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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Lee Jun 02. 2022

아이 없는 부부로 산다는 건

딩크족입니다


나는 원래 20대 초반부터 내 아이를 갖는 것에 대한 소망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연애 시절, 우연한 대화 속에 그 역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딩크족'이 되었다.


딩크 (DINK) = Double Income, No Kids - 결혼은 하되 아이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타인의 삶에 유독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미혼인 사람에게는, 만나는 사람은 없는지, 결혼은 언제 할 건지, 안 한다면 왜 안 하는지, 여러 불편한 질문이 이어지듯, 결혼을 한 커플이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다면, 자녀 계획은 없는지, 어쩌다 딩크가 되었는지, 역시나 또 많은 관심과 불편한 질문이 이어진다.

미혼이면 결혼 얘기, 결혼하면 출산 얘기, 첫째 낳으면 둘째 얘기... 끝이 없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


다행히 우리가 살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존중이 잘 이루어지는 편이라, 결혼 초반에만 그런 질문을 좀 받았을 뿐, 이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딩크족으로 10년을 살면서 여러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그중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단연 "왜"로 시작하는 질문이었다.



왜 딩크가 되기로 했어?


이 질문은 '아이가 있으면 얼-마나 예쁜데, 네가 아직 그걸 몰라서 그래'하는 오지랖성 의미를 품고 있을 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저 어떤 이유로 딩크가 되었는지를 궁금해서 묻는 경우였다. 그러면 나는 그때마다 “이러저러해서 우리는 아이 없이 살기로 했어.” 설명했다.


사실 이 질문도 난임이나 불임에 의한 딩크라면 굉장히 무례할 수 있는 질문인데, 나는 다행히 순도 100% 선택적 딩크라서, 이 질문에 상처받는 경우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 내가 불임이어서 아이를 '못' 갖는 경우여도 이 질문을 피해 갈 순 없었겠지...)


"왜"로 시작한 질문에 나름 정성을 들여 이유를 설명하고 나면, 보통 네 가지 방향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1. "아, 그렇구나. 네 결정 존중해" 하는 존중형
2. "그래도 하나는 있어야지" 하는 대리결정형
3. "지금은 신혼이라 그래. 몇 년 지나 봐. 생각 바뀔걸?" 하는 예언가형
4. "그러다 나중에 후회해. 더 나이 들면 낳고 싶어도 못 낳을 텐데, 그땐 어떡할래?" 하는 대리걱정형


그리고 2, 3, 4번에는 다음의 얘기가 종종 따라오기도 했다.


“나도 원래는 너처럼 생각이 없었거든? (자매품: 우리도 원래는 딩크였어!) 그런데 하나 낳고 나니까, 우리 땡땡이 없었으면 나 어땠을까 싶어. 지금은 우리 땡땡이 없는 삶은 상상도 안 가. 너도 다시 생각해 봐.”


물론 생각은 바뀔 수 있다. 아이 낳을 생각이 없던 사람이 어떠한 계기로 엄마 혹은 아빠가 되고싶을 수 있다. 하지만 자기가 아는 누군가가 그랬다고 해서 “너도 그럴 거다”라고 으레 단정 짓는 시선은 참으로 불편했다.




나는 아이가 있는 가족에 비해 딩크인 우리가 더 행복하다거나, 우리의 선택이 더 현명하다거나 하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내가 누군가의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왜 그런 선택을 했어? 요즘 애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후회 안 할 자신 있어?"라는 질문이나 걱정을 쏟아내지 않는 것처럼, 우리가 아이가 없는 삶을 선택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우리가 딩크족이 되기로 하면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질문과 관심을 제치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추측과, 가장 화나는 얘기, 그리고 가장 이해 안 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가장 싫어하는 추측:

딩크가 아니라 불임 아니야?


이런 얘기는 무례함의 정도가 높다는 걸 본인들도 알아서 그런지, 다행히(?)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라는 얘기를 주변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사고는 이런 식이다.

"결혼을 하면 아이는 당연히 낳아야 하는 건데, 아이가 아직도 없는 걸 보면 이건 뭐 빼박 불임이란 얘기지 뭐. 자기네들도 노력해 봤는데 안 생기니까 포기한 거 아니겠어?"


예전에는 이런 생각은 보통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고는 좀 놀랐다.

작사가 김이나씨가 방송에서 비슷한 얘기를 하는 걸 봤다



가장 화나는 얘기:

일단 딩크족 제안에 수긍하는 척하고 결혼해서 설득해 봐야지.


‘내 여친(남친)이 딩크를 원해. 나는 아이는 꼭 낳고 싶은데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는 않으니, 일단 수긍하는 척 결혼해서 아기 낳자고 설득해 봐야지. 막상 생기면 또 어쩌겠어? 설마 지우자고 하지는 않겠지!’


"자기야... 나는 딩크하려고 했는데, 우리 엄마가 절대 안 된다고 하시네. 저렇게 원하시는 데 효도하는 셈 치고 우리 딱 하나만 낳자."


이건 정말 서로에게 상처만 남길 어리석은 생각이다. 차라리 헤어지고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길.



가장 이해 안 되는 질문:

남편도 동의했어?


이건 딩크족을 정말 모르는 사람이 하는 질문이라 생각한다. 배우자 어느 한쪽이 그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어도, 그렇게 혼자 생각한 걸로 딩크가 되는 건 아니다.


남편도 동의했어?”라는 질문은, 여자인 내가 임신, 출산 등의 과정을 원치 않아 혼자 그렇게 결정했지만, 사실 남편은 동의했을 리가 없다는 뉘앙스인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에서 생물학적으로 여자의 희생이 더 많이 필요한 건 사실이고,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불편이나 불이익을 더 감수해야 하는 것도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인 내가 딩크를 먼저 원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중요한 결정은 반드시 부부가 충분히 대화를 통해 뜻을 같이 해야만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는 게 확고하다면, 결혼 전에 상대방과 충분히 상의를 거쳐야 한다. 이건 단순히 취향, 취미, 습관 등이 다른 문제랑은 차원이 다르다.


서로 접점을 찾을 수 없다면 결혼 자체를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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