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0 르완다
르완다에서 트레킹을 했다. 르완다는 아프리카에서 안전하고 자연이 아름다운 편으로, 트레킹이 유명하다. '키부 호수'를 끼고 '기세니'라는 도시부터 '키부예'까지 3박 4일간 걸었다. (50km 정도 됐으려나) 숙박을 위한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걸었다. 그렇게 트레킹을 마치고 맡겨둔 짐을 찾기 위해 다시 기세니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원래는 우리가 따라 걸어온 키부호수로 페리를 타고 가려했는데 그날 배가 없다 해서 버스를 타게 되었다. 그 덕에 내가 트레킹 해온 길을 고대로 다시 버스로 거슬러 가는 중이다. 버스 안에서 가만히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한국 가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쭉 적어보고 있었다. 여행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이었다. 봉사, 영어 공부, 여행 기록 정리하기, 아르바이트 등등.. 갑자기 세차게 불어오는 먼지바람 때문에 창문을 닫으려다 창 밖을 보게 됐다.
르완다 사람들이 도로 공사 일을 하고 있었다. 뙤약볕 밑에서. 내가 걸어올 때는 너무 힘들어서 내가 제일 힘든 줄 알고 그 길들을 걸어왔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들은 내가 흘린 땀의 배를 흘리면서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
지난 3박 4일의 여정을 곱씹어보니, 10살 좀 넘어 보이는 아이는 1시간 가까이를 맨발로 우리를 따라왔었고, 5살쯤 되는 아주 어린아이는 밀가루 자루를 머리에 이고 길을 갔다. 어떤 어머니는 뒤에 갓난아기를 업고도 산더미 같은 나뭇가지 더미를 머리에 또 이고 길을 갔다. 길에서 만난 소년은 5시간의 거리를 달랑 쪼리 하나 신고 물 한 통 없이 길을 나섰다.
한국가서 하고 싶은 일을 적으면서 그 일들을 부디 과제처럼 여기지 않고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르완다 사람들의 일상을 보니 나는 이런 리스트를 적어 내려갈 수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해야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