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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Oct 21. 2023

샌프란시스코 스타벅스에는
자리가 없다

사회문제로 떠오른 노숙자

급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업무가 생겼다. 근처 카페에서 일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자리가 없었다.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그곳에도 자리는 없었다. 사람이 많아서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정말로 앉을 수 있는 스타벅스가 없었다. 


내가 갔던 모든 스타벅스는 손님들이 앉을 수 없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모두 한편에 쌓아 올린 모습이었다. 서서 마실 수 있는 높은 테이블은 몇 개 있었지만, 정말로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자리가 없는 건 스타벅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테이블을 아예 없애버린 카페가 꽤 많았고, 앉을 수 있는 카페가 종종 보이기는 했으나 노숙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스타벅스는 지난 4월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좌석 수를 줄이고 화장실 사용을 금지했다. 노숙자들이 직원과 손님들의 안전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강경한 대책을 펼치고 있는 건 스타벅스만이 아니다. 유기농식품 전문점인 홀푸드, 유통업체 노스스트롬, 슈퍼마켓 전문점 세이프웨이, 의류업체인 올드네이비 등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떠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사회문제로 떠오른 노숙자


"뉴욕이나 다른 도시는 위험한 지역이 명확하게 구분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런 지역이 복잡하게 섞여있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노숙자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 오래 살았던 친구 A는 이렇게 설명했다. 직접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다니며 일하다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 특이하게도 샌프란시스코는 우범지역과 안전한 지역이 따로 구분되지 않고 어디를 가든 노숙자를 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마약과 맞물려 겪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노숙자다. 출장 기간 거의 5분에 1번씩은 노숙자를 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지하철인 바트에서는 물론 그냥 어느 동네든 노숙자가 많았다. 아침이 되면 노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시청 근처에 마약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었다.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지만 펜타닐 가격이 그리 비싸 보이지도 않았다. 지폐를 들고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 돈이 많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노숙자들은 텐트를 치고 살기도 했고 그냥 거리에서 지내기도 했다. 특히 시청 근처에는 노숙자들이 모여서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시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노숙자 인구는 7754명, 그중 57%에 해당하는 4397명이 그냥 거리에 살고 있다.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에 홈리스가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거리에서 마약을 구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노숙자와 마약 문제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좋은 기후 탓에 원래도 노숙자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된 가장 큰 이유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테크기업이 많아 한때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던 샌프란시스코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며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약 5만 명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샌프란시스코 외곽으로 이사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83만2000명으로 줄어들었다. 


도심 지역의 유동 인구가 줄어들며,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 샌프란시스코의 제곱마일당 범죄율 지수는 938이다. 이는 캘리포니아 평균인 83의 11배에 달하는 숫자. 여기에 노숙자와 마약 문제가 더해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는 기업도 늘어났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 등 IT 기업들이 샌프란시스코를 떠나기 시작하며, 공실률은 현재 31%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마약, 노숙자 그리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주민발의 47호. 무엇이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명확한 것은 모든 것이 얽히고설켜 도시를 더 안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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