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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기다려지는 토요일, 엄마와 행복한 외출

(같이하는 시간이 짧을수록 추억거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토요일 아침에도 평소처럼 새벽에 눈을 뜬다. 못다 한 잠을 자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그보다 일주일 동안 오늘만을 기다린 아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누워있을 수 없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틈틈이 돌아오는 주말의 이벤트를 고민하고 계획한다. 주중에는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퇴근을 하고, 잠이 깨지 않은 이른 시간에 출근을 하다 보니 토요일 아침까지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 나와 아이들에게 토요일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날이다. 


토요일 아침이 되면 평소 양육을 도와주시던 부모님도 자유를 만끽하려는 듯 아침부터 분주하게 집을 나서신다. 일주일 중 단 하루라도 오롯이 본인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시기도 하다. 나 역시도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인 토요일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주중에 계획했던 일정을 행동으로 옮긴다. 


여느 때와 같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한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외출을 하려면 먹을 것, 마실 것을 다 챙겨야 하고 유아용 스푼과 젓가락도 필수, 게다가 옷이 더러워질 것을 대비해 여벌 옷도 싸야 한다. 급한 용변과 차멀미를 대비해 검은 봉지와 신문지는 기본으로 세팅이 완료되어 있다. 뒷좌석에 카시트 3개를 나란히 장착해 놓고 그날그날 외출에 필요한 장비와 혹여나 목욕탕에 들를 시간이 되면 씻겨서 오려고 목욕용품까지 세트화하여 차에 실어 놓는다. 


장거리를 가는 날에는 이동하는 동안 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애니메이션 1~2편을 미리 다운로드하여 준비하고, 가면서 먹을 과자와 물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운전하면서도 내 손에 닿을 수 있는 곳에 가지런히 정렬을 해야 한다. 여기에다가 아이들은 광나게 이쁘게 차려 입히지만 정작 나는 세상 불쌍한 모습으로 외출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이쁘고 멋진 엄마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새벽에 일어나 간단한 단장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토요일 아침에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다. 잠자리에 누워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달려와서 안아주고 일으켜 주길 바라는 아이의 투정이다. 나는 후다닥 뛰어가 꼭 끌어안고 애정을 표현한다. 이것도 다자녀이다 보니 돌아가면서 세 번은 족히 해야 끝이 나는 눈물의 상봉이다. 나에게 아이들의 기상은 하루 일과의 시작을 알리는 기상나팔과도 같다


미리 준비해 둔 밥을 먹이고 양치질을 시킨 후 외출복으로 갈아 입힌다. 미리 외출복을 입으면 밥을 먹다가 더럽혀져 속상해지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에 식사를 마친 후 옷을 입힌다. 준비가 끝나면 잠깐 티브이를 틀어주고 방과 주방을 대충 정리한다. 외출한 사이 부모님이 돌아오셨을 때를 대비해 청소를 한다. 이후 ‘가족회의’ 시간을 선포하고 오늘의 일정을 설명하면서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혼자서 다른 곳에 가거나 한 눈 팔지 않기, 잘 보지 않고 뛰어서 넘어지지 않기, 혹시라도 엄마를 잃어버리면 그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기 등.. 알아듣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답은 우렁차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행복한 외출이 시작된다.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메고 산과 강으로 가기도 하고, 계곡에 들러 물놀이를 하기도 한다. 유아 놀이터, 전사적지, 아울렛, 수영장 등 정말 다양한 곳을 두루 다닌다. 직장의 특성상 이사가 잦다 보니 힘든 점도 있지만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그 주변 여러 곳을 가볼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한참을 클 때까지 이사가기 싫다는 소리를 하지 않아서 참 고마웠다. 


시간이 가용하다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욕탕이나 찜질방을 들러 세 아이 모두를 씻긴다. 목욕탕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통상 집에 도착할 때쯤 아이들이 잠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은 예상대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집에 도착하면 먼저 짐을 모두 내리고 아이들이 누울 이불을 준비한 후 한 명씩 안아서 옮긴다. 그리고는 아이들의 겉옷을 벗기고 편한 잠자리를 만들어 준다. 가끔씩 씻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면 대야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수건으로 적셔 얼굴과 손, 발을 닦아 잠옷으로 갈아 입힌다. 그렇게 행복한 잠에 빠져든 아이들에게 뽀뽀를 해주면 하루가 끝이 난다. 


아이들이 한 참 클 동안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하고 일요일도 출근을 해야 하는 곳에서 일을 했지만 일주일 중 단 하루만은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행복한 날을 만들어주고,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느끼고 해 주려 노력하며 엄마 노릇을 했다. 


물론 내 몸이 많이 힘들고 1년이 다 되도록 나만의 시간은 단 한순간도 없는 삶을 살았지만 당시에는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했고 그래서 그걸 했다. 물리적으로 많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엄마의 처절한 노력을 아는지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들이 피로회복제라는 사실을 부모가 되어보면 알게 된다


또 한 가지, 다둥이 맘으로 이곳저곳 아이들과 추억을 쌓아오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꼭 고가의 비용을 들여야 하는 유명한 장소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만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리 빛나는 보석과 휘황찬란한 것이 있어도 아이들은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들이 좋아하는 것들만 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 고가의 비용을 들여 어디를 들러 그곳을 보여주려도 해도 보지 않고 내 마음만 상했던 기억이 많다. 즉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저 엄마와 손잡고 집 밖으로 나가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다. 단지 휴일의 피곤함에도 엉덩이를 일으켜야 하는 엄마로서의 수고로움을 감당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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