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보이지 않을 땐, 잠시 눈을 감고 기다리면 돼" 중에서 .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나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
이름조차 잃어버린 듯
마음의 창을 닫고
아무 의미도 없는 하루를
그저 사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랑이 끝났다는 사실보다
누군가의 눈빛 안에
더 이상 머물 수 없다는 현실이
더 깊은 상실감으로 밀려왔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스스로에게조차
말을 걸 수도 없었다.
어둠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 고요한 침묵 속에도
들리는 숨 하나가 있었다.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정적의 한가운데서
나는 가라앉은 내 숨소리를 들었다.
단 한 줄기, 숨결
끝내 놓지 못했던 마음 한 조각.
그것만이
아직
내 안에 남아 있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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