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이 - 사랑은 자리를 옮겨 앉는다

제3화.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

by 태산박

제3화 :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


밤새 눈이 내렸다.

사택 앞마당은 하얗게 묻혀 있었다.

창문 너머의 세상은 고요했고,

그 안엔 냉기와 침묵이 뒤섞여 있었다.


도랑 풀숲, 그 자리.

어제 밤, 그 아이를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히터 바람이 아직 식지 않은 방 안.

또랑이는 박스에서 몸을 일으켰다.

밥 두 그릇을 비우고 거실로 나왔다.

잠시 서성이더니 그대로 멈췄다.


낯선 온기를 견디지 못한 듯,

바닥 위로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소리와 냄새가 잠시 정적을 깼다.

그는 말 대신 고개를 숙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바닥을 닦고,

작은 몸을 안아 욕실로 데려갔다.


따뜻한 물을 틀었다.

물줄기가 등의 오래된 검은 흔적 위로 흘렀다.

몸에서 흙냄새와 굳은 피,

오래 묵은 냄새가 섞여 나왔다.


물이 바닥으로 흐르며

겨울의 먼지와 거리의 고단한 아픔이

함께 씻겨 내려갔다.




아침. 출근하려는데

또랑이가 박스 밖으로 나와

현관 앞까지 따라왔다.


“엄마가 곧 올 거야.”


그 말 뒤로 남은 눈빛이 길었다.

나는 발소리를 줄이며 계단을 내려갔다.

뒤에서 불안한 숨소리가 따라왔다.




정오 무렵,

아내가 미미와 초코를 데리고 도착했다.

눈길엔 차바퀴 자국이 깊었다.


아내는 두 아이를 차에 둔 채

혼자 사택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의 냄새와 작은 박스를 보고

잠시 말을 잃었다.


다시 문 밖으로 나오자

또랑이가 문가까지 나와 있었다.


시커먼 털에 뒤덮인 얼굴,

으스러져 움직이기조차 힘든 다리를 질질 끌며

아내를 따라 나왔다.


“기다려.”




잠시 후,

미미와 초코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낯선 냄새, 낯선 숨결.


또랑이는 잠시 주춤하더니

박스 구석으로 물러났다.

눈빛엔 두려움보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스쳤다.


“오… 이건 그냥 놔두면 안 되겠어.”




시내의 작은 동물병원.

연로한 수의사가 다리를 살피더니 말했다.


“뒷다리 둘 다 부러졌어요.

수술비가 백만 원쯤 들 겁니다.”


아내가 전화를 걸었다.

“어떡하지?”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

수의사에게 사정을 설명해보라 했다.


잠시 후,

수술비는 육십만 원으로 바뀌었다.

아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을 나서는데

눈발이 다시 흩날렸다.




그날 저녁,

또랑이는 깁스를 한 채 이불 위에 누워 있었다.

숨이 고르고 눈은 감겨 있었지만,

작은 꼬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아내가 말했다.

“이제 괜찮을 거야.”


그때 또랑이는

문득 고개를 들어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오래 남았다.


그건 말이 아니었지만,

충분한 대답이었다.


그날 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문 앞에서 한 생명이

조용히, 천천히

새로운 길 위에

작은 발자국을 내딛고 있었다.




※ 작가의 말
우리는 종종 사랑을 데려왔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사랑이 먼저
우리를 찾아온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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