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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롱피치 Jul 04. 2023

유일무이한.

Unique에 대해서



이전글에도 여러 번  말은 했지만 나는 평생을 책과 담쌓고 살았던 인간이다. 학생 때 간혹 한 번씩 책을 읽기는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였고,  책 읽기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내가 공부를 잘하고 싶었을 때 노력해도 되지 않았던 건, 다른 사람의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문해력이 약해서 즉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깨달음 때문인지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일주일에 한 권, 그리고 6개월 정도 지나고 일주일에 두권, 그리고 일주일에 세 권까지 점점 많은 양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세 권을 1년 정도 읽고 나니 책에 대한 욕심이 더 나기 시작했고, 책이 더 필요한 순간이 왔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새로운 지식을 쌓고 싶었고 새로운 자극받고 싶었다. 그러면서 7일 동안 7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나는 본인 스스로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거나, 카페에서나 공공장소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뭔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는데 내가 그 사람과 비교되거나 나는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해 불안 때문이 아니라 그냥 책 읽고 있는 사람이 특별해 보여서였다.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 즉 특이한 사람이라 믿었고 굳이 저렇게 밖에서까지 책을 읽는 이유는 뭘까?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정말 독특하거나 남들 앞에서 보여주기 좋아하는 사람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내가 책을 좋아해 보니 다른 이유는 없었다.  정말 재미있어서다. 그 재밌는 책을 틈틈이라도 읽고 싶어서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는 것이다.







 

내가 책에 대해 얼마나 큰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나만의 한 일화가 있는데, 내가 대학생 때 일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해진 언니를 통해서 소개팅을 하게 됐다. 내가 먼저 카페에 도착을 해서 소개팅남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 멀리서 키도 크고 훤칠한 훈남이 걸어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나는 첫눈에 완전히 호감이 갔다. 하지만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는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그분도 그저 학생일뿐였는데 워낙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내가 다시 묻는 것이 여러 번이었다. 대화가 잘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철없고 발랄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반면에 그분은 학교도 좋고 공부도 잘했다.  나는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졌는지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고 그에게  취미를 물었을 때, 그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했다. 독서를 좋아해서 대학생 독서 모임도 종종 참여한다고 했다. 지금이야 독서모임하는 곳이 워낙 많고 익숙하지만, 그 당시에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독서모임? 아주 생소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책을 좋아하면 당당하게 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될까?


나는 그와 이야기하면서 점점 위축이 됐고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사람과의 지식차이가 이런 거구나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키도 크고 외모는 훈훈했고 똑똑한 그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웬일인지 그도 그 자리에서 바로 나에게 호감을 표시했다.  계속 알아보고 싶다고 다음번에 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를 만나지 않았다. 그는 공부만 잘하는 샌님 같은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 대화도 잘했고 적극적이었지만 나는 주선자에게 웬 선비가 나왔다고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해댔다.


하지만 나는 소개팅을 끝난 뒤에도 종종 그 사람을 생각했다.  그 오빠는 여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책을 읽으면서 데이트를 하겠지? 하면서.  그리고 내가 그 옆에서 고상하게 책 읽는 상상을 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절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고 그 와는, 아니 책이랑은 내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 믿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특별하고 자기만의 세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지라 그 와의 소개팅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이 났다.  


그 오빠가 마음에 들었지만, 책을 좋아하는 그 오빠는 싫었다. 일종의 자격지심 같은 것이었다.  이처럼 책을 읽는 사람은 나는 결이 다른 ,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맞지 않는 특이한 사람으로 늘 치부해 왔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그에게 압도당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내가 너무나 초라해 보였달까. 아니, 이게 정답이다. 내 무식함이 까발려질까 봐 겁이 났다. 꼴에 자존심은 세서 그 옆에서 초라해지고 싶지 않았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큰 외부 활동 없으며 책만 보니 건강하지도 않을 것이라 혼자 판단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있으며 인간관계도 좁을 것이라며 속으로 욕하고 그렇게 평생을 착각 속에 빠져 살았다.  그만큼 나는 책을 몰랐다. 책 읽는 사람을 몰랐다.

 

나는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아이들  등하원을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아이들 노는 놀이터에서  혼자 책을 읽는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혹시 '엄마가 저러니 아이들도 소심하고 아이들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을까?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인생의 중요한 것은 아무생각없이 그냥 하는 것이 맞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도 당당하게  취미가  읽기와 글쓰기라 말하는 그때  소개팅 남처럼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요즘이다.   오빠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지낼까? 아마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장담컨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 예상한다.  ( 그런 사람을 찬거고 ^^)







Unique:  유일무이한.

"유니크라 쓰고 너나 나나 세상에 하나뿐이 소중한 존재라 읽는다."


나는 유니크라는 말을 참으로 좋아한다. 우리는 하나하나 참으로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각자 가지고 있는 개성이 있고 그 개성을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스스로 뽐낼만한 자격을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까_


어릴 적 나의 개성은 명랑하고 발랄한 귀여운 이미지의 학생일 뿐이었다. 나는 그때 그런 색깔을 가지고 있는 내가 싫었다. 밖에서는 세상 밝은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 혼자만의 어둠을 가진 소녀였다.  늘 괜찮은 척, 늘 밝은 척, 늘 행복한 척,  척척 해내느라 상처는 곪아 있었다.  나는 밝고 긍정적인 아이니까 라는 생각으로 내면의 나를 들여다볼 시간조차 없었다.  


책을 읽고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내면은 고요하고,  스스로에게 귀 기울여 주고 나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조용한 사람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각자의 개성이 있다. 그리고 그 개성을 지켜내는 일은 너무나 소중하다.

나의 진짜 모습을 나 스스로도 모른다면 누가 나를 알아줄까?

나만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야말로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다. 나만의 향기는 나 스스로만이 만들 수 있다.


유일무이한 당신을 알고,

그런 당신을 믿고 스스로를 한껏 사랑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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