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편
[생각]
잠자리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꼬리를 무는 생각에 빠지다가
잠에 드는 거
내가 참 좋아하던 거였는데
뭐 어렵다고 못하고 있었지
[케냐 마사이마라 투어]
2박 3일 간 많은 야생의 동물들을 보았다
궁둥이가 귀여운 얼룩말. 만화캐릭터 같은 품바. 하품하는 입이 정말 큰 하마. 야한 사자. 평화로운 코끼리. 근육질 몸을 가진 기린. 보기 어렵다는 표범.
그 외 등등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해 보았다.
엄마는 상상만 하던 그곳에 내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살던 곳과 지구 정 반대쪽에 떨어져 있는, 이 까맣고 뜨거운 나라에서 야생 동물들을 보고 있다는 건 엄마 말대로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나는 여행하면서 남들이 먹어보지 못한 현지 음식, 타보지 못하는 교통수단, 느껴보지 못하는 날씨, 겪어보지 못하는 환경, 자연을 느껴보았다.
그러나 큰 일에도 감흥이 좀처럼 없는 나는, 여행의 이 신기한 순간들을 호들갑 떨기 민망하단 이유로 스쳐 보내고 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곱씹을수록 신기하고 감사한 이 순간들을 혼자 오두방정 떨면서 더 신기해해야겠다.
[관계]
내가 더 손해 보는 느낌이 들지만 괜찮아
네가 가끔씩 상처 줘도 괜찮아
스스로 훌훌 잘 털어낼게.
실은 이따금 안 좋은 감정들 마구 표출하고 싶은데 상처를 주는 건 더 후회가 남을 거 같아 관둘래.
너에게 좋은 사람으로 새겨지고 싶은,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좀 더 참고 손해 보는 거 괜찮은 거 같아, 지금은 그러는 게 더 좋아!
전에는 '나중에 꼭 깨닫고 미안해해라, 후회해라!' 이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그냥 좀 더 우리 관계에 있어 나이스하고, 현명한 스킬들을 연마해 볼게.
결국엔 나는 제일 소중한 게 나고, 가장 사랑하는 건 나니까.
타인과의 관계가 무너뜨릴 수 없는 나의 0순위는 나니까. 그걸 스스로 잘 인지하고 있으니 우리 관계 이대로도 괜찮아
[용기]
흔히 뭔가에 도전할 때 용기가 필요하다고 하잖아.
근데 용기, 가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내가 용기, 가 있는 사람인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
내가 지금 내 나름대로 나아가는 원동력은
'그래도 세상은 꽤 따뜻하고 상식이 통하는 곳 아닐까.'라는 막연한 기대감, 과
'그래도 나 꽤 괜찮은 사람이니까 결국은 잘 해내지 않을까'란 근본 없는 자신감, 이거 두 갠데
이게 용기가 되는 걸까?
[번지점프]
45m까지의 계단을 오르면서 그리고 내 차례를 기다리면서 마냥 신나 했는데, 막상 그 끝에 발가락 끝만을 내밀고 서니까 '아 못 뛰겠다.' 싶더라고요
하나 둘 셋 하면 딱 뛰어서 하늘에서 유랑하는 새 한 마리처럼 구름 위에 누운 것처럼 마치 내가 세상을 품은 것처럼 날아보고 싶었는데. 어릴 적부터 상상한, 지금도 이따금 하늘을 보면서 생각하는, 그런 유치하지만 비현실적인 마법 같은 순간을 느껴보려 했는데 심호흡을 몇 번씩 해봐도 자꾸 하나 둘 까진 되는데 마지막 '셋'이 안되더라고요.
나는 원래 겁도 별로 없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요. 어렸을 때 치과에 가서 이를 뺄 때면 의사 선생님한테 항상 말했어요. "선생님 셋 세고 뽑는 다해 놓고 둘에 뽑지 말아 주세요. 저 안 무서우니까 제발 셋, 할 때 딱 뽑아주세요. 절대 먼저 뽑으시면 안 돼요. 진짜" 아무리 아파도 좋으니, 무서워도 좋으니, 제발 내가 준비되면 내가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이게 나였는데, 번지점프대에 선 그 순간은 아무리 마음을 진정시키려 해 봐도 준비가 안되는 거예요. 난 준비 안되면 못하는데.. 계속 지체할 수는 없고 근데 포기하긴 또 절대 싫어서 안전요원이 원.. 투.. 쓰리! 할 때 '악, 몰라'하고 뛰어버렸어요. 근데 그러니까 끝나더라고요. 준비 안 됐다 생각했는데도 심장 마비 걸리는 거 아닌가. 하고 걱정했는데도 뛰어보니까 다 되더라고요. 심장도 멀쩡히 잘 뛰고 꽤 짜릿하더라고요. 눈물이 찔끔 난 거 같긴 하지만.
생각했어요. 그래 내가 앞으로 하는 일이 다 준비가 돼야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거야. 계속 망설이고 물러서거나 머물러 있기보다는 차라리 일단 저질러 보는 것도 괜찮아. 나는 까보면 생각보다 단단하고, 처음엔 헤매는 것 같아 보이지만 조금만 기다려주면 결국은 잘 헤쳐나가는 사람이고, 세상은 막상 부딪혀보면 별 거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