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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Feb 29. 2024

그들은 왜 거리로 내몰렸을까

샌프란시스코와 집값 

- 왜 노숙 생활을 시작하게 됐나

간단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원래는 집이 있었는데 코로나19를 겪으며 차에서 살게 됐다. 그러다 감당할 돈이 부족해져 차를 팔고 거리에서 살게 됐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는지 모르겠는데 집에 살던 시절이 까마득한 예전처럼 느껴진다. 무료 급식을 먹거나 굶거나 돈이 생기면 사 먹기도 한다. 괴롭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 


- 그래서 노숙자들이 마약에 쉽게 빠질 수도 있겠다. 괴로우니까. 

그럴 것 같다. 


미국 노숙자의 30%, 시설에 들어가지 않은 비보호 노숙자의 50% 정도가 캘리포니아에 거주한다. 샌프란시스코 시빅 센터 근처에서는 아침마다 마약을 사고파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노숙자 대부분은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보였다. 노숙자는 물론 그 누구도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다. 노숙자와 마약 중독 문제는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 전체의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곳곳에서 이들을 돕는 손길을 만나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무료 급식, 무료 재활 프로그램, 노숙자를 위한 이동 샤워부스 등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이 있다. 그중 마약 중독자의 에이즈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깨끗한 주사기를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옆에서 지켜봤다. 봉사활동가 A씨와 몇몇 노숙자들을 만나 이야기 나눠볼 기회도 얻었다. 아예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고 곁에 가는 게 위험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상대적으로 '멀쩡'해 보이는 노숙자도 의외로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거리가 더 안전하기 때문에 집이 생겨도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금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왜 거리 생활을 택하게 됐을까.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UCSF의 베니오프 노숙자 주거계획 연구팀은 대부분의 노숙자들이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거리로 내몰린다고 분석한다. 연구팀이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22년까지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거리에 내몰리기 전 6개월간 월평균 960달러(약 128만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와 그 일대의 집값이 미국 내에서도 굉장히 비싼 편에 속한다는 점이다. 샌프란시스코와 산 호세, 팔로알토 등 일대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자리를 잡으며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집값은 쭉쭉 올라갔다. 국가·도시별 비교 사이트 넘비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의 방 3개짜리 아파트 월세는 평균 5950달러(약 794만원)였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비교적 좁은 지역으로, 주택 공급에 한계가 있다. 월세와 임대료는 계속해서 올라갔고 그 가운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자 많은 사람들이 샌프란시스코와 산 호세, 팔로알토를 떠났고 혼란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직장인이 해고됐다. 그럼에도 월세와 임대료는 이전처럼 낮아지지는 않았다. 도시가 그저 공실로 남은 가운데 노숙자와 마약중독자가 거리에 가득하니, 다른 지역 이사를 택하는 주민들은 더 많아졌다. 


UCSF 베니오프 노숙자 주거계획 연구팀은 노숙자의 20% 정도만 거리로 내몰리기 전 시설에 살았다고 분석한다. 시설에 입소하지 않았던 노숙자 중 60%는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살다가 노숙자가 됐다.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은 취업 시장에 단절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50% 정도는 계속해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연구팀은 노숙자에 대한 복지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숙자들은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를 경험했으며, 그것이 마약과 관련한 문제를 야기했다. 노숙인의 60% 정도는 현재 정신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30% 이상은 노숙 기간 동안 신체·성적인 폭력을 경험했다. 특히 노숙자의 20%는 마약과 관련해 치료를 원했으나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마고 쿠셀 UCSF 베니오프 노숙자 주거계획 책임 연구원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임대료 보조금과 같은 재정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쿠셀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거리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라며 "개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임대료 보조금과 같은 일회성 재정 지원 정책이 이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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