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사회문제로 떠오른 합성마약
"예전에는 정말 살기 좋은 도시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우버 드라이버가 한탄을 하듯 이렇게 말했다. 사실 출장 기간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노숙자와 마약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는 샌프란시스코에 가본 적이 없어서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으나, 아마도 유명한 올드팝송의 가사처럼 사랑으로 넘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가 지금의 모습이 된 원인으로 펜타닐을 꼽는다. 유튜브에서 필라델피아 좀비 거리 영상으로 한층 더 유명해진 펜타닐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지난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북미에서 발생한 약 9만건의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 사건 중 대부분이 불법으로 제조된 펜타닐과 관련이 있었다.
펜타닐은 현재 미국 18~49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1년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약 10만6699명으로, 2015년 5만2404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CDC는 약물 중독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원인으로 펜타닐의 확산을 꼽는다.
한국은 펜타닐에서 자유로울까
그렇다면 한국은 펜타닐로부터 자유로울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2021년 6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당시 19세였던 A군이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A군은 급하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조사 결과 A군의 사인은 펜타닐 급성중독이었다.
국내에서는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을 수 있는데, 펜타닐 패치를 과도하게 처방하거나 이를 오남용하는 문제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강기윤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펜타닐 패치 처방 건수는 2018년 89만1434건에서 2020년 148만8325건으로 3년간 67%나 증가했다.
국내에서 펜타닐이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청소년 접근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이다. 디스크로 인해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펜타닐 패치를 구입해 사용하고 유통한 청소년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0대의 펜타닐패치 처방건수는 2019년 22건에서 2022년 624건으로 대폭 늘었다.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쉽게 처방해 주는 곳을 '성지'로 부르며 몰리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병원은 2019년 4220매, 2020년에는 6108매에 달하는 펜타닐 패치를 처방해 문제가 됐으며, 지난 6월에는 환자 한 명에게 펜타닐 패치 4825장을 처방한 의사가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마약을 즐기고 유통하기 위해 펜타닐 패치를 찾는 청소년들이 책임감 없는 의사를 만나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펜타닐을 활용한 합성마약은 금단현상이 다른 약물보다 강력하다. 단순히 약물을 갈구하는 수준이 아니라 온몸을 기름에 튀기는 것과 같은 고통이 계속해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호기심으로라도 펜타닐에 손을 대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고통을 없애기 위해 계속해서 약을 찾아야 하는 셈이다.
마약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약물중독과 관련한 교육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약은 나쁘다"와 같은 추상적인 교육이 아닌, 마약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왜 해서는 안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창구로 마약을 활용하지 않도록 보다 확실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