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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리터리맘 Jan 25. 2021

자녀와의 약속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자녀와의 소통의 창구를 찾아라)

직장에서 내가 맡은 일의 양이 결코 적지 않고 일의 성과에 대한 나의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투자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밤 10시는 족히 넘어야 퇴근을 할 수 있었다. 또한 아침에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출근을 해야 하는 못된 성격 탓에 새벽 4시 50분에 기상을 하고, 5시 50분이면 어김없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신없이 일과를 보내다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전화를 한다. 어린이집과 학교를 잘 다녀왔는지 묻고 다음날 챙겨갈 준비물을 확인한다. 밤늦은 시간이라도 가능하면 내가 직접 준비물을 사서 퇴근을 한다. 퇴근과 동시에 나는 엄마가 된다. 가장 먼저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살핀다. 불을 켜면 잠든 아이들이 깰지도 몰라 핸드폰 불빛으로 비추어 한 명 한 명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만지면서 살펴본다. 친구들과 다투다 긁히지는 않았는지, 걷다 뛰다 넘어져 피가 나지는 않았는지, 피부가 거칠어진 곳은 없는지 만지면서 눈으로 확인을 한다. 


할머니가 아무리 열심히 손자 손녀를 돌봐 주셔도 엄마 눈에만 보이고, 엄마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는 것 같다. 탯줄 동기라서 그런가? 내 몸에서 태어난 나의 분신이고 나와 같은 주파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꼭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이 있다. 애기들이 잠든 사이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여 토요일 아침이 되어야 서로 얼굴을 보지만 엄마가 항상 보살펴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간호사 생활을 하며 배우고 익힌 것을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는데 잘 활용을 한 편이다. 물론 집에 일상적인 생활 중 발생하는 상처나 질병을 케어할 수 있는 약들은 일부 구비되어 있었다. 크고 작은 상처는 직접 소독을 하고, 증상을 들으면 어느 정도 정확하게 진단을 하고 응급조치를 한다. 물론 이건 의학상식뿐만 아니라 다자녀를 키우며 생긴 노하우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그리고 피곤해하시는 부모님들께 영양제 주사도 직접 놓아드렸다. 전담 간호사가 집에 있는 격이다. 


그래서 애기들의 몸만 잘 살펴보아도 건강상태를 예측할 수 있고, 낮 동안 통화를 하며 목소리를 들으면 감정을 유추할 수 있다. 몸을 살피다 상처와 벌레 물린 자국 등이 있으면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부쳐준다. 낮 동안 통화를 하며 어디가 아프다고 말하면 그 부위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아침에 일어나 엄마의 흔적을 본 아이는 거짓말같이 다 낳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낮에 말해 준 준비물을 사서 퇴근을 한 나는 준비물에 자녀의 이름을 쓰고 책상에 놓아둔다. 그리고 숙제를 봐준다. 예전에는 엄마가 함께 해야 하는 숙제가 많았다. 즉 엄마 숙제가 많았다. 한두 페이지 분량의 학습지를 하더라도 엄마에게 검토를 하도록 되어 있다. 퇴근이 늦으니 약속대로 아이들이 책상 위에 숙제를 펼쳐 두고 잠을 잔다. 그러면 나는 숙제를 살피고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메모지에 일일이 적어서 놓아둔다. 말로 하면 쉬운 것도 글로 쓰자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한다. 난 엄마니까


그다음은 다음날 입을 아이들의 옷을 골라내어 약속된 곳에 걸어 둔다. 유치원이든 학교든 특정한 옷을 입어야 하는 날도 있고, 다음날 행사가 있으면 그에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 학교 소식지 알람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거나, 알림장에 쓰인 내용을 보고 참고하여 정리를 한다. 혹여라도 내가 실수를 하거나 놓치면 친구들과 다른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아이들이 상처를 받기 때문에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 


이런저런 엄마 역할을 하고 나면 밤 12시가 넘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자는 동안 몇 번을 깨어서 칭얼대기도 한다. 난 아이들이 엄마를 그리워하며 하는 행동이라 여기고 가슴에 안고 재운다. 감기라도 들어 아프기라도 하면 약을 먹고 잠들었던 아이가 거짓말같이 엄마가 온 걸 아는지 때맞추어 일어나 운다. 안쓰러운 나머지 다시 잠들 때까지 업어준다. 물론 밤새 업고 무릎을 꿇고 쪽잠을 잘 때도 많았다. 그래도 힘들다는 생각보다 커가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행복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학년이 올라가더니 점점 말수가 적어진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사춘기의 전조증상이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해보니 또래 아이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고민했다. 어떻게 이 아이와 소통을 해야 할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느 날 예쁜 공책을 하나 샀다. 그리고 딸에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편지로 쓰자고 제의했다. 처음에는 거의 많은 내용을 내가 쓰면 돌아오는 답장은 ‘네, 엄마, 근데 저는 할 말이 별로 없어요’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얘기, 운동했던 일 등 소소한 일상을 하나씩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의 대화가 다시 정상화되었다. 


지금은 핸드폰을 통해 언제든 대화를 할 수 있고, 궁금해하는 일상을 생생하게 전할 수 있다. 그리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관련 동영상을 찾아 공유를 하고 간접적인 대화를 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이모티콘만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말보다 더 생생한 감정 전달이 되는 것 같다. 


남자아이들은 커 갈수록 여자아이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공포의 주인공들로 불리는 이들이 바로 사춘기 남아들이다. 거의 벽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는 신체 접촉도 쉽게 할 수 없을 만큼 훌쩍 커서 남자로서의 건장함이 보이는 아이들이 너무나 믿음직스럽다. 하지만 이 아이들과 소통을 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 고민 끝에 아이들의 관심거리에 엄마의 관심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다. 또래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게임기를 사주거나 인터넷 게임 시간을 부여하고 게임하는 동안 기분을 공유한다.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과의 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한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핸드폰을 손에 쥐고 태어난 아이들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그쪽 분야에서 성장과 발달이 빠르다. 이런 아이들을 강제로 분리시키려 한다면 가능할 것인지와 그런다고 공부도 잘하고 집중력도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가? 


조금만 발상의 전환을 하자. 핸드폰을 아이들과 소통의 창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우리 직장 여성들에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원하면 언제든지 자녀와의 다리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핸드폰이다. 혼자 하는 게임만 계속하다 게임중독이 되도록 방치하지 말고 소통의 창구로 만들어보자. 


그리고 한 가지 더 자녀와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녀와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물론 아이들은 본인들이 부모에게 한 약속은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일쑤이다. 하지만 부모가 본인에게 무엇인가 해 주어야 하는 약속은 그 약속이 현실이 될 때까지 고장 난 라디오같이 무한 반복한다. 


부모로서 ‘너는 안 하면서 왜 나만’이라는 감정싸움은 불필요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기 마련이다. 꾸준히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알려주고, 부모들이 몸소 실천한다면 어느 날 아이들에게서 그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말수도 적어지고 대화가 턱없이 줄어들고 있는데, 본인의 요구사항마저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함께 공유할 것도, 의견을 나눌 것도 없어질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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