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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가앤필 Oct 16. 2024

45살, 어쩌다 헬스

요가만 설렁설렁 13년 했었는데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원래 카페 주인이었다. 

지금이야 <노르웨이의 숲> <1Q84> 등으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의 몇 안 되는 에세이,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는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다가 문득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그의 책에서는 사진을 설명하듯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지만 줄거리만 이야기하면 대략 이렇다. 


1978년 4월 어느 쾌청한 날 오후, 야구 경기를 보러 야구장에 갔다.

그 당시 하루키는 야쿠르트 팬이었고, 야구장과 가까운 곳에 살았기 때문에 산책 나간 김에 자주 야구 경기를 보러 갔다고 한다. 


그 무렵 야쿠르트는 약한 팀이어서 구단도 가난하고 화려한 스타 선수도 없었다고 한다. 당연히 인기도 없었을 테고.. 개막전이었지만 외야석은 텅텅 비어 있었다. 하루키 혼자 외야석에 드러누워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보는 중이었다. 


당시 야구장 외야석은 의자가 없이 잔디 비탈로만 되어 있어서 무척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하늘은 맑고 생맥주는 시원하고... 오랜만에 보는 초록빛 잔디 위에는 하얀 공이 또렷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날 경기는 그해 센트럴리그 개막전으로 야쿠르트와 히로시마의 경기였다.

히로시마의 선발 투수는 다카하시였고 야쿠르트의 선발은 야스다였다. 


선투 타자는 미국에서 온 데이브 힐턴이라는 호리호리한 무명의 선수였다. 

다카하시가 제1구를 던지자 힐턴은 그것을 좌중간에 깔끔하게 띄워 올려 2루타를 만들었다. 


방망이가 공에 맞는 상쾌한 소리가 구장에 울려 퍼졌고 주변으로 박수 소리가 띄엄띄엄 울려 퍼지던 그 순간, 하루키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3년 전,  그날 나도 그랬다. 

특별할 것 하나 없던 그저 그런 날이었다. 


회상해 보건대 

어쩜 낮에 직장에서 참을 수 없는 무례함을 맛보고 

온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고 그런 평소와 다름없는 날이었지만,

확실히 유독 그날만은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안 것 같은 날이었다.


퇴근 후,

나의 발걸음은 집으로 향하지 않고

집 앞 헬스장을 향했다.


맘이 바뀔까봐 낮에 미리 전화로 저녁에 가겠다고 예약을 둔 상태였다.


헬스장이라기보다는

1:1 전용 PT샵에 가까웠던 집앞 헬스장.


그날 만난 트레이너 선생님에게

3년째 트레이닝을 배우고 있다. 

점점 더 내 몸의 주인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  3년째 1:1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지

- 18년째 직장인이 어떻게 1주일에 4번 운동을 유지할 수 있는지

- 13년동안 해 오던 요가와 근력운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 내 몸의 주인이 내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렇게 4가지에 대해 찬찬히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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