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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미국에서 만난 학생들

6개월 동안 약 60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by Olive

Being a teacher won't make you rich, but it will enrich your life.


어릴 적부터 꿈이 선생님이었고 대학 졸업 후 교사가 되어 늘 학교생활을 해 왔다. 그러던 중 불혹의 나이에 미국으로 이사를 왔고 이전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내가 원하고 가족이 원해서 미국에 왔지만 종종 한쪽 마음은 허전했고 가끔 꿈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내 모습이 나왔다. 살고 있는 나라가 달라졌다 하더라도 나의 꿈을 놓치며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럴 때마다 만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학생들,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이들이 내 곁으로 와 주었고 덕분에 나는 미국에서도 꿈을 펼치고 있다. 벌써 2021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라는 시간 동안 만난 학생들을 떠올려 보았다.


온라인 수업으로 만난 한글학교 학생들 15명 정도, 대학교 한국문화 수업으로 만난 대학생 20여 명, 초등학교 여름캠프 한국 수업으로 만난 4~5학년 학생 15명 내외, 지역 대학교 한국 대학생 5명, 그리고 매주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며 같이 한국어 공부를 한 미국 대학생 1명. 6개월 동안 약 60명의 학생들을 만났다.


온라인으로 만난 학생들


지난 학기 한글학교의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온라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 중에 기억에 남는 학생은 제임스. 제임스는 미국 고등학생으로 한국인 엄마, 미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마가 한국인이지만 어릴 적 미국으로 오셨기에 한국어를 못하신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즐겨하시고 한국에 대한 사랑이 크신 분이다. 제임스 역시 성인이 되어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제임스의 한국 사랑은 한국어 수업으로 이어졌다. 제임스의 순수한 열정은 온라인을 통해서 매주 내게 그대로 전해졌다.


설날에는 한글학교 학생들과 온라인 특별 수업을 진행했다. 한국 학생, 미국 학생, 대만 학생 등 모두 15명의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모였다. 온라인 수업으로 설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라 걱정도 되었지만 오히려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미리 만들기 준비물을 각 가정으로 보내 드리고, 수업 자료도 사전에 패들렛(Padlet)을 통해 공유해 드렸다. 수업 시간에는 모니터 카메라 이외에 웹캠을 두 번째 카메라로 설치하여 선생님의 얼굴과 활동 화면을 같이 볼 수 있도록 하니 효과적이었다. 설날의 의미, 연하장 만들기, 세배드리기 등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대학교 한국 문화 수업


대학교 수업은 남편이 우연히 알게 된 인근 대학교 교수님의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국제 경영을 가르치시는 교수님께서는 한국의 문화에 관심이 아주 많으셨다. 한국에서 내가 선생님으로 일을 했다는 것을 아시고는 내게 재능기부 특강 수업을 부탁하셨다. 수업을 할 때 늘 걱정되는 건 영어! 하지만 수업은 내게 영어 선생님과도 같기에 기꺼이 즐겁게 수업을 준비했고 한 시간 동안 대학생들에게 우리나라에 대해 소개했다.


수업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한국은 멋진 나라라는 점이었다. 세계적인 브랜드(삼성, LG 현대 등)가 있는 나라, 가장 혁신적인 나라(블룸버그 선정), 세계 경제 10위의 나라(IMF 경제 전망 보고서)라는 점 등을 설명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5가지로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류를 소개했고, 이 중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한류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다루었다. 북한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는 학생들이 많기에 분단 이유, 남북한 차이, 통일 전망에 대해서도 간단히 전달했다. 영어는 여전히 버벅거렸고 역시나 수업 후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래도 뿌듯했고 조금 더 성장한 시간이었다.


미국에서도 한류는 점점 인기를 끌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BTS 음악을 좋아하지만 미국의 소도시에서 느끼기로는 아직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비해서 덜 알려진 나라이다. 대학 어학강좌의 경우에도 중국어와 일본어 강의는 개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도 한국어 강의는 그 숫자가 훨씬 적다. 중국 음식점과 일본 음식점은 시골 동네에 꼭 하나씩은 있어도 한국 음식점은 없는 경우가 많다. 영어는 어렵지만 한국 홍보라면 언제든 자원봉사, 재능기부를 마다하지 않을 생각이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 내게도 딱 맞는 말이 되었다.



초등학교 여름캠프 한국 수업


초등학교 수업은 나와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미국 대학생, 유나의 주선으로 성사가 되었다. 유나의 원래 이름은 애나인데, 한국식 이름을 갖고 싶어 한국어로는 이름을 유나로 하기로 했단다. 초등학교의 여름캠프에서 지도교사로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는 유나는 본인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꼭 한국 수업을 하고 싶다며 내게 부탁을 했다. 현재 대학 4학년인 유나의 한국 열정은 정말 뜨겁다. 작년 초 한국어를 처음 접한 이후 독학으로 공부를 하다가 올해 3월 나를 만나게 되었다.


유나 덕분에 초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름캠프 일정 중 한국 수업을 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4~5학년으로 모두 고학년이었다. 수업 내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10가지로 구성을 했다. 소개 순서는 심지 뽑기로 했다.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하여 10개 심지를 준비했고 아이들의 참여를 높이고자 직접 뽑게 해서 순서를 정했다. 10가지 내용 중에서 세 번의 환호성이 나왔는데, 다양한 한국 음식, 태권도 시범 동영상, BTS 음악에 대한 부분이었다. 한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가고 아이들이 아쉬워할 때 한국 지도와 가이드 북을 나누어 주니 정말 좋아했다.


수업이 끝나고 난 후 그다음 주, 유나를 다시 만났다. 유나가 내게 전해 준 것은 예쁜 종이백, 그 안에는 아이들이 내게 쓴 감사 카드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완전 깜짝 선물이었다. 한국어로 쓴 카드도 있어서 어떻게 쓸 수 있었는지 물으니, 유나에게 한 여학생이 요청을 해서 도와줬다고 한다. 태극기를 그린 학생, 김치를 그린 학생, 하트를 그린 학생. 초등학생들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 담긴 카드가 들어 있는 종이백은 올해 상반기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 되었다.




지난주 목요일 아침, 김밥이 먹고 싶어서 아침부터 김밥을 말다가 오늘 오후에 만나서 한국어 공부를 같이 할 유나 생각이 나서 김밥 두 줄을 통에 담았다. "선생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김밥이에요."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밥 도시락을 들고 만남 장소로 가니 유나 옆에는 수국이 한 아름 담긴 꽃병이 있었다. 아침에 선생님 생각이 나서 집 마당에 있는 수국을 잘라 왔다고 했다. 나는 유나에게 김밥을, 유나는 내게 수국을 전한 날, 그날따라 하늘이 더 파랗게 눈이 부셨다.


이제 남은 하반기에는 어떤 학생들을 만나게 될까? 한국에서처럼 정해진 반도 없고 주어지는 학생들도 없지만 한국 문화를 알고 싶어 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사람들이 있어 낯선 이곳, 미국에서도 교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 월급은 못 받고 있지만 보람과 감사를 받는 선생님 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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