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3

by 나르는꿈

작은딸들은 친정 가까이 살고 있어 가끔씩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집으로 올 때와 달리 노인의 걸음에 힘이 없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 아는 얼굴 하나 없는 것도 슬프게 느껴졌다.

딸네 집으로 가는 큰 길가 소방서가 보인다. 여전히 그 빨간색 그대로 굳건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소방서를 보니 반가웠다.

대로가 큰 건물과 소방서 사잇길로 가다 보면 딸네집이 보일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안정되었다.

대로가의 건물이 병원건물이었고 지하로 내려가는 반대편으로 장례식장이 있었다.

노인은 애써 병원건물을 외면하며 걸음을 재촉하는데 저만큼에서 상복을 입고 머리에 흰색실핀을 꽂은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누가 밥숟가락을 놓았구나 하고 동정하듯 보는데 아는 얼굴이다. 낯이 익다. 셋째 딸 명희가 사람들을 안내하며 장례식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명희야' 하고 반가운 마음에 불렀지만 옆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느라 듣지를 못하고 안으로 들어간다.

저 애가 왜 저기를 들어가나,

누가 죽어 상복을 입었나,

노인은 순간 화들짝 놀란다.

아내가 죽었구나, 애들 엄마가 나 없을 때 먼저 갔구나 그래서 큰애가 연락이 안되었 던 거야.

노인은 그 자리서 망연자실한 채 서 있었다.

무슨 낯으로 들어갈까, 이 사람아, 어째 나 먼저 가는가.

넋을 놓고 있다 보니 비로소 보인다. 낯익은 친척들과 몇몇의 이웃들이 그리고 사위와 손주들이

망연히 서 있다가 노인은 장례식장 안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의 사촌들과 사위들의 지인과 이웃들로 장례식장안은 외롭지 않게 부산했다.

그렇지 우리가 여기서 산 세월이 얼마인데,,,

향이라도 피워줘야지, 하면서 노인은 아내의 빈소 앞으로 나아갔다.

막둥이 아들이 누나들과 나란히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누라 아들이 있어 외롭지는 않지?'하고 빈소를 바라보다가 노인은 아연실색을 하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빈소에 있는 영정사진 속에는 노인의 얼굴이 있었다.

넘어진 채로 문상객을 맞이하고 있는 아들을 보았다.

'아들아 아비가 이렇게 있는데,,,'

아들은 문상 온 장조카와 장례절차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어머니와 함께 합장하려 합니다."

합장이라니 , 그럼 아내는 먼저 갔다는 것인가.

대체 니들은 내가 안 보이냐,,,

노인은 일어나 구석진 곳에 앉아있는 큰딸 윤이에게 갔다. 그저 멍한 표정으로 영정사진 속 노인의 얼굴을 보고 있는 큰딸이 새삼 마음이 찡하다.

원래 말이 없는 아이였지만 저렇게 넋을 놓고 앉아있으니 애처로워 조용히 '윤이야' 하고 불러보았다.

멍하니 앉아 있던 큰딸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그때서야 깨달아졌다. 요양병원을 나설 때도 아무도 막지 않은 이유를, 다리에 힘을 못주어 휠체어를 타고 겨우 이동하는데 요양병원서 집까지 북쪽과 남쪽 끝의 거리를 날듯이 가볍게 집으로 그 먼 길을 단숨에 갔던 일, 마주치는 누구도 노인을 의식하지 못하던 일,

자다가 가슴에 뜨거운 게 타 올라왔었다.

토해내고 싶은데 목이 막혀 몸부림을 쳤었지. 그래 그러다가 나는 나의 숨을 그대로 삼켰지.

맞아 , 뜨거운 가슴속에서 많은 일들이 휘몰아쳤었고 그중에서 내 아이들과 투닥거리던 우리 집이 그리웠어 너희들이 보고 싶었지 집에도 가 보고 싶었어.

이제 됐어

너희들도 봤고, 집에도 가봤다.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상쾌했단다.

노인은 비로소 육신의 무거운 고리에서 날아올라 세상 없는 가벼움으로 조용히 사물에서 놓여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새털구름이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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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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