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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래춤 Oct 22. 2023

일상과 생각 모음2

아프리카편

[생각]

잠자리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지다가

잠에 드는 거

내가 참 좋아하던 거였는데

뭐 어렵다고 못하고 있었지


케냐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케냐 마사이마라 투어]

2박 3일 간 많은 야생의 동물들을 보았다

궁둥이가 귀여운 얼룩말. 만화캐릭터 같은 품바. 하품하는 입이 정말 큰 하마. 야한 사자. 평화로운 코끼리. 근육질 몸을 가진 기린. 보기 어렵다는 표범.

그 외 등등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상상만 하던 그곳에 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살던 곳과 지구 정 반대쪽에 떨어져 있는, 이 까맣고 뜨거운 나라에서 야생 동물들을 보고 있다는 건 엄마 말대로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남들이 먹어보지 못한 현지 음식, 타보지 못하는 교통수단, 느껴보지 못하는 날씨, 겪어보지 못하는 환경, 자연을 느껴보았다.

그러나 큰 일에도 감흥이 좀처럼 없는 나는, 여행의 이 신기한 순간들을 호들갑 떨기 민망하단 이유로 스쳐 보내고 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감사한 이 순간들을 혼자 오두방정 떨면서 더 신기해해야겠다.


탄자니아 섬

[관계]

내가 더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만 괜찮아

네가 가끔씩 상처 줘도 괜찮아

스스로 훌훌 잘 털어낼게.

실은 이따금 안 좋은 감정들 마구 표출하고 싶은데 상처를 주는 건 더 후회가 남을 거 같아 관둘래.

너에게 좋은 사람으로 새겨지고 싶은,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좀 더 참고 손해 보는 거 괜찮은 거 같아, 지금은 그러는 게 더 좋아!

전에는 '나중에 꼭 깨닫고 미안해해라, 후회해라!' 이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그냥 좀 더 우리 관계에 있어 나이스하고, 현명한 스킬들을 연마해 볼게.

결국엔 나는 제일 소중한  나고, 가장 사랑하는  나니까.

타인과의 관계가 무너뜨릴  없는 나의 0순위는 나니까. 그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니 우리 관계 이대로도 괜찮아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

[용기]

흔히 뭔가에 도전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잖아.

근데 용기, 가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내가 용기, 가 있는 사람인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지금 내 나름대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그래도 세상은 꽤 따뜻하고 상식이 통하는 곳 아닐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과

'그래도 나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결국은 잘 해내지 않을까'란 근본 없는 자신감, 이거 두 갠데

이게 용기가 되는 걸까?



[번지점프]

45m까지의 계단을 오르면서 그리고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마냥 신나 했는데, 막상 그 끝에 발가락 끝만을 내밀고 서니까 '아 못 뛰겠다.' 싶더라고요


하나 둘 셋 하면 딱 뛰어서 하늘에서 유랑하는 새 한 마리처럼 구름 위에 누운 것처럼 마치 내가 세상을 품은 것처럼 날아보고 싶었는데. 어릴 적부터 상상한, 지금도 이따금 하늘을 보면서 생각하는, 그런 유치하지만 비현실적인 마법 같은 순간을 느껴보려 했는데 심호흡을 몇 번씩 해봐도 자꾸 하나 둘 까진 되는데 마지막 '셋'이 안되더라고요.


나는 원래 겁도 별로 없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요. 어렸을 때 치과에 가서 이를 뺄 때면 의사 선생님한테 항상 말했어요. "선생님 셋 세고 뽑는 다해 놓고 둘에 뽑지 말아 주세요. 저 안 무서우니까 제발 셋, 할 때 딱 뽑아주세요. 절대 먼저 뽑으시면 안 돼요. 진짜" 아무리 아파도 좋으니, 무서워도 좋으니, 제발 내가 준비되면 내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게 나였는데, 번지점프대에 선 그 순간은 아무리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 봐도 준비가 안되는 거예요. 난 준비 안되면 못하는데.. 계속 지체할 수는 없고 근데 포기하긴 또 절대 싫어서 안전요원이 원.. 투.. 쓰리! 할 때 '악, 몰라'하고 뛰어버렸어요. 근데 그러니까 끝나더라고요. 준비 안 됐다 생각했는데도 심장 마비 걸리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도 뛰어보니까 다 되더라고요. 심장도 멀쩡히 잘 뛰고 꽤 짜릿하더라고요. 눈물이 찔끔 난 거 같긴 하지만.


생각했어요. 그래 내가 앞으로 하는 일이 다 준비가 돼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거야. 계속 망설이고 물러서거나 머물러 있기보다는 차라리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괜찮아. 나는 까보면 생각보다 단단하고, 처음엔 헤매는 것 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면 결국은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고, 세상은 막상 부딪혀보면 별 거 없으니까.


남아공 hout bay  물개 서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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