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 Oct 03. 2023

샌프란시스코에서 죽음을 목격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마약, 무엇을 보았나

최근 업무상의 이유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짧게 시간을 보냈다. 숙소가 위치한 곳은 유니온스퀘어. 공항에서 바트를 타고 숙소가 위치한 정거장까지 이동하며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대마초 냄새가 생각보다도 심각하다는 거였다. 어디를 가나 대마초 냄새와 악취가 코 끝을 찔렀다. 곳곳에는 노숙자들이 있었다. 


짧게 있어서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으나 내가 느낀 샌프란시스코는 유튜브에서 보는 것처럼 위험하지는 않았다. 낮시간 관광지 위주로 돌아다닌다면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고 밤에도 우버를 활용하면 충분히 잘 이동할 수 있었다. 출국하기 전 했던 걱정들이 무색하게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친절했고 경치는 소문만큼 아름다웠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장총을 들고 사람들을 사냥하는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샌프란시스코의 다른 노숙자들처럼 약에 취해 있었다. 


내게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곳이었다. 동네는 아름답고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마음 편하게 혼자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쉽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짧게 지내며 모든 관광지를 돌아봤고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오라클파크에서 야구 경기도 관람했다. 그 외에도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좋은 점이 많은 도시지만, 그보다도 마약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주한 것들


초반에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며 가장 의문이었던 점은 휠체어를 타거나 보행보조도구를 짚고 시내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교통 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눈에 많이 띄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기에는 수가 지나치게 많았고, 사람들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왜 이 도시에는 이렇게 걷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까. 


그러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시청 근처를 지나가다 답을 얻었다. 그 사람들은 마약 때문에 걸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청 근처 텐더로앵 쪽에는 노숙자들이 많다고 들어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었다. 한 번도 그쪽으로 간 적이 없었는데, 그날은 동선상 이동해야만 했다. 


버스에는 보행보조기구를 짚은 젊은 남성이 있었다. 어깨까지 오는 곱슬머리를 묶고 검은 후드티에 반바지를 입은 그는 눈 아래에 타투가 가득했다. 내가 그를 자세히 기억하는 이유는 잘 꾸민 모습과 상반되게도 너무나 지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피곤에 취한 얼굴로 버스에서 내린 그는 천천히 어딘가를 향해 걸어갔다. 그때 알게 됐다. 약을 사러 가는구나. 


이제 막 아침이 시작되는 시간, 버스를 타고 텐더로앵을 지나가며 소름 돋는 풍경을 많이 목격했다. 그 동네에는 노숙자 텐트가 가득했다. 근처에는 손에 현금을 들고 덜덜 떨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백인 노인이 보였다. 노인은 한 손으로는 보행보조기구를 짚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흑인 남성이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게 한 손으로 잡은 채 멍하니 서있었다. 짐가방 같은 걸 끌고 가는 행색이 추레한 동양인 여성도 봤다. 동양인들은 미국에서 똑 부러지게 살아갈 거라는 내 안의 편견이 깨진 순간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정신을 놓은 사람도 유난히 많이 보였다. 대낮에 술병을 들고 횡단보도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나, 바지를 간신히 걸친 채 허공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친 표정으로 건물 구석에 널브러진 사람도 많았다. 대체로 동공은 풀려있었고 걸음걸이는 뻣뻣했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약 때문에 변한 건지, 그게 약효과 나타난 모습인지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들 모두 약을 찾았다는 것이다.


하루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아 이른 시간 커피를 사러 숙소 밖을 나섰다. 해가 뜬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카페로 걸어가고 있는데 쓰러진 사람 옆에 경찰들이 서있는 모습을 봤다. 노숙자를 단속하려고 하는 건가. 그러다 보통 경찰들이 노숙자를 단속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아, 사람이 죽었구나. 그렇다. 이 도시에서는 마약 때문에 사람이 죽어가고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