의 작업에 방해가 될까 그의 아내는 아이를 업고 늘 밖으로 나가 동네를 배회했다.   아이가 잠을 자기 직전 '아빠 굿나잇' 하는 인사를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그냥 손만 흔들었다고 한다. '굿나잇 민아' 라며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딸은 서재 앞에 서성이면서 아빠의 굿나잇 키스를 기다렸지만 그렇게 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하며 단 한 번만이라도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간절히 바라본다.


 '아무리 바빠도 30초이면 족했을 터. 만일 나에게 30초만 주어진다면 나는 글 쓰던 펜을 내려놓고 , 읽다만 책장을 덮고 두 팔을 활짝 펴고 그리고 굿나잇 키스를 하는 것이다. '굿나잇 민아야, 잘 자라 민아야'라고 말이다. '



나는 삶의 마지막 장면에서 과연 어떤 모습으로 완성되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 물었다.

과연, 나는 내가 죽을 때 후회 없이 잘 살다 간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부와 명예가 아니라 내 곁의 사소한 사람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동료들이라고 지혜로운 사람들은 말해주었지만, 이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만큼 우리가 성숙했을 때,  그들은 곁에 남아 있지 않았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우리가 진정으로 이 의미를 이해했을 땐 그들이 우리 곁에 없을 수도 있다. 미래를 위해서 나를 만들고 힘쓰느라 현재 소중한 사람들을 보지 않는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 우리의 행복은 미래로 미루지 않아야 하며 미래로 가는 과정에서 행복이 함께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나의 라이프(Life)는 기프트(gift) 였네 "


우리의 삶은 모두 선물라는 이어령선생님의 말씀을 꼭 기억하길.  삶은 당연하게 얻어진게 아니라,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 누군가에게 내가 제일 간절하게 가지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받은 거라 생각한다.  그 선물을 받아서 행복했다.






메멘토 모리

: 늘 죽음을 기억하라.


나는 언제가 죽을 것이다. 그게 당장 오늘이 될 수도 있고, 그것이 내일이 될 수도 있다.

아무도 나의 죽음의 때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인생의 불안전과 불확실성 때문이라도 부끄럽지만

나는 언젠가는 이런 유의 글들을 꼭 한 번쯤은 남기고 싶었다.







이 글이 유서라고 생각하면

그것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나는 연명치료를 거부해..

원치 않는 의료장치에 의해 살아가지 않을 권리가 나 스스로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었고 그리고 나의 신체가 내 정신보다 온전하다면, 내 몸의 일부분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어. 어차피 육체는 내가 잠시 빌린 것에 불과하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야.



모든 장기를 화장한다면 내 육체는 사라져 버리겠지만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것을 주고 떠난다면 그 보다 보람차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했던 것 같아. 그래야만 내가 떠나는 이유가 정당하며 후회, 미련 없이 갈 수 있지 않을까? 내 죽음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기 위해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나의 육체는 존재하지 않으나 나의 영혼과 정신은 살아 있으니, 모두가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항상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지켜보고 지켜줄게 . 그리고 우리 아이들, 엄마가 너희들 마음속에 있다는 걸 절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생을 살아가다 의문이 생기거나, 삶이 고통으로 다가올 때.

조용히 눈을 감고 가슴에 손을 얹고 엄마에게 속삭여 봐. 엄마가 답을 주고 너희에게 힘을 줄게.


누가 뭐래도 너희들은 이 엄마의 전부였단다.


그리고 내 인생에 단 하나뿐인 사랑. 우리 남편.

오빠, 고마워. 오빠 덕분에 지금껏 한평생 자알~ 살았다. 오빠가 내 곁에 있어서 난 행복했다고 확신해서 말할 수 있어. 오빠를 만나고 아이들을 낳고 잘 살다가서 미련 없었고 이 삶이 참 좋았다.


부탁이 있다면, 내가 없어도 우리 친정식구들 안부전화라도 해주고 우리 엄마 쓸쓸하지 않게 우리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자주 아니 아주 가끔이라고 들려주면 좋겠어.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지. 화장을   내가 아끼는 책들과 함께   있을까? 느닷없고  웃기지만.. 힘든 일인  알지만 이것도 부탁할게.   유골함 앞에는 당신과 아이들 사진, 유년시절 나의  세계였던 우리 친정식구들 사진,  그리고  옆에     있었으면..


오랜 기다림이 심심할까 봐^^  

거기서 책 읽으며 새로운 여행을 하고 있을게.


우리의 이별은 새로운 만남이라걸 기억해.

우리는 언젠가 꼭 다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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