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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25. 2024

A씨가 주사기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유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사람들

샌프란시스코에는 노숙인과 마약중독자를 돕는 비영리단체가 많다. 그중 마약중독자들을 위해 무료로 주사기와 급성 해독제 나르칸을 배포하는 곳도 있다. 주말에 종종 다른 활동가들과 천막을 치고 사비로 산 주사기와 나르칸을 나눠주는 일본계 미국인 A씨를 만났다. 젊은 시절 미국으로 건너와 반평생을 샌프란시스코에서 살았다는 그는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샌프란시스코에는 어떻게 오게 됐는지 궁금하다


직장 문제로 넘어왔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것에 상당히 만족했다. 좋은 이웃도 많고 차이나타운이 크게 있어서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도 상대적으로 심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아이를 키우며 행복했기 때문에 도시를 떠날 생각은 아직 없다. 다만 요즘처럼 샌프란시스코가 위험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 왜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는가


코로나19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게 바뀌었다. 일단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었다. 미국은 고용문화가 굉장히 유연하다. 하루아침에도 회사에서 잘릴 수 있다. 예전에는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었다면 코로나19 시국에는 거의 모든 기업이 일자리를 줄이기만 해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전에도 노숙자가 많은 곳이기는 했다. 여기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들이 더해져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됐다. 


마약에 관대한 정부도 문제를 키우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마약이 경범죄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기본적으로 낮고 처벌 자체도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숙인들은 길거리에서 판매되는 약이 어떤 종류인지, 무엇이 얼마나 섞여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 가운데 펜타닐과 같은 중독성 심한 약물들이 함께 유통되며 마약중독자도 늘어났고 급성 약물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늘어난 느낌이다. 


- 코로나19 이후 도시가 위험하게 느껴져서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나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원래 정말 살기 좋은 도시였다.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마약을 접한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봉사에 참여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예전에 마약을 접했던 적이 있다. 재활치료를 받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싶어 봉사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사실 나는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처음부터 마약에 중독되고 싶었던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약중독이 온전히 개인의 탓이라고만 생각하지도 않는다. 처방전을 제대로 살피지 않아 중독된 사람들, 거리로 몰려나 시간을 때우거나 현실을 잊기 위해 약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방법을 모르는 분들도 있다. 그저 그들을 돕고 싶은 것이다. 


- 주사기 배포는 노숙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까


가장 큰 문제는 주사기를 돌려 사용하다 보면 에이즈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너무 과도한 양의 마약을 투여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 하는 일은 사실상 불법이고 마약중독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어느 정도 있다는 걸 알고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죽어가는 노숙인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에이즈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매일밤 급성 약물중독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많다. 약을 끊기 어렵다면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깨끗한 주사기와 나르칸을 나눠주는 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재활 프로그램이 조금 더 많았으면 좋겠다. 단순히 노숙자들을 숨기거나 치워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조금 더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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