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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l 09. 2023

나는 농띠

농띠의 하루



'농띠야 ! '



남편은 나에게 가끔 농띠라고 부른다. 농띠는 농땡이(일은 하지 않고 놀기만 하는 사람) 경상도 사투리이다.  남편은 집에서 내가 별로 하는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이겠지?


 나는 9시에 출근해 1시에 퇴근한다. 집에 오자마자 간다 하게 밥을 먹고 책을 읽고 책상에 앉아서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글을 쓴다. 그러면 3시간 은 후다닥 지나간다. 그리고 유치원에서 하원하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한다.


아이들을 씻기고 밥 먹이고 빨래하고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남편이 퇴근한다.

나는 남편이 퇴근한 이후로는 저녁 3-4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 (남편눈에는 나는 책만 보는 한량으로 보일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놀거나 내 옆에서 책을 보고 공부를 한다.   밤이 되면 아이들에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책을 읽어 주다 11시에 내 하루는 끝이 난다. 그리고 다음날 5시에 일어나 글 쓰는 일들이 반복된다.


나는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 집이 더럽던 주위환경이 어떻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청소할 시간이 항상 없는데 사실 청소는  인생에 우선순위가 밀려 나있다는  정답이다.  머리카락은 어찌나 많이 빠지는지 심각한 탈모를 365 의심한다. 옷이나 장난감도 틈틈이 정리를 하긴 하지만  엉망진창이 되어 있다.  남편이 보기에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다.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안은 전쟁터이니까.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을 하면서 청소까지 잘해야 한다면,  인생은 정말 고될 것이다.  청소는  인생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에  번씩 주말에 몰아서 정리를 하고 이주에  번씩은 청소 이모님을 부른다. 내가 돈이 많거나 돈을  쓰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레버리지를 한다. 나는 청소보다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남편 눈에 나는 본의 아니게 농띠가 되었다.







성실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저 성실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적당히 놀면서 적당히 일하면서 살고 싶다.


나는 인생을 단조롭게, 단순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불편한 사람은 만나지 않으려고 하며 싫은 건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누군가는 나를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떻게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가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쭉 이기적으로 살아가려 한다. 이기적이지 않으면 행복할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알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에서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었다면(나를 싫어하거나) 나는 여러 번의 이직을 통해 정말 좋은 사람들만 모여있는 최적의 곳을 찾아 다녔다. 내가 이때까지 다닌 직장 대부분 어딜 가나 서로 뒷담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 직장은 정말 그런  없다.  정말 친한 언니동생과 같이 서로를 챙겨주고 단합도 잘된다.  내가 겪었던 수많은 직장생활 중에 최고의 원장님과 동료분들 덕분에 나는 요즘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 하나도 없다고 장담할 수 있다. 내가 이런 직장을 얻게  것은 바로 편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라 생각한다.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안 그래도 짧은 인생, 내 주위에 좋은 사람만 곁에 두는 게 심신건강에 좋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대로 고통받으며 참고 살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길을 열면서 살아갈 것인지.


사람은 이타적이면서도 이기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오래 산다.

행복하게 오래 산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본인 스스로를 위해 

아주 이기적인 농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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