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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자녀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큰 기대도 하지 말자

(부모로서 책임은 다하되, 결과에서는 자유로워지자)

여성들은 가정을 이루고 자녀가 생기면 인생의 큰 기로에 서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자녀를 돌보아야 하는가?, 나중에 다시 일할 수 있을까?, 누가 자녀를 돌봐주지? 꼬리를 무는 숱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민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은 자의든 타의든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단절하고 육아를 전담한다.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부모님이나 가사도우미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양육을 의탁한다. 물론 직장을 다니며 맞벌이를 해도 경제적인 이익이 그리 크지 않다. 내가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울 때는 어린이집도 많지 않았다. 그런 데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늦게 퇴근을 하면 파트타임 도우미를 쓸 수도 없다.


특히 군인들은 비상소집이 되는 경우도 많다 보니 통상 부모님께 양육을 부탁하거나 상주 도우미를 고용한다. 상주 도우미는 24시간 집에서 먹고 자고 하는 사람이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 데다 주 5일제로 주말에는 휴식을 취하러 간다. 일이 있어 주말에 일을 하도록 하려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도우미에게 내 월급의 상당수가 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과 자녀양육을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대다수 직장맘들은 자녀와 함께 보내는 물리적인 시간이 적은 것에 대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항상 엄마가 그리운 아이들은 출근할 시간이 되면 일을 가지 못하도록 문 앞을 지켜서 있기도 하고,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울고 또 운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항상 눈 옆이 촉촉해진다. 우는 아이를 뒤로 하고 돌아서면서 매일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해야 하는가?’라고.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항상 옆에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아이들에게 이해를 시켜야 한다. 사실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알면서도 때를 써본다. 혹여라도 엄마와 함께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지만 직장맘으로 살기로 결정한 이상 이 부분은 감수해야 할 희생이다. 어쩔 수 없는 일에 후회하고 흔들린다면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과감히 포기하되, 함께 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면 된다. 


내가 자녀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토요일이었다. 일요일 오후에도 출근을 했기 때문에 토요일만큼은 애기들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평일 야근과 스트레스로 힘들어도 토요일에는 무조건 외출을 한다. 애기들이 먹을 것과 갈아입을 옷, 장난감까지 챙겨야 할 짐이 많다. 그리고 애기들이 일어나기 전 준비를 끝내야 한다. 눈을 뜨면 나가자고 졸라 대는 통에 외출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끝내 놓고 애기들을 깨워 나갈 채비를 한다. 


놀이공원, 전쟁기념관, 박물관, 수목원, 해수욕장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인근 호숫가에서 잠자리를 잡기도 하고,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기도 한다. 애기들은 항상 토요일을 기다렸다. 그렇게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렇게 엄마의 자리를 만들었다. 


지금은 불쑥 커버린 자녀들을 보면 대견하고 뿌듯하다. 이제는 엄마의 힘듦도 조금 알아주는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잠든 아이들을 보면서 출퇴근을 하고, 토요일에만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지만 자녀들은 아는 것 같다. 엄마가 결국 자기들을 위한 희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시간의 양에 구애받지 말고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의 질을 높이자. 그러면서도 자녀들에게 큰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너희들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고 있으니 너희들도 그만큼 공부도 잘하고 말도 잘 들어야 한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 화를 불러오고결국 질책과 고성이 오가다 자녀와의 사이에 큰 벽이 생긴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어느 정도 성장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더욱 좋겠지만 부모의 조바심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부모로서의 책임과 도리를 다하되결과에 대해서는 자유로워져야 한다


단 한 사람도 똑같은 사람은 없다. 후천적으로 취득된 행동도 있겠지만 타고난 고유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을 하면 직장이 있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한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던 환경 속에 놓아졌던 사람들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타까운 후회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하되, 자녀들과 함께 있는 시간만큼은 질을 높이고, 잘 커주기만 하면 자녀들에게 큰 기대도 말자. 그것이 내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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