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선수가 여자 피겨 선수 중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는 기술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거 역대 피겨 여왕들과 비교되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역대 피겨 여왕들이 과거로 갈수록 실력이 형편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선수들이 지금 시대로 돌아온다면 국가대표는 커녕 지역 예선도 뚫기 힘들어 보일 정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스포츠에서는 매우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한다.
1908년 하계 올림픽 남자 다이빙에서 한 선수가 공중 2회전을 돌다가 큰 사고가 날 뻔했다. 이후 다이빙에서 공중2회전 돌기는 매우 위험하니 선수들이 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권고까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열 살 선수도 2회전은 가뿐하게 돌고 고등학생 선수들은 4회전 이상을 돈다. 음악도 심지어 마찬가지다. 100년 전 천재 피아노 연주가로 여겼던 인물이라도 현재에 오면 피아노 전공 고등학생보다 연주를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완벽한 공부법> 노력편에서는 이러한 이유를 '의식적인 연습'이라고 표현하며 공부와 연계해 7가지로 특징을 설명한다.
1. 일정수준 이상 체계적으로 정립된 방법론으로 연습해야 한다.
2. 자신의 능력보다 조금 더 어려운 작업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
3.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연습한다.
4. 신중하고 계획적이다.
5. 기초를 충실하게 마스터해야 한다.
6. 피드백과 피드백에 따라 행동을 변경한다.
난 이것을 운동과 연결지어 생각해보았다.
1. 무작정 연습하는 것보다는 체계적인 방법으로 운동해야 한다.
2.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보다 조금 더 어려운 동작과 무게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3. 대충 운동하는것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로 운동한다.
4. 운동도 신중하고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다친다
5. 운동도 기초가 중요하다. 스트레칭도 배워두는게 좋다.
6. 트레이너의 피드백을 받아 동작을 변경하는 것이 좋다.
개인 트레이닝을 통해 새롭게 배우기 시작한 운동은 의식적인 연습을 가능하게 했다. 얼핏보면 다 아는 동작같았지만 근육 타깃점을 알고 동작에 집중하면 몸이 뜨거워졌다. 이게 뭐라고 땀이 나려고 하는건가 싶었다. 긴 봉을 잡고 엉덩이를 뒤로 살짝 보내며 무릎을 굽히는 동작인 '시티프 데드리프트'가 특히 그랬다. 옆에서 보면 그냥 봉잡고 상체 굽히면서 무릎 살짝 접는게 전부인 동작이 말이다.
대충 1시간 설렁설렁 헬스장 왔다갈 생각이라면 PT는 시작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맞다. 누구나에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냥 찍고만 가도 좋은게 헬스장이다. 뭘 그렇게 동작을 배우면서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럴 수 있다.
한번도 안 해 봐서 그렇다. 세상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해 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나에겐 피아노가 그랬고 등산이그랬고 책이 그랬다. 한번 궤도에 올려놓으니 언제든 다시 하고 싶어졌다. 40대에 만난 PT도 그랬다. 인생의 여러가지 경험을 하게 해 주는 것에 비해 아주 적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아 선수까지 되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관련 책 - 어차피 운동하라고 해도 안 할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