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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n 19. 2023

중독에 관하여.

술중독과 활자중독에 대해



나는 대학생활 4년 내내 초음파검사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

처음 초음파과목 실습을 하면서 프로브(탐촉자_초음파 장비)를 손에 잡고 주도적으로 장기와 병변을 찾는 행위에 그만 매료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졸업 전부터 일을 시작해 일반촬영을 하는 방사선사로 3년,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쭉 초음파를 하는 임상 초음파사로 일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sonographer'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임상 초음파사'라는 직업의 이름은 따로 있지 않지만 방사선사는 의사의 지시하에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은 합법이며 이미 많은 내과, 검진센터, 종합병원, 대학병원에서 미국초음파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방사선사가 위주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


복부 초음파는 보통 간, 비장, 양측 신장, 담낭(쓸개), 췌장 일부를 검사하는데 보통 간이 좋지 않으신 분은 국가에서 일 년에 두 번 정도 간암(초음파, 혈액검사)을 지원해 준다. 간은 보통 침묵의 장기라고도 말을 한다. 간 손상이 심하게 되기 전까지는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검사를 하다 보면 보통 초기 간경화가 있거나 간 표면이 거친 분들을 보면 대부분은 간염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B, C형 간염을 앓고 간 흔적이 남아 있거나 간경화가 진행 중인 분들은 꾸준히 초음파 검사를 하게 되어있고 국가에서 지원이 된다. B형 간염은 어머니가 간염 보균자를 가지고 있으면 보통 태어날 때 모체로 부터 수직 감염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보통 성인이 된 이후에는 잘 감염되지 않는다.


 만성적으로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분들은 간암에 걸릴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간암 환자 중 60% 이상은 B형 바이러스 감염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염이 심해지면서 간경화가 진행되는데 재생결절, 이형성결절이 반복적으로 생기며 간은 재생기능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지면서 간암으로 까지 이어지게 된다. 나는 검사를 하는 사람이라 임상은 잘 알지 못하지만, 내과과장님께 간염을 앓고 있는 분들이 술을 먹는 행위는 자살과도 같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간염을 앓고 계신 환자분들 중에서는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음에도 술을 끊지 못해 결국은 간암에 걸린 분들을 나도 실제로도 여럿 보았다.  


술은 무엇일까? 중독이란 무엇일까? 술이 나를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는 이유일까에 대해 나는 깊은 고민을 한 시절이 있었다.


나도 적당한 양의 음주를 좋아하고  기준에는 나름 술이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술을 즐겨 마시지는 않는데 다음날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아프면서 멍한  기분을 싫어해서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언제나 숙취를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일주일에 5 이상 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드시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B 간염을 앓으시면서 술을 끊지 못해 결국 돌아가신 들 중에 한분은 술을 마시면서도 불안해서 검사는 꾸준히 하셨던 분이었고,   분은 국가에서 간암검사가 지원됨에도 불구하고 검사는 하지 않고 엄청난 양의 술을 드셨기에 이미  전체가 간암세포로 뒤덮여    없는 분이었다. 3 전만 해도 간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고작 2-3 사이에  전체가 결절들이 가득  있었고 결국은 얼마 있지 않아 돌아가셨다.


 번째 분은 간암을 일찍 발견해서 수술은 성공적이었으나 결국 술을 끊지 못해서 재발을 했고  번째분은 이미 죽을 각오를 하고 술을 마셨던 분이라 손쓸 겨를 조차 없었다.  검진을 했든  했든 모두 술을 끊지 못했기에 결국은    돌아가셨다.



간염을 앓고 계셔도 꾸준히 검사를 한다면, 술을 먹지 않고 운동하고 건강하게 살아간다면 평생 간암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이 간염환자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중독과 습관으로 인해  술을 끊지 못하는 분들이 난 정말 안타까울 뿐이다.


검진센터에 근무할  젊은 간염 보균자 분들께  " 드시나요? " 여쭤보면 "회사생활하다 보니 어쩔  없이 조금씩 마십니다. "라고  말하는 분들이 정말 다. 핑계인지 진심인지 몰라도 정말 본인을 위해서라면 마시면  된다.  술은 중독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하다.


게임 중독, 술 중독, 마약 중독, 스마트폰 중독... 중독은 참 무섭다.  한 순간만이라도 기분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또는 그것이 행복이라 착각하는 사람들은 중독에 쉽게 빠진다.






 


나는 활자 중독이다. 주위에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다 읽어야지 직성이 풀린다. 나는 이것조차 행복 중독이라 생각한다.  책에서 엄청난 공감과 울림을 주는 문장이 나오거나 아주 두꺼운 책 한 권을 완독 했을 때 세로토닌, 도파민이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호르몬에 중독되었다.


 세상에 모든 중독은 독이다.  하지만 이왕 중독에 빠지겠다면, 내 건강을 해치는 술과 마약 같은 부정적인 것보다 책, 운동 등과 같은 긍정적인 것에 중독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네가 아주 긴 세월 만권의 책에서 추구한 지혜는 지금 네 삶 어느 페이지에서 빛나고 있나니.

그것은 이제 네 것이기 때문이란다.'  

-헤르만 헤세



운동을 하면 근육이 생기듯, 책을 읽으면 지혜가 쌓인다.


술을 마시면 간에 독성만 쌓일 뿐이다.



행복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 생긴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은 숙취로 괴롭지만 책을 읽은 다음날은 더욱 행복할 수 있다. 나는 책을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매일 성장했고, 그것이 매일 행복이라 느끼며 살고 있다.



수많은 부정적 중독 대신 긍정적 중독, 책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책 중독에 빠지면 우리 뇌와 삶은 더욱 건강해질 수 있다.  


책중독자가 된다면

책을 아주 사랑했던 작가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아주 긴 세월 동안 책을 읽고 그로 인해 쌓인 지혜가 내 삶 어느 페이지에서 빛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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