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가족이 치유가 될까?

by kany


나의 시댁은 어느 날 갑자가 사라져 버렸다.

한 달 사이에 두 분이 연이어 하늘나라로 가시게 되었다.

건강검진도 잘 받으셨고 하루 일과가 건강과 모두 연관된 삶이셨지만 췌장암을 이겨내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십여 년 넘게 부모님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고 사랑도 많이 받았기에

부모님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허탈한 상실감에 빠지게 되었다.

부모를 모두 잃은 남편은 삶의 의욕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밤에 자다가 부모님이 안 계신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고

하고 어머님의 휴대전화를 3개월이 지나도 해지하지 않고 혹시나 전화가 오면

통화하며 눈물을 훔친다.

고통 속에서도 자식을 걱정한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졌던 건 병원에서

마지막 남긴 말씀이

”남은 인생을 재밌게 살아라!"라고

하셨다고 했다.

아들의 상심을 예상하시고 하신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그 말씀 때문에 다시 웃어보려고 노력한다고 남편은 말했다.

나는 우리 가족의 상황을 표현한 “싱크홀”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갑자기 땅이 내려앉아서 생긴 싱크홀에 남편이 빠져있고

우리 가족은 떨어지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하여 서로를 붙잡아주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밝게 지냐야 하는데 나 또한 평범한 생활 속에서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가 있다.

요리를 하다가 냉동실의 고춧가루를 꺼내다 말고 울컥한다.

어머니가 무농약이라고 잔뜩 주신 챙겨주신 고춧가루이다.

너무 많다고 내심 투덜거렸었는데

고춧가루가 조금씩 줄어들 때마다 내 기억도 함께 잊힐까 봐 아껴 먹고 있다.

쌀을 꺼내다 아버님이 주신 현미가 눈에 들어온다. 잡곡이 몸에 좋다면서 우리 농산물만 찾으셨는데…

이렇듯 우리 집의 일상 속에서도 부모님을 느끼는 일들은 매우 많다.

남편이 말하길 예전엔 죽음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부모님 곁으로 가는 것이니 두렵지 않고 언제 가도 상관없으나

그럴 수 없는 건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라고 했다.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이 당신의 삶을 지탱해 주는 이유가 되어서 말이다.

내가 그 가족의 일원이며 당신에게 많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된 것에 큰 책임감을 느낀다.

가족은 내가 쓰려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의지를 만들어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치유가 될 수도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깊게 상처를 줄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아픔을 함께 겪어내고

서로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힘이 되어보니

인생이 늘 꽃길만 걸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읽고 있는 폴 투르니에

“고통보다 깊은”이란 책의 저자는

어떠한 사건이 있을 때 그 사건은

고통 또는 기쁨을 주지만 우리의 성장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것은 내적태도라고 표현하였는데

가족은 내적태도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라서 그저 편하고 다 이해해 줄 것 같아서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 내듯 했다면

앞으로는 가족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더 생각하고 진중하게 말과 행동으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




싱크홀, 아크릴화,카니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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